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30th April 2017,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애플의 개인 건강 기록 스타트업 Gliimpse 인수의 의미

Yoon Sup Choi August 25, 2016 Digital Healthcare Comments Off on 애플의 개인 건강 기록 스타트업 Gliimpse 인수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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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올해 초 헬스케어 스타트업 Gliimpse를 인수한 것이 Fast Company의 기사를 통해 며칠 전 알려지면서,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애플의 대변인은 “애플은 때때로 작은 기술 회사들을 인수하곤 한다. 그리고 우리는 보통 그 목적이나 계획에 대해서 공개하지는 않는다 (“Apple buys smaller technology companies from time to time, and we generally do not discuss our purpose or plans.”) 고 이야기 하면서 간접적으로 인수 건을 시인했습니다. 인수 금액에 대해서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변함 없는 애플의 헬스케어 전략

이러한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인수건을 두고, 최근 스탠퍼드의 소아내분비내과 전문의 Dr.Rajiv Kumar 의 전격 채용 소식과 함께, “아이폰 판매량이 둔화된 애플의 새로운 무기가 헬스케어다 ” 는 식의 해석도 나옵니다만. 글쎄요. 중요한 뉴스이기는 합니다만, 또 지나친 확대 해석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애플이 ‘인수’ 라는 전략을 사용했다고 하는 것이 특이하기는 합니다만, 애플이 헬스케어 분야에서 지난 2-3년간 지속적으로 진행해온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하면 그리 예상할 수 없는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애플은 지속적으로 헬스케어 분야에 대해서 투자해왔으며, 이번에 전략을 바꾸거나 한 것은 아닙니다. 의료 관련 인력의 채용도 이미 2014년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진행된 것입니다.

다만, 인수라는 방식을 통한 것은 조금 재미있는데요. 구글, IBM 등은 헬스케어 분야에서 최근 몇년간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를 하거나, 인수를 활발하게 진행해왔습니다. 하지만 제 기억에 애플이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인수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인 것 같네요. 올해 초 애플은 얼굴 표정을 분석하여 감정을 읽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는 Emotient를 인수한 것 정도를 넓은 의미의 헬스케어 스타트업 인수 사례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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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IBM의 경우에는 헬스케어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인수와 투자를 진행 중입니다
(출처: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 연구소)

 

건강 데이터 플랫폼 회사 Gliimpse

Gliimpse 는 2013년 창업한 신생 personal health data platform 회사입니다. 즉, 미국인 개인들이 주도권을 갖고 각종 interoperable 하지 않은 전자의무기록 등의 여러곳에 분편화 되어 있는 의료 데이터를 수집하고, 공유할 수 있게끔 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힐끗보다’ 는 의미의 영어 단어 glimpse 의 변형된 철자를 회사 이름으로 쓰는 것도, 복잡하고 흩어져있는 의료 데이터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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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iimpse의 홈페이지에 나오는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보면, “우리는 마법과 같은 기계를 만들었다. 그것은 이해하기 어려운(incomprehensible) 전자의무기록을 이해하기 쉽고, 표준화된, 인간과 기계가 모두 이해하기 쉽고 사용하기 쉬운 형태로 바꿔놓는다” 고 하고 있습니다. (인수건 공개 직후에는 살아 있던 Gliimpse의 홈페이지는 이제 비공개가 된 것 같습니다)

“We’ve built a magical machine. It takes incomprehensible electronic medical records and turns them into understandable, standardized, coded elements (Loinc, RxNorm, CPT, ICD and Snomed), and terminology that both humans and machines can easily understand and use,”

Gliimpse 의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은 1980년대에 애플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경력을 시작하여 헬스케어 산업 창업을 성공시켰던 Anil Sethi 인데요. Sethi의 링크드인에 보면, 유방암 환자인 여동생이 의료 서비스의 소비자로서 자신의 의료 데이터에 접근하거나 공유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As a consumer of healthcare, I leave behind a bread-crumb-trail of medical info wherever I’ve been seen. But, I’m unable to easily access or share my own data. Obamacare is one of several forcing functions federally mandating physicians and hospitals give us our data: meds, labs, allergies . . .you get the idea. However, there’s no single Electronic Health Record that all physicians use, sigh. Worse, there isn’t even a common file format across a 1000+ systems.

의료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수집하고, 이를 사용자간, 환자-병원, 환자-의사, 환자-연구자 사이에서 보다 편리하게 공유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은 HealthKit (2014), ResearchKit (2015), CareKit (2016) 등 애플의 헬스케어 플랫폼이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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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HealthKit 플랫폼의 구조 (출처: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 연구소)

HealthKit 의 경우에는 아이폰에 모인 각종 헬스 데이터를 병원에 효과적으로 공유하기 위해서 미국 대형병원의 EMR에서 시장점유율 50%가 넘는 Epic Systems 와 연동시키기도 하였습니다. 사실 몇몇 EMR을 끌어들이더라도 (Sethi의 링크드인 설명에 따르면) 1,000가지 이상으로 다양한 의료 데이터 파일 포멧을 포괄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또한 올해 초 발표한 CareKit 의 주요 기능 중의 하나인 ‘Connect’ 의 목적도 사용자들이 의사나 가족과 건강정보를 공유하기 용이한 앱을 만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기업 가치등은 따져봐야겠지만, 밸류체인 상으로 바로 뒷단에 있는) 애플이 Epic 등 EMR 기업을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만, EMR의 데이터들을 자동으로 긁어와서 통합하는 솔루션을 가진 Gliimpse 를 인수하는 방향을 택했네요.

 

Gliimpse의 향후 활용 방안: HealthKit에 날개 달기?

Fast Company, WSJ 등 언론에서는 Gliimpse 가 인수 이후에 애플 진영에서 어떻게 활용될지는 아직 확실히 알기 어렵다고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애플이 헬스케어에서 추구해온 방향을 보면 HealthKit 와 CareKit 등에서 데이터를 사용자간, 환자-병원 간 공유하고, 환자가 자신의 의료 데이터를 저장, 수집, 관리하는 프로세스에 Gliimpse의 기술이나 서비스가 녹아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HealthKit 플랫폼이 2014년 출시 이후 대형 병원들과 연동되거나 협업이 생각만큼 원활하게 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HealthKit 가 미국의 대형 병원들을 대상으로 저변을 계속 넓혀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새로운 병원에 도입 소식이나, 기존 병원에서 HealthKit 의 효용에 대한 소식을 듣는 것이 좀 뜸해졌습니다. 이는 병원 쪽이든 환자 쪽이든 HealthKit 의 도입이나 사용에 걸림돌이 있다는 것이고, 가장 가능성 있는 문제 중의 하나는 역시 Gliimpse가 해결하려고 하는 데이터 호환이나 공유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Gliimpse 의 알고리즘이 여러 EMR 등에 흩어져 있는 개인 환자들의 과거 진료기록, 혈당, 혈압, 활동량 등등의 수치를 자동으로 긁어오고 이를 HealthKit 에 저장할 수 있다면 사용자와 병원 모두에게 큰 효용을 제공할 것입니다. (차기작에 헬스케어 기능이 추가될 것이라고 루머가 계속 돌고 있는) 애플워치 등의 기기의 활용도 역시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이렇게 만약 Gliimpse의 인수가 애플이 기존 HealthKit 에 가지고 있던 여러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애플의 헬스케어 시장 진출을 가속화시킬 수만 있다면, 애플로서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960-apple-purchases-personal-health-data-startup-gliimpse(이미지 출처: technewstoday)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블로거,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