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26th September 2017,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디지털 기술은 임상 연구를 어떻게 혁신하는가 (5) 먹는 센서를 이용한 임상 시험

Yoon Sup Choi January 31, 2016 Digital Healthcare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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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제약회사, 의료전문가, 생명과학자 들의 임상 의학 연구도 혁신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은 임상 연구를 어떻게 혁신하는가’ 시리즈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 부분별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는 ‘먹는 센서’ 를 이용한 임상 시험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본 시리즈의 지난 글들은 아래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1. 임상 시험을 위한 인공 지능과 소셜 네트워크
  2. 원격 임상 시험
  3. SNS를 통한 신약 부작용 발견
  4. 검색어 분석을 통한 신약 부작용 발견

 

약에 부착하는 ‘먹는 센서’

사물인터넷 (Internet of Things) 기술이 발달하면서 각종 센서들이 범람하고 있다. 여러 센서들 가운데서 가장 흥미로운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소화 가능한 센서 (ingestible sensor)’, 즉 먹는 센서이다. 실리콘밸리의 프로테우스 디지털 헬스 (Proteus Digital Health)는 환자들의 복약 모니터링을 목적으로 이 센서를 개발했다.

환자가 약을 처방 받은대로 복용하지 않는 것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불필요한 입원 및 사망을 초래하기도 하는 원인이 된다. 뉴 잉글랜드 헬스케어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환자가 처방에 따라 약을 복용하지 않는 것 때문에 연간 2900억 달러의 의료 비용이 낭비되며, 350만 건 이상의 입원과 125,000 건의 사망을 초래한다고 한다.

프로테우스의 이 센서를 활용하게 되면 환자가 약을 실제로 복용할 때에만 기록이 남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환자의 복약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약에 부착시키는 모래알 크기의 작은 센서는 복용 후 위산과 반응하여 미세한 전류를 발생시키게 된다. 이 전기적 신호는 복부에 착용한 전용 패치에 감지되어 스마트폰에 기록이 남게 된다. 마그네슘 등 무기질로 이루어진 이 센서는 전자를 내어놓은 다음 자연스럽게 소화되어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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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먹는 센서’ 는 정확하게 작동할 뿐만 아니라 안전성도 이미 검증되었다. 이미 2012년 FDA의 승인을 받았으며, 2010년에 유럽의 CE 마크를 획득하기도 했다. 또한 2014년  IEEE Trans Biomed Eng에 발표된 논문을 보면 412명 환자를 대상으로 20,993번의 복용을 거친 결과 99.1%의 정확성과 0%의 위양성 (false positive)를 보였다. 즉, 약을 복용한 경우 99% 이상의 정확도로 기록이 남게 되며, 약을 먹지 않았는데도 기록이 잘못 남게 되는 경우는 0% 라는 것이다. 이 과정 중에 부작용이 일어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먹는 센서의 임상 시험 결과 (출처: IEEE Trans Biomed Eng)
 

임상시험에 대한 제약사의 고민

이 기술은 특히 제약사들이 신약 임상 시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오랜 시간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신약 임상 시험은 제약사의 명운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상 시험을 거치면서 신약 후보 물질이 특정 질병에 효과가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적정 투여 용량은 무엇인지 등을 검증하게 된다.

하지만 임상 시험 과정에서 제약사들의 고민이 있다. 바로 임상 시험에 참여 하는 수백, 수천 명의 환자들이 정해진 조건에 맞게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 하는 것이다. 임상 시험의 결과를 바탕으로 신약 후보의 유효성, 안전성, 용법, 용량 등을 결정하기 때문에, 참여하는 환자들이 스스로 주어진 프로토콜 (용법과 용량 등)을 엄격하게 준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경구제의 경우 환자들은 보통 한 달 분의 임상 시험 약을 수령하여, 각자 집으로 돌아간 후 일상 생활을 하면서 약을 복용하게 된다. 문제는 제약사로서는 그동안 임상시험 참여자들이 정말 주어진 용법과 용량대로 정확하게 복용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임상 시험 연구자들은 환자들이 스스로 보고하는 것을 그대로 믿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약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정밀하게 판단해야 하는 제약사로서는 이 부분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만약 환자가 실제로는 약을 프로토콜 대로 약을 잘 복용하지 않았는데도, (의도적이든, 의도하지 않았든)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제약사가 내린 결론에도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임상 3상에서 실패하는 약 중의 45% 가 환자들이 프로토콜을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보고가 있다.

