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14th December 2017,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디지털 기술은 임상 연구를 어떻게 혁신하는가 (6) 피트니스 트레커와 키넥트의 활용

Yoon Sup Choi February 19, 2016 Digital Healthcare, Precision Medicine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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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제약회사, 의료전문가, 생명과학자 들의 임상 의학 연구도 혁신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은 임상 연구를 어떻게 혁신하는가’ 시리즈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 부분별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는 피트니스 트레커와 마이크로소프트의 키넥트를 이용한 임상 연구 및 질병 증상의 정량적 측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본 시리즈의 지난 글들은 아래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1. 임상 시험을 위한 인공 지능과 소셜 네트워크
  2. 원격 임상 시험
  3. SNS를 통한 신약 부작용 발견
  4. 검색어 분석을 통한 신약 부작용 발견
  5. 먹는 센서를 이용한 임상 시험

핏빗은 환자의 회복 속도를 알고 있다

‘신체에 착용하는 기기’인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컴퓨터의 새로운 미래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거의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부위에 착용하는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이미 출시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만큼 다양한 종류의 기기가 나와 있다. 안경, 손목 밴드, 목걸이, 반지, 복대, 의복, 신발 깔창, 안대 등 갖가지 형태의 기기가 다양한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여러 형식의 웨어러블 기기 중 가장 대중화된 것은 손목에 착용하는 피트니스 밴드(fitness band)일 것이다. 이런 기기들은 주로 가속도계, 자이로미터 등의 센서를 이용하여 보행수, 이동 거리, 칼로리 소모량 등 사용자의 활동량을 측정한다. 시중에 출시되어 있는 핏빗, 미밴드, 조본업, 미스핏, 베이시스, 애플 워치 등 다양한 브랜드의 디바이스가 사용자의 손목에 부착되어 활동량을 측정한다.

그중에 핏빗(Fitbit)은 피트니스 트레커 중 대표적인 기기 중 하나이다. 핏빗은 지금까지 활동량 측정계 시장의 세계 점유율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기기로, 2013년 피트니스 트레커 판매량 중 58%를 차지하였으며, 2014년 1분기에도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했다. 2015년 1분기에는 시장 경쟁 격하로 점유율이 34.2% 로 하락하였지만, 여전히 1위 자리를 내어놓지 않고 있다. 2014년까지 누적 판매량이 1000만 개를 넘어섰던 핏빗은 2015년 3분기까지 누적 판매량 3000만 개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사용자의 보행수에 기반하여 활동량을 측정하는 이러한 피트니스 밴드는 일반적으로 의료용 기기로 분류되고 있지는 않지만, 의료 분야에서도 다양한 활용도를 가질 수 있다. 환자의 활동량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은 때로 중요한 지표가 되지만, 기존의 방식으로는 정량적으로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핏빗과 같은 간단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여 혁신적인 연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의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은 2013년 심장 수술을 받은 고령 환자들의 회복 정도를 핏빗을 이용한 활동량의 측정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핏빗의 다양한 제품 라인업 중에 가장 간단한 클립 형태인 핏빗 원(Fitbit One)을 수술 후 환자들의 발목에 부착하여 활동량을 측정한 것이다.


환자의 발목에 Fitbit One 을 부착하는 방식이었다 (이미지 출처: 논문)

그 결과 더 많은 걸음을 걸었던 환자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걸음을 걸은 환자들보다 수술 후 회복 속도가 빨랐으며,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기간도 더 짧았다. 예를 들어, 중환자실에서 나온지 이틀째 되는 날, 추후 일찍 퇴원하게 된 사람들은 평균 675 걸음을 걸었던 반면,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했던 사람들은 108 걸음 정도를 걸었다. 두 그룹 사이의 활동량 차이는 세 번째, 네 번째 날에도 유의미하게 격차가 벌어졌다.

이 연구에 따르면 저렴하면서도 간단한 형식의 일반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해서 효과적으로 환자들의 예후를 예측하고, 입원 기간을 결정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기존에는 환자의 활동량을 객관적,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간호사의 메모 정도로만 포함되고 의사들이 의사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는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처럼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이용하면 무선으로, 객관적이며 정량적인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의료진은 예상보다 회복이 더딘 환자들을 파악할 수도 있고, 환자들의 입원 기간을 미리 예측함으로써 제한적인 병원의 공간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피트니스 트레커를 이용한 신약 효능 검증

피트니스 트레커의 대명사 핏빗은 신약의 효능을 입증하는데 쓰이기도 한다. 다국적 제약사 바이오젠 아이덱 (Biogen Idec)은 2014년 12월 핏빗을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인 다발성 경화증 (mutiple sclerosis) 환자의 모니터링과 신약 개발에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발성 경화증은 뇌와 척수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으로 감각 증상과 함께 운동 장애를 동반하는 질병이다. 감각 증상은 무감각, 얼얼한 느낌, 화끈거림 등의 이상 감각으로 나타나며, 운동 장애는 근력 저하에서부터, 반신 마비, 사지 마비까지 나타날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는 척수 침투에 의한 하지 마비가 가장 흔하다고 한다.

