Wednesday 13th December 2017,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길병원의 IBM Watson 도입에 거는 기대와 우려

Yoon Sup Choi September 9, 2016 Digital Healthcare, Precision Medicine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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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한국의 병원에도 인공지능 IBM Watson 이 도입됩니다. 지난 2016년 9월 8일 가천대학교 길병원은 IBM의 암 환자 치료법 권고 솔루션인 Watson for Oncology 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길병원은 매년 5만 명의 암환자를 치료하고 있으며, Watson 은 유방암, 폐암, 대장암, 직장암 및 위암 치료에 도입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저도 업계에서 도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소식이 조만간 있을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국내 병원에 Watson을 도입한다는 뉴스를 접하니 감회가 새롭기도 합니다. 더 이상 Watson 이 단순히 외국 뉴스에 나오는 신문물이나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곁의 진료실에서 실제로 활용되게 된 것입니다. 이제는 Watson이 실제 환자에게 적용되는 만큼, 그 활용성과 결과에 대해서 냉정하게 평가를 내려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왜 길병원인가?

한국 IBM은 작년부터 Watson 사업 부서를 내부에 만들면서, 특히 국내 의료계에 Watson을 도입시키려고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언론 등을 통해서 외부에 알려진 바는 많지 않습니다만 실제로는 상당히 많은 병원들과 미팅을 했습니다. 비록 최종적으로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Watson 의 도입에 관해서 매우 구체적인 진전이 있었던 병원도 있었습니다.

사실 가천대학교 길병원은 저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Watson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은 유력 후보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소위 말하는 수도권의 Big5 종합병원의 경우에는 굳이 Watson 을 도입할 동인이 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금액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Watson 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갑니다. 병원도 땅 파서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큰 비용 투자에 대해서는 큰 효과를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병원의 매출이나 이익률 상승, 치료 효과의 개선, 진료 효율성의 개선, 병원의 이미지 제고 등등의 어떤 형태로든 투자 대비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이미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암환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고 있으며, 현재 치료 결과에도 큰 문제가 없고, 언론에도 자주 노출되는 명의들을 보유하고 있는 병원의 경우에는 Watson의 도입에 대한 ROI (Return on Investment)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마디로 Watson 같은 것을 도입하지 않아도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대학병원들 중 상당수는 적자 상태이거나, 겨우 적자를 모면할 정도로 이익률이 높지 않습니다. 2015년 13개 국립대학병원 중에서 흑자를 낸 곳은 부산대치과병원과 경상대병원 2곳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소위 Big5 병원에 아슬아슬하게 속하지 못하는 경쟁 대학병원의 경우에는 Watson 과 같은 혁신적인 솔루션의 도입에 대한 효용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병원들의 경우에는 Big5 병원이 가지지 못한 차별화된 장점을 만들고, 대외적인 이미지 개선이나 뉴스를 만들어냄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용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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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는 의사 결정 체계입니다. 많은 대형 병원들은 국가나 재단, 혹은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과감한 투자나 의사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조직의 경우 병원장도 몇 년마다 교체되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힘이 실리기 어렵습니다. Big 5 병원의 경우에도 대부분 그러합니다. 하지만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의사결정권자가 있는 일부 병원의 경우에는 Watson 의 도입과 같은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가 비교적 용이합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가천대학교와 길병원의 경우에는 이길여 총장이라는 의사결정권자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구조입니다. 서울의대 출신의 산부인과전문의 이길여 여사는 1978년에 여성으로서는 처음 종합병원인 인천길병원을 설립하면서, 전국 각지에 자병원을 가진 굴지의 의료 그룹을 탄생시켰으며, 1998년에는 가천의과대학을 설립하고 이후 이사장 및 가천대학교 총장에 취임한 분입니다.

