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24th March 2024,
최윤섭의 디지털 헬스케어

Abbott의 연속혈당측정계 FreeStyle Libre, 유럽에서 승인

다국적 제약사 Abbott 의 연속혈당측정계 FreeStyle Libre 가 유럽에서 소아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승인을 받았습니다. 당뇨병 환자들에게 혈당 관리를 위한 혈당 측정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불편하고 번거로운 일입니다. 보통 손 끝에서 피를 내는 불편한 과정을 수반하기 때문에, 많은 당뇨병 환자들이 필요한만큼 자주 혈당 측정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이 활성화 되면서 사용자가 평소에도 스스로 자신의 데이터를 측정하고,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일상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들은 이미 1970년대부터 자가 혈당 측정을 권유 받아온, ‘수퍼 얼리 어답터’ 입니다.

당뇨병 패러독스

제가 여러 번 지적한 바 있듯이 현재 웨어러블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한계점 중의 하나는 바로 사용자들의 사용 지속성(engagement)이 낮다는 것입니다. 즉, 기기를 구매 혹은 선물 받은 이후에, 몇 달 지나지 않아서 상당수의 사용자들이 기기의 사용을 중단한다는 것입니다.

통계를 보면 구매후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지속적으로 착용하는 사용자들의 비율은 급격하게 줄어듭니다. Endeavour Partners 의 조사에 따르면 15개월이 지나면 50% 정도의 사용자가 남는다고 이야기 하지만, 제 개인적인 경험이나 느낌은 훨씬 짧은 시간에 많은 사용자들이 웨어러블의 사용을 중단하는 것 같습니다. Rock Health 자체적인 조사에 따르면 (n=10 이긴 합니다만) 6개월 내에 80%의 사용자가 그만두며, 제게는 이 데이터가 훨씬 현실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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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Rock Health)

소비자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잘 사용할 것인지에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통 사용자 니즈 (정말 그것이 필요한가)와 효용성 (그 제품을 이용하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가) 를 꼽습니다. 하지만 사용자 니즈도 클 뿐 아니라, 질병 관리라는 효용성이 높았던 혈당계조차 당뇨병 환자들이 잘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은 웨어러블과 퀀티파이드 셀프 (Quantified Self) 운동에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제 책에서는 이를 ‘당뇨병 패러독스 (Diabetes Paradox)’ 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혈당을 측정하는 일은 여러 단계를 거치는 번거롭고도 불편한 일입니다. 바늘로 손가락 끝을 찔러 피를 내야하며, 혈액을 스트립에 묻히고, 혈당을 측정하고, 이를 기록하거나 수치 따른 행동을 해야 합니다. 때문에 이 중 어느 한 단계라도 생략할 수 있다면 사용자 편의성이 크게 좋아질 수 있습니다. 특히 손에서 피를 내는 것을 생략할 수 있는 무채혈 혈당계에 대한 연구가 많았습니다.

또한 간헐적으로 측정하여 순간적인 혈당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연속적인 혈당의 변화량과 추이를 볼 수 있다면 혈당 관리에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소위 비침습적(non-invasive)이고 연속적(continuous)인 혈당 측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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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bott의 연속혈당게 FreeStyle Libre

이번에 승인 받은 Abbott 의 비침습 연속혈당계 FreeStyle Libre는 이런 조건을 충족시킵니다. 팔뚝에 동전 크기의 작은 패치를 부착하면, 이를 통해 피를 내지 않고서도 혈당을 2주 동안 읽을 수 있습니다. 사실 센서가 완전히 비침습적인 것은 아닌데, 0.2 인치 정도의 짧은 머리카락 두깨의 센서를 피하에 삽입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환자가 스스로 쉽게 삽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수신기의 화면에는 혈당 수치, 증가/감소 추세, 지난 몇시간 동안의 혈당 변화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센서를 이용하면 운동이나 식사를 하면서 거의 실시간으로 혈당 수치를 체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소아 당뇨병 환자가 수면 중에 저혈당증에 걸리지 않을지를 걱정하는 보호자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에는 밤중에 아이의 혈당을 측정하기 위해서, 자는 아이를 깨워서 손에 피를 내는 과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13살 제 1형 당뇨병 환자의 어머니인 Joanne Blackham 의 이야기다.