이처럼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은 운동 능력에 이상이 발생한다. 그래서 환자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것은 환자의 질병 진행 단계를 파악하고 신약 개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바이오젠 아이덱은 핏빗을 다발성 경화증 환자에게 나눠주고, 자사의 약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의 활동량에 차이가 나타나는지를 측정하기로 한 것이다.

기존에는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의 움직임의 변화를 상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바이오젠 아이덱의 최고의료경영자인 알 샌드록(Al Sandrock)이 언급한 것처럼, 일 년에 환자를 4번 진료한다고 하더라도 길어야 총 2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즉, 일 년 중 2시간을 제외한 모든 순간의 데이터는 놓치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소위 ‘3분 진료’를 하는 국내의 경우에 이러한 문제는 더 심각할 것이다)

하지만 핏빗과 같은 피트니스 트레커를 이용하면 다발성 경화증 환자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전반적인 활동량을 측정하여 질병의 진행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즉,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에게 핏빗을 나눠주고, 약을 복용한 그룹과 복용하지 않은 그룹의 활동량에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는지를 검증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약이 효과가 있다면, 약을 복용한 환자들은 복용하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더 높은 활동량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는 바이오젠 아이덱과 같은 제약사들이 값비싼 약에 대해 약가 보험을 적용받기 위해서 활용할 수 있다. 약에 대해 의료 보험 지원을 받는 것은 제약사의 입장에서는 환자에게 약을 판매하기 위해 중요한 부분이다. 최근 미국 의료 보험사나 약국 이윤 매니저 (pharmacy benefit manager)는 약값이 상승하면, 보험을 적용하는 약의 종류를 줄이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인 9,000만 명 이상의 약제 급여를 관리하는 익스프레스 스크립트 (Express Scripts)는 2014년 약효에 비해서 약값이 지나치게 비싼 44개의 처방약과 의료 기기에 대해서 보험금 지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제약사 베이어의 다발성 경화증 약인 베타세론(Betaseron)도 그중의 하나였다.

즉, 계속 보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비싼 약가를 매길 수 있을 만큼 그 약의 효과가 충분히 좋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바이오젠 아이덱은 다발성 경화증의 경우에는 핏빗과 같은 피트니스 트레커를 통해 약을 복용한 환자의 개선 정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미있게도 환자들의 이러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플랫폼으로, 앞서 여러 번 언급한 ‘환자들의 페이스북’, PatientsLikeMe 가 활용된다. 해당 연구에 동의한 환자들은 핏빗으로 측정한 데이터를 PatientsLikeMe 플랫폼에 저장하고, 이렇게 모은 데이터는 다시 바이오젠 아이덱으로 보내진다.

다발성 경화증 재발의 조기 발견도 가능할까?

더 나아가 피트니스 트레커를 이용하여 다발성 경화증의 재발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비영리 연구 단체인 ‘다발성 경화증 조기 치료 프로젝트 (Accelerated Cure Project for Multiple Sclerosis)’의 회장 로버트 맥버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환자의 보행 자세나 순발력에 대해서 미세한 차이까지 측정할 수 있다면 다발성 경화증 환자에게 유용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특히, 이 질병의 돌발적으로 재발하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병이 재발하기 전에 나타날 수 있는 행동이나 움직임의 미묘한 변화를 조기에 감지할 수만 있다면 큰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환자나 주변 사람들이 알아차리기에는 너무 미세할 수도 있지만,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이용함으로써 작은 변화도 감지해 낼 가능성도 있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질병의 재발에 앞서 예방적인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손목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로 사용자의 보행 자세를 미묘한 차이까지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을까? 국내의 스타트업 기업인 직토 (Zikto)의 피트니스 트레커는 보행 자세 인지를 대표적인 기능으로 내세우고 있다. 2014년 11월 국내 기업으로는 드물게 킥스타터에서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한 직토는, 시작한 지 24시간 만에 5만 불을 모금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직토는 2015년 7월 첫 번째 제품인 직토 워크 (Zikto Walk)를 출시하며 전세계 배송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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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토에 따르면, 직토 워크는 6축 센서를 통해 발에 전해지는 충격량, 보행 주기, 보폭, 팔의 3차원 궤도, 8가지로 분류한 보행 자세, 신체 부위별 (어깨, 허리, 골반) 비대칭 지수 등의 다양한 데이터를 세부적으로 측정한다.