길병원은 이런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몇 안 되는 병원 중의 하나입니다. 2014년 기준으로 의료 수익은 수도권 대형병원들 중에 8위에 올라있습니다. 의료 이익률은 7%으로 top 10 병원들 중에 2위권이지만, 전체 의료 수익은 Big 5와 비교했을 때는 1위 서울아산병원의 1/4 규모, 5위 서울성모병원의 절반 규모로 이 경쟁 병원들 대비 과감한 시도에 대한 동인이 충분했을 것입니다. 또한 이길여 총장이라는 리더십의 존재는 Watson 의 도입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2015102002936_02014년 수도권 15개 대형병원의 경영 성과

 

Watson for Oncology 란

어제 가천대의 기자 간담회가 끝나고, 제게 연락하신 몇몇 기자님들께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이번 길병원의 Watson 도입을 기대반 걱정반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국내의 의료 인공지능 분야에 큰 마일스톤이 될 뉴스임은 확실하지만, 최초의 시도에 따른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서 이 분야의 앞날이 크게 좌우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실 조금 우려가 담긴 의견을 몇 가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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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이 뉴욕의 MSKCC와 함께 개발한 Watson for Oncology

이번에 길병원에 도입된 것은 Watson for Oncology 라는 솔루션입니다. 방대한 분량의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하여 의사들이 암환자들에게 데이터에 근거한 치료 옵션의 선택에 도움을 주는 방식입니다. Watson for Oncology 는 2012년부터 뉴욕의 대형 암병원인 MSKCC (메모리얼 슬론 캐터링 암 센터)와의 협업으로 개발된 것입니다. 300개 이상의 의학 저널, 200개 이상의 의학 교과서를 포함한 1500만 페이지에 달하는 의료 정보, 치료 가이드라인, MSKCC 내부의 우수 치료 사례 등을 학습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Watson 을 병원 내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크게 아래와 같이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 Watson 을 원내 EMR 에 연동시키는 방법
  • Watson for Oncology 패키지만을 구매하는 방법

원내 EMR (전자의무기록) 과 Watson 을 연동시키는 전자의 방식은 더 많은 시간과 큰 비용이 소모됩니다. IBM에서 먼저 해당 병원의 EMR에 대한 실사가 필요하고, 이후 Watson 과 EMR 을 연동(interfacing)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수정: 신수용 교수님의 지적에 따라서 ‘통합’을 ‘연동’ 으로 수정하고, 이에 따른 본문의 몇가지 부분도 수정합니다.)

길병원이 도입한 것은 후자인 Watson for Oncology 패키지를 통으로 구매한 것입니다. 즉, 국내 의료 여건이나 길병원에 맞게 내재화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미국에서 개발된 것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입니다. 이 솔루션은 IBM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SaaS)로 제공되므로, 의사들이 필요시에 컴퓨터나 태블릿PC 등으로 클라우드에 접속하여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우려되는 부분들 (1) 데이터 입력의 문제

이런 Watson for Oncology 의 첫 번째 문제는 환자의 데이터를 일일이 입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EMR 에 Watson 이 연동되어 있는 경우라면, 데이터를 따로 입력할 필요 없이 몇번의 클릭만으로 Watson Cloud에 EMR의 정보 중 필요한 부분만을 전송함으로써 치료 권고안을 손쉽게 도출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환자의 데이터를 일일이 Watson 인터페이스에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운 방식이라면 의사들의 사용 편의성에 큰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2014년 ASCO 에서 발표된 Watson에 대한 MSKCC 의사들의 사용자 경험 평가에서도 이는 명확히 드러납니다. 당시 MSKCC에서는 Watson 의 개발과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 6명에게 Watson 을 사용하게 하고 그 경험에 대한 피드백을 조사했습니다. 이 의사들은 Watson이 정확한 치료 권고안을 제공하는 것에 대한 가치는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일상적인 진료 과정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위해서는 사용성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환자 케이스를 일일이 입력하는 과정에서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약 20가지 항목을 입력해야 하는데, 일부는 진료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이었으며, 이 데이터들이 기존 소스, 즉 EMR로부터 자동으로 입력되는 기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습니다.

