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20th October 2017,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칼럼] 자체 임상시험 하고, 의료기기 직접 만들고, 참여하는 환자들의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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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매일경제신문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분량 제한 때문에 다 실리지 못한 원본을 올려드립니다. 매경에 실린 칼럼은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미래의 의료가 지향하는 바를 흔히 ‘4P 의료’ 라고 표현한다. 예방 의료, 예측 의료, 맞춤 의료, 참여 의료 등 P로 시작하는 네 단어로 의료의 궁극적 지향점을 나타낸 것이다. 이번에는 참여 의료, 즉 환자들의 참여를 통한 의료의 혁신을 이야기 해보려 한다.

과거에 의료는 공급자 중심이었다. 의사는 모든 의학적인 전문성을 독점하고 있었으며, 환자들은 의료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제공받기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일뿐이었다. 하지만 IT 기술의 발달은 이러한 구도를 바꾸고 있다.

환자들은 이제 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능동적인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과거에 비해 의료 정보에 대한 비대칭성이 해결되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의료 데이터를 만들어 내는 주체가 되어 가고 있다. 예전에는 서로 존재조차 알 수 없었던 환자들이 서로 연결되며, 크라우드 소싱 및 오픈 소스 운동을 통해 의료계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스스로 모색하기도 한다.

기존에 의료 데이터란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여 의사를 통해 측정하는 것이었다. 환자가 비용을 부담하고, 본인의 신체에 대한 정보이지만 그 결과물은 병원 내부에 남게 된다. 환자는 그 데이터의 사본을 종이 인쇄물이나 CD의 형태로 얻을 수 있을 뿐었다.

하지만 이제는 환자가 스스로 의료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관리하는 주체가 된다. 스마트폰, 사물인터넷 센서, 웨어러블 기기, 개인 유전정보 분석 등을 통해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측정할 수 있다. 이는 환자들이 의사를 거치지 않고 병원 밖에서 스스로 만들어내므로 기존의 의료 데이터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더 나아가, 연결된 환자들은 자신의 데이터를 온라인에서 서로 통합하고, 분석해서 혁신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흔히 ‘환자들의 페이스북’ 으로 비유되는 미국의 페이션츠라이크미(PatientsLikeMe)는 환자들을 위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이다. 무려 40만명이 넘는 환자들이 이 플랫폼을 통해서 서로 교류하고 있다. 자신의 ‘담벼락’에 복용한 약, 치료법, 부작용 등의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는데, 이를 모두 모으면 엄청난 규모의 빅데이터가 된다.

환자들은 이 플랫폼을 통해서 새로운 치료법을 스스로에게 직접 적용해보는 일종의 자체적인 임상 시험을 진행하기도 한다. 2008년 국립과학아카데미연보 (PNAS)에는 리튬이 루게릭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실렸다. 이에 페이션츠라이크미에 등록된 루게릭병 환자들은 스스로 리튬을 복용하면서 그 결과를 서로 공유하는 자발적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리튬이 루게릭병에 효과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기존 연구를 반박하는 이 새로운 방식의 연구 결과가 2011년 네이쳐에 실렸다. 기존 연구에 참여한 환자는 44명에 불과했으나, 페이션츠라이크미의 연구에는 무려 350여 명의 루게릭병 환자들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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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서 환자들은 불편함을 느낀 의료기기를 해킹하고 이를 오픈소스 형식으로 배포하기도 한다. 당뇨병 환자들은 하루에도 여러 번 혈당을 측정해야 한다. 최근에는 손가락에 피를 내지 않고, 복부에 작은 센서를 삽입해서 연속으로 혈당을 측정하는 덱스콤 등의 연속혈당계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혈당 수치와 변화를 거의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므로 여러모로 편리하다.

문제는 이 연속혈당계의 수치를 복부 센서와 가까운 거리에서 전용 기기로만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연속혈당계의 대표적인 사용자는 소아당뇨병 환자들인데, 보호자가 직장에 있는 동안 자녀의 혈당 수치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이러한 불편함을 절감한 소아당뇨병 환자들의 부모들은 ‘나이트스카우트’라는 비영리 프로젝트로 힘을 합쳤다. 스스로 혈당측정기를 해킹해서 혈당 수치를 클라우드에 업로드하고, 이를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언제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혈당계 해킹 방법을 오픈소스로 만들어 온라인에서 무료로 배포하자, 당뇨병 환자들의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FDA 승인을 받지 않은 의료기기의 개조법이었지만, 환자들이 기기를 해킹하여 스스로에게 사용하는 것을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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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당뇨병 환자들은 아예 인공 췌장을 스스로 제작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인슐린 분비가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 환자에게 혈당 수치를 적정하게 유지시켜주는 인공 췌장은 그야말로 꿈의 기술이다. 하지만 십년 넘게 인공췌장의 임상시험이 끝나기만을 기다려온 환자들은 이제 DIY 방식의 인공 췌장을 만들어서 자신에게 적용하기에 이르렀다.

‘오픈APS’ 라는 비영리 단체는 시중의 연속 혈당계, 인슐린 펌프, 소형 컴퓨터, 외장 배터리 등을 연결하여 인공 췌장을 만드는 방법을 역시 무료 오픈소스로 배포하고 있다. 허가 받은 의료기기가 아니며 안전성이 완전히 검증되지도 않았지만, 많은 환자들이 이 DIY 인공췌장을 사용하고 있으며 만족도 역시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이 프로젝트의 리더들이 백악관에 초청 받아 오바마 대통령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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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환자들은 이제 의료의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스스로 데이터를 생산하고, 임상 시험을 스스로 만들며, 의료 기기까지 DIY로 제작하는 적극적인 참여자로 변모하고 있다. IT 기술이 발전할수록 환자들의 권한은 더욱 강해질 것이며, 환자들이 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식이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참여는 의료 혁신의 원동력이 될 것이며, 의료계와 규제기관은 이를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트랜스링크 캐피털,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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