보행에 대하여 다양한 측면의 데이터를 측정하는 것은 추후 다발성 경화증, 파킨슨병 등 움직임이나 활동량의 변화, 운동 장애를 수반하는 질병의 모니터링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소개한 메이요 클리닉의 심장 질환 수술 환자들도 단순히 걸음 수에 기반하여 활동량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세분화된 기준을 통해 환자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직토는 이러한 기능을 활용하여 서울아산병원과 척추 측만증 환자의 수술 전후 경과를 측정하는 임상 연구를 진행했으며, 유의미한 결과를 얻는 것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키넥트를 이용한 다발성 경화증 연구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는 사용자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기술과 기계학습 기술을 활용하여 다발성 경화증 환자의 증상을 정량화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2010년 처음 출시된 마이크로소프트의 키넥트는 게임기 엑스박스와 연결해서 사용하는 주변 기기로, 별도의 컨트롤러를 잡거나 신체에 부착할 필요 없이 사용자의 동작을 센서를 통해서 인식한다. 이 키넥트 센서는 실시간으로 사용자의 3차원적인 제스처를 인식하고, 관절 추정 정보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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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용자의 움직임을 간단한 기기를 통해 인식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키넥트는 일찍이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여러 서비스가 개발되어 왔다. 대표적으로 몸 전체를 이용하여 스포츠나 댄스 게임을 함으로써 활동량을 늘릴 수 있도록 장려한다든지, 집에서도 환자들이 정해진 움직임을 정확히 따라 함으로써 재활 운동이나 물리치료를 효과적으로 받을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 등이다.

특히, 키넥트를 통해 근골격계통 환자들의 재활을 돕는 미국의 리플렉시온 헬스(Reflexion Health)의 서비스 베라(Vera)나 캐나다의 진트로닉스(Jintronix)는 FDA 승인을 받기도 했다. 환자들은 키넥트의 가상 코치를 통해서 정해진 재활 프로그램을 따라 하고, 움직임 데이터를 재활 전문가에게 전송해서 검토받을 수도 있는 방식이다.

이런 기술을 활용하여 마이크로소프트와 노바티스는 어세스엠에스(Assess MS)라는 다발성 경화증 환자의 증상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 환자들의 증상을 정량적이고 일관성 있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왔다고 한다. 특히, 다발성 경화증의 증상 및 진행 속도는 환자마다 차이가 커서, 어떤 환자는 상태가 매우 빠르게 악화되지만 어떤 환자들은 수년 동안 안정적이기도 하다.

기존에는 의사들이 표준 테스트를 통해 환자의 정해진 움직임을 눈으로 관찰하여 환자의 증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테스트를 표준화하려고 하더라도 의사도 인간이기 때문에 주관적인 측면이 개입되고, 일관성이 떨어지기 쉽다.

이러한 측면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노바티스의 연구는 키넥트의 모션 인식을 통하면 환자들의 증상을 객관적이고 정량적이며, 일관성 있게 파악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이것이 가능해지면, 환자들의 시간에 따른 질병의 진행 정도 등을 파악하기가 더욱 용이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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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essMS 의 프로토타입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자들은 환자에게 특정 동작을 지시하면서, 예를 들어 팔을 편 채로 정지해 있거나, 팔을 폈다가 코를 만지고 이를 눈을 감고 반복하기 등을 하면서 키넥트를 통해 증상의 정도를 파악하는 것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각 동작들에 대해서 150-300 건의 비디오를 분석을 완료하는 등 기술의 초기 시제품은 완성된 상황이며, 향후 더 많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함으로써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높일 계획이다.

환자들의 동작을 기록한 데이터는 기계 학습 (machine learning) 기술을 통해서 정량적으로 평가받게 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기계학습 전문가 안토니오 크리미니시 (Antonio Criminisi)는 지금까지 기계 학습 기술이 주로 분석하던 CT나 MRI 같은 고정된 이미지 데이터보다 모션 데이터 분석은 더 어려우며, 이를 위해 더 많은 환자의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키넥트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처럼 항상 착용하고 다니는 기기가 아니기 때문에 환자들을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정확성만 보장된다면,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이 집에서도 간단한 장비를 통해 현재 병원에서 의사들이 평가하는 것보다 높은 빈도로 증상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통해 질병의 진행이나 재발에 대해서도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트랜스링크 캐피털,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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