watson-for-oncology-1Watson for Oncology 는 이렇게 환자의 데이터를 입력해야 권고안을 도출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길병원의 의사들도 동일하게 직면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한 명의 종양내과 의사는 많으면 하루에 100-200명의 환자를 진료하기도 합니다. 보통 종양내과 선생님들이 진료 전날에 환자의 EMR을 열어보면서 프리뷰를 하시지만, 수백 명의 환자들의 데이터를 일일이 Watson에 입력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국내 환경과 진료 프로세스에 번거로운 Watson의 사용이 어떻게 녹아들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제 생각에는 Watson을 진료에 활발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길병원에서 내부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떤 상황 하에서는 반드시 Watson의 의견을 참고해야 한다는 원칙을 정하는 것이지요. 특정 사례일 수도 있고, 환자가 요구하는 경우 등으로 정할 수도 있겠습니다. 만약 이러한 원칙을 정해놓지 않는다면 데이터 입력의 번거로움 때문에 장기적으로 길병원에서 Watson의 사용성은 상당히 제한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터 입력의 번거로움의 문제는 추가 인력의 활용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진료 시 EMR 입력에 대해서는 전자 의무기록사가 의사의 업무를 대신해주기도 합니다. 3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환자 진료하랴, EMR에 차트 기록하랴 정신없는 의사를 위해서 EMR 에 기록하는 역할을 하는 분이 따로 계신 것이지요. 이런 분이 Watson 에게도 있으면 업무는 줄어들겠지만, 병원에서 이런 분들을 지원해줄지는 미지수입니다.

 

우려되는 부분 (2) 국내 의료 여건 반영 미비

Watson for Oncology 에 대한 두 번째 걱정은 국내 의료 환경에 대한 반영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MSKCC에서 개발된 미국 솔루션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미국의 기준에 맞춰져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부분들이 한국의 여건과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 권고해주는 약의 국내 인허가 및 국내 시판 여부
  • 암환자 인종별 차이의 고려 여부
  • 국내 진료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
  • 심평원 급여기준 및 심사기준 준수 여부

예를 들어, 길병원에서는 Watson 이 위암 환자의 치료에도 활용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암이 그렇지만, 특히 위암의 경우에는 대표적으로 서양인과 한국인의 발병 원인 유전자나 항암제에 대한 반응이 다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즉, 이런 경우에는 같은 항암제를 사용하더라도 유전자 발현 등의 차이에 의해서 치료 효과나 부작용 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Watson for Oncology 의 경우에 이러한 인종적인 차이를 별로 고려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또한 Watson 이 국내 심평원의 급여 기준과 심사 기준과는 상관없이 치료법을 권고한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한국은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국민건강보험 체계를 가지고 있지만, 의사의 진료와 처방은 심평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의료기관은 (비급여 진료를 제외하면) 진료비의 일부는 환자에게 받고 나머지는 심평원에 청구합니다.

심평원은 의료 기관이 청구한 내용을 요양급여 기준에 부합하는지 심사하여 적합하면 청구액을 의료 기관에 지급하고,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진료는 지불을 거부하거나 일부를 차감하기도 합니다. 즉,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 후 청구한 진료비를 의료기관이 되돌려 받는 후불제 구조이기 때문에 의료진은 심평원의 급여 기준에 부합하는 진료만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의료계에서 지적하듯 심평원의 급여 기준과 심사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입니다. 의사들은 심평원의 산정 기준에 따라서 의료 수가를 청구했다가도 삭감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합니다. 공개되지 않은 모종의 내부 기준이 심평원에 있다는 것이지요. 일각에서는 의료진이 의학적인 전문성보다는 심평원의 급여기준에 맞춰서 치료하도록 강요당하는 세태를 꼬집어 ‘심평의학‘ 이라는 자조적인 용어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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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의학’ (출처: 엠프레스)