“저는 여전히 밤마다 제 딸의 혈당 수치를 (손가락 채혈을 통해) 측정하기 위해서 일어납니다. 대신 FreeStyle Libre를 써서 딸 아이를 깨우지 않고서도 혈당을 측정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I still wake up in the night to check my daughter’s blood glucose level with a [finger prick]. I’m very much looking forward to the day that I can use a FreeStyle Libre instead, so that I don’t have to wake her up to check her levels.”

사실 기존에도 비슷한 원리로 혈당을 측정하는 기기가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Dexcom의 G4 Platinum 연속 혈당계와 같은 기기입니다. 이는 복부에 역시 작은 패치를 부착하고 실형태의 센서를 피하에 삽입하여 세포간질액에서 연속적으로 혈당을 읽습니다.

하지만 부착하는 부위 말고도 FreeStyle Libre와 G4 Platinum 에는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 센서의 길이: FreeStyle Libre의 경우 피하에 삽입되는 센서의 길이가 0.2 인치 정도로 매우 짧습니다. 이는 G4 Platinum에 비해 세배 정도 짧은 길이이며, 삽입하는 과정도 간편하며 통증도 훨씬 적다고 합니다.
  • 기존 혈당계와의 calibration 필요 여부: G4 Platinum은 매일 기기의 수치를 기존의 채혈 혈당계와 비교하여 맞춰주는 calibration 을 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어떤 의미에서 G4 Platinum는 완전히 무채혈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FreeStyle Libre 는 별도의 calibration 필요 없이, 부착 후 한 시간만 지나면 2주간 계속 혈당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공장에서 출시될 때부터 factory calibrated 되어 있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 사용 가능 기간: G4 Platinum 의 사용기간은 총 1주일인 반면, FreeStyle Libre의 경우 2주 정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 혈당 수치의 자동 송신 여부: G4 Platinum이 지속적으로 혈당 수치를 전용 수신기에 전송해서 혈당이 너무 높거나 낮을 때 경고를 주는 반면, FreeStyle Libre는 팔뚝의 센서 근처로 수신기를 갖다대고 버튼을 눌러야만 수신이 됩니다. 따라서, 저혈당증 등이 빈번한 환자에게는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continuous monitoring을 하기는 하지만, 사용자가 passive 하게 수치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는 없는 형태입니다)
  • 가격: G4 Platinum의 경우에는 처음 사용하는 키트가 $900 가까이 하며, 일주일 사용하는 센서가 $70 정도 합니다. 반면 FreeStyle Libre의 경우 2주일 사용하는 비용이 $80 정도로 가격 경쟁력이 있습니다. (사실 미국에서 G4 Platinum은 보험 적용이 되므로, 환자의 부담금은 좀 더 적습니다)

FreeStyle Libre는 유럽에서 승인 받았으며, 이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네델란드, 독일, 벨기에,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등에서 사용 가능합니다. 아직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승인 받지 못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유효성과 안전성에 관한 임상시험이 이미 완료되었으며 (NCT02283411) 연내에는 미국에서도 허가 승인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아직까지 가격이나 사용법 등에서 다소 한계점이 있기는 하지만 기존의 일반적 혈당계보다는 연속 측정, 혈액 채취 여부 등에서 큰 개선점이 있었으며, Dexcom 의 연속혈당계와도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는 센서입니다. 향후 이러한 비침습/연속 혈당계가 더 발전한다면 당뇨병 환자의 삶의 질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About The Author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의료를 혁신하고 세상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벤처투자자, 미래의료학자,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 서울대학교병원 등에서 연구하였습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를 2016년에 공동창업하였고,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0여 개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였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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