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13th December 2017,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칼럼] ‘닥터 알파고’ 의 세 가지 역할

Yoon Sup Choi April 9, 2016 Big Data, Column, Digital Healthcare Comments
ai column

*매일경제신문에 제가 기고한 칼럼입니다. 앞으로 격주로 매경의 IT/과학 섹션에 ‘최윤섭의 디지털 헬스케어 혁명’ 이라는 제목으로 실리게 됩니다. 이번 칼럼의 원본은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알파고가 한국을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지만, 그 여파는 아직 가시지 않은 것 같다. 이세돌 9단의 예기치 못했던 패배는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도 위기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고차원적 사고가 필요한 바둑 이외의 다른 분야에서도 향후 인공지능이 ‘인간’ 전문가들의 자리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알파고가 예상외로 선전하자 의료계에도 이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불과 한두 달 전, 필자가 한 개원 의사 모임 강의에서 “인공 지능이 향후 의사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음에도, 원격 의료 질문만 쏟아지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사실 의료는 예전부터 인공지능이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는 분야이며, 이미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그런 성과들이 알파고 사태를 계기로 주목받게 되었을 따름이다. 이러한 인공지능은 향후 진료 방식과 의사의 역할에도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필자는 인공지능의 의료 분야 활용을 크게 세 가지로 본다.

첫 번째는 전자의무기록, 유전 정보 등 복합적인 데이터를 분석하고 통찰력을 제공하는 역할이다. 대표적으로 IBM 왓슨이 여기에 속한다. 전자의무기록에 저장된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암 환자에 대한 최적의 치료법을 의사에게 권고해주는 것이다. 2013년 미국의 MD 앤더슨 암센터에서 200명의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왓슨의 치료법이 실제 의사들의 판단과 80% 이상 일치했다.

두 번째는 방대한 학습량을 기반으로 특정 종류의 의료 데이터를 해석하고 판독하는 역할이다. 엑스레이, MRI 등 영상의학 데이터나 암 조직 검사와 같은 병리 데이터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알파고 덕분에 일반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딥러닝 기술이 특히 이미지 분석 분야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낸 덕분이다.

국내에는 딥러닝을 의료에 활용하려는 루닛과 뷰노라는 두 스타트업이 있다. 작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쟁쟁한 참가자들이 경쟁하는 이미지 인식 대회에서 나란히 5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 회사들이다. 딥러닝을 이용해 루닛은 유방 엑스레이, 조직 검사 데이터 판독에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뷰노 역시 폐 CT, 골연령 분석 등에서 의사와 동등하거나 더 나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세 번째는 심전도, 혈당, 혈압 등의 연속적인 생체 데이터를 분석하여 위험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거나 예측하는 역할이다. IBM과 캐나다 온타리오 공과대학은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센서로 측정한 조산아들의 생체 신호 패턴을 분석하여 패혈증을 24시간까지 조기 발견에 성공했다. IBM은 최근 연속 혈당측정계로 측정한 당뇨병 환자들의 혈당 수치를 왓슨이 분석하여 저혈당증을 3시간까지 미리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뷰노에 따르면 심전도 데이터를 딥러닝으로 분석하여 약 90%의 정확도로 부정맥 발생을 10분 전에 예측할 수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환자를 진단하고, 영상의료데이터를 판독하며, 환자의 위험 징후를 예측해주는 등 다양한 의료 분야에서 진전을 보여주고 있다. 향후 이러한 인공지능은 결국 의사의 자격과 역할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미국 네바다 주는 2012년 구글의 무인자율주행차에게 운전면허를 발급했다. 또한 지난 2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연방법 체제에서 구글의 자율주행차를 ‘운전자’로 인정할 수 있다고까지 밝혔다. 즉, 이제 미국에서 법적으로 운전자는 반드시 인간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런 일이 의료에서도 일어난다면 어떨까? 필자가 작년 말 참석했던 한 미국 학회의 패널토의에서 IBM 왓슨이 미국 의사면허시험을 통과하면 어떻게 될지에 대해 논의가 진행된 적이 있다. 토의에 참여한 IBM의 담당자는 몇 년 뒤라면 기술적으로는 인공 지능의 시험 통과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만약 인공지능이 의사국가시험을 통과한다면 과연 이를 의사라고 불러야 할것인가. 이런 인공지능을 진료에 어떻게 활용해야 하며, 어디까지가 인간 의사의 역할이고 어디부터가 인공지능 의사의 역할인가. 인공지능 의사가 실수할 경우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이제 이러한 이슈들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때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트랜스링크 캐피털,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