미국에서 만들어진 Watson 의 경우에는 당연히 국내 심평원의 급여 기준과는 상관없이 치료법을 제시해줄 것입니다. 지난 한 해 세계적으로 종양학 논문은 4만 4천 개, 즉 하루에 122개의 새로운 논문이 발표된다고 합니다. 아무리 Watson이 이러한 최신 논문을 바탕으로 최선의 치료법을 권고해주더라도, 이런 치료를 심평원이 삭감해버린다면 국내 의료진은 눈물을 머금고 Watson 의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혹은 반대로 Watson 이 내어놓은 권고안에 대해서는 심평원이 별도로 급여 기준에 반영을 해준다면 어떨까요? 우스갯소리로 국내 의료계에서 Watson의 도입이 가장 필요한 곳은 심평원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현실적으로 급여 기준에 별도 반영은 쉽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Watson은 정말로 정확할까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Watson 의 정확성에 관한 것입니다. 아직 Watson for Oncology 가 권고한 치료법의 정확도는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MSKCC 에서 트레이닝을 받았으니 어느 정도의 정확성을 갖추었으리라고는 짐작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신약이나 의료기기가 그러하듯 임상적인 유효성이나 효과성을 학술 논문 출판, 혹은 사례 보고 등의 형식으로 보여준 바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난 3월 IBM Watson 의 CTO, Rob High 를 만났을 때에나, 지난 5월말 세브란스를 방문한 Watson 관계자에게도 질의했던 것이, Watson 의 정확도에 대한 데이터는 언제 볼 수 있느냐 였습니다. 그 분들의 공통된 답변은 ‘아직 병원에 도입된 이후 정확도를 증명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가장 최근 결과이자 믿을만한 결과는 2014년 ASCO 에서 MD Anderson 이 발표한 초록에 실린 결과입니다. 당시에 MD Anderson 의 연구진들은 소규모 백혈병 환자들에 대해서 테스트한 결과입니다. 이 연구에서는 Watson 이 내어놓은 치료법이 의사들의 판단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기준으로 보았는데, 당시의 전반적인 일치도는 82.6% 정도였습니다. 이 발표는 사실 초록에는 포함되었으나, Koichi Takahashi 박사의 oral presenation 에는 이상하게도 언급이 되지 않았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IBM 이 모종의 영향력을 발휘한 것이 아닌가 추측합니다)

그리고 국내 언론에서도 자주 인용되는 아래 문구가 있습니다.

“왓슨의 진단 일치율은 대장암 98%, 직장암 96%, 방광암 91%, 췌장암 94%, 신장암 91%, 난소암 95%, 자궁경부암 100% 등이다.”

국내의 Watson 기사를 보면 하나같이 이 문구가 거의 빠지지 않고 무분별하게 인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결과를 인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봅니다. 해당 연구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결과가 충분히 엄격한 조건에서 연구된 것이 아닌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Screen Shot 2014-10-19 at 12.57.57 PM국내 언론에서도 많이 인용하는 MSKCC의 2014년 ASCO 발표 내용

이 연구 역시 2014년 ASCO에서 MSKCC 가 발표한 초록을 인용한 것인데, 이 파일럿 연구에는 큰 약점이 있습니다. 바로 트레이닝 데이터와 테스트 데이터를 동일한 것으로 활용했다는 것입니다. 즉, 환자 A, B, C 의 사례들로 Watson 을 가르친 이후에, 다시 A, B, C 환자를 정확하게 진단하는지를 테스트해서 나온 결과라는 것입니다. Watson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를 보여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엄격한 연구라면, Watson 의 트레이닝에 사용되지 않은 새로운 환자 사례에 적용시켜서 높은 정확도가 나오는지를 봐야 합니다.

즉, 이 연구는 Watson 이 트레이닝 가능하다는 가능성 정도를 본 것일 뿐, 정확도를 설득력 있게 나타내어 준다고 이야기 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제가 강의 등에서, 앞선 MD Anderson 의 결과는 설명해드리지만, 후자인 MSKCC의 결과를 절대 인용하지 않는 것이 그러한 이유입니다. 신문 기사를 볼 때에 예의 “대장암 98%, 직장암 96% …” 라는 문구가 나오면, “이 기자님은 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으셨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Watson은 과연 의료기기일까

Watson 의 정확성을 증명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슈는 결국, “Watson 은 의료기기인가?” 하는 중요한 문제와 직결되게 됩니다. 만약 Watson 과 같은 인공지능 CDSS (Clinical Decision Support System)이 의료기기라면 FDA나 식약처의 의료기기 인허가 과정을 거쳐야만 의료계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별도의 인허가 과정 없이 사용될 수 있는 것이지요.

사실 식약처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 오랜 기간 고민을 해왔고, 최근에 저도 식약처 첨단의료기기과의 전문가 회의에 참석해서 의견을 밝혔던 적이 있습니다. 이 이슈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만, 일단 복지부에서는 ‘의료기기가 아니다’ 라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청년의사 기사에 따르면, 복지부 관계자는  “(의사들의 왓슨 활용은) 평소 의사들이 진단과 처방을 내림에 있어 관련 서적과 논문 등을 참고하는 것과 같은 성격으로 봐야 한다”며 “때문에 의료법상 왓슨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생각” 이라고 언급했다고 합니다. 보다 발전된 의학교과서의 개념이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저는 의견이 조금 다릅니다.

Watson 이 단순히 치료법에 대한 레퍼런스를 제공해주는 것뿐만이 아니라, 치료법에 대한 우선순위를 결정해주기 때문입니다. 현재 Watson for Oncology 는 자신의 치료 권고안을 초록색-주황색-빨간색의 3단계 우선순위로 점수를 매겨줍니다. 다양한 치료법 중에서 이렇게 우선 순위를 매겨준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료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과서는 치료법을 결정해주지 않지만, Watson은 상당부분 결정을 해서 알려준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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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주황/빨강으로 분류된 Watson for Oncology 의 치료법 권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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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치료 권고안에 대한 근거 자료

비록 최종 결정은 의사가 내린다고는 하지만, Watson 의 권고안이 의사의 결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 FDA 가 의료기기와 비의료기기를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은 위해도입니다. 오작동했을 경우 환자에게 큰 위험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면 의료기기로 분류되는 것입니다.

특히, Watson 은 의료 지식의 민주화를 목표 중의 하나로 손꼽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더 적용되는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희귀한 암 환자 사례를 충분히 접하기 어려운 1, 2차 병원의 경우에 Watson 을 도입하면 MSKCC 의 숙련된 종양내과 의사와 협진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를 보더라도 Watson 이 의료기기가 아니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Watson 을 의료기기로 분류하고 관리하는 것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바로 Watson 이 끊임 없이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Watson 은 매일 쏟아져 나오는 논문 등의 지식을 반영하여 치료법을 권고합니다. Watson의 지식 기반이 끊임 없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기 때문에, 어제의 Watson 과 오늘의 Watson 이 동일하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즉, 동일한 환자에 대해서 어제 Watson 의 권고안과 오늘의 권고안이 달라질 가능성이 적게나마 있는 것이지요.

기존의 의료기기 관리 기준이라면, 내부 알고리즘이나 작동 원리에 변동이 있을 경우에 인허가를 다시 받아야 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Watson 과 같이 실시간으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시스템의 경우에는 인허가를 끊임없이 새롭게 받아야 할까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부분일 것입니다.

때문에 FDA에서도 Watson 에 대해서는 뚜렷한 판단을 내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작년에 IBM 이 미국 의회에 Watson 을 의료기기로 분류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로비를 했다는 기사도 있긴 했습니다만, 그 결정에 대해서 크게 알려진 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인공지능 시스템의 관리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일단은 네거티브 규제 (부작용이 아주 크지 않으면 일단 허용해주고, 문제가 생기면 제재를 취하는 방식) 방식을 택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Watson 과 길병원에 거는 기대

이번 길병원의 Watson 도입에 대해서 다소 장황하게 써보았습니다. 이제 국내에도 본격적으로 도입된 Watson 이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 저는 걱정 반 기대 반입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Watson 이 단기간 내에 길병원에 혁신적인 성과를 가져다 주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무엇보다 의료진이 사용에 번거로움이 있으며, 국내 의료 여건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러운 점입니다. 또한 Watson을 활용한 결과, 환자, 의료진, 혹은 병원에 어떤 식으로든 효용을 얻고 있음을 증명해야 하는데 단기간에 이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진료수의 증가, 환자 치료 효과의 증대, 진료 효율성의 증대가 Watson 때문이라는 것을 증명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혹자는 ‘이번 길병원의 Watson 도입은 마케팅 수단일 뿐이다’ 라며 평가절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병원이 하지 못하는 일을 선도적으로 과감하게 진행한 길병원의 결정에 대해서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Watson 이 유용하게 활용되어서 국내 의료계에 좋은 선례를 남겨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이제 이 Watson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길병원에 남겨진 숙제가 되었습니다. 벌써 주위에서는 길병원의 Watson 관련 선생님이 어느 학회에서 발표한다는 등의 이야기가 들립니다. 저도 그 결과를 기다려보겠습니다.

 

*** 제가 개인적으로 길병원 종양내과에는 친분이 있는 선생님이 없습니다. 혹시 사용해보신 선생님께서 이 글을 보게 되시면 제 페이스북 메시지나 이메일 (yoonsup.choi@gmail.com) 등으로 간략하게라도 피드백을 주시면 매우 감사하겠습니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트랜스링크 캐피털,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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