하지만 기존에 제약회사는 환자가 프로토콜을 준수했는지에 대해 환자 본인의 말을 믿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환자들은 수령한 신약 후보물질을 복용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실제로는 뒷거래를 통해 임상시험에 참가하지 못한 다른 환자에게 판매하는 등의 경우도 가끔 발생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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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센서’로 임상 시험 환자 모니터링

소화 가능한 센서 (ingestible sensor)를 이용하면 제약회사가 직면한 이러한 문제도 해결 가능하다. 프로테우스 디지털 헬스는 거대 IT 기업인 오라클과 함께 이 ‘먹는 센서’를 신약 임상 시험에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사실 오라클은 기존에 임상 시험 관리 솔루션을 제공해 왔다.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오라클의 임상 시험 관리 솔루션 (Health Science InForm)은 지금까지 5,000 여 이상의 임상 시험에 활용되어 왔다.

프로테우스의 먹는 센서는 오라클의 이 임상 시험 관리 솔루션에 통합되었다. 즉, 임상 시험에 사용되는 약에 ‘먹는 센서’를 부착하여 환자들에게 배분하고, 환자가 자택에서 이 약을 복용할 경우 이 기록이 오라클의 임상 시험 관련, 전자 데이터 수집 (Electronic Data Capture) 시스템으로 자동 전송 된다.

이로써 이제 제약사들은 임상 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들이 집에서 실제로 약을 언제, 얼마나 복용했는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제약 회사의 신약 임상 시험 프로세스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기술을 통해 제약사들은 단순히 환자들이 임상 시험 요건을 잘 준수하는지를 모니터링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후보 물질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해 더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이는 결국 임상 시험의 속도와 성공률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더 나아가, 임상 연구자들이 환자들로부터 자료를 수집하고, 취합하는 번거로운 과정과 그에 수반되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 기존에는 환자들이 직접 설문지를 작성하고, 임상 시험 연구자들은 남은 약의 개수를 확인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이 정보를 시스템에 수작업으로 입력해야 했다. 하지만 프로테우스-오라클의 시스템을 활용하면 이러한 과정을 모두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센서가 부착된 최초의 약?

프로테우스의 이 ‘먹는 센서’ 는 웨어러블 센서의 일종으로 볼 수 있겠지만, 단순히 신체에 부착하거나 착용하는 기기들과는 다른 상당히 특이한 포지셔닝을 구축하고 있다. 2012년 FDA 승인을 받았으며,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 등 몇몇 제약사가 이 기술을 권리를 획득하는 등 활발한 공동연구를 진행해왔다.

2015년 9월에는 프로테우스의 협력사인 오츠카 제약 (Otsuka Parmaceutical)이 최초로 이 센서를 부착한 경구제에 대한 승인을 FDA에 요청했다. 오츠카 제약이 기존에 시판 중이던 정신분열증 치료제 어빌리파이(Abilify)에 프로테우스의 센서를 부착한 형태의 약에 대한 신약 심사 청구를 한 것이다.

정신분열증과 같은 만성정신질환의 경우 약을 처방대로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들은 보통 약을 오랜 기간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도중에 복용을 중단하거나 처방받은대로 복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증상의 악화나 재발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프로테우스의 센서가 최초로 적용되는 질병이 왜 정신분열증인지를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2015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의 바톤 헬스 (Barton Health) 병원에서는 프로테우스의 센서를 일반 환자들에게 최초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에서 일반 환자에게 사용되는 최초의 사례로, 고혈압 및 관련 질환 환자가 대상이다. 캡슐 형태의 고혈압 약 속에 이 센서를 함께 넣는 형식으로 제공되는 것이다.  (프로테우스의 센서 자체는 이미 FDA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약과 별개로 동시에 복용하거나, 캡슐 속에 넣는 경우에는 추가적인 임상이 필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어빌리파이처럼 약에 부착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술을 활용하면 환자의 복약에 관한 데이터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기록되며, 환자의 동의하에 의사에게 전송된다. 의사는 대쉬보드를 통해 환자가 복약을 중단하는 등의 경우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복약에 관한 의사-환자 간의 의사소통이 개선될뿐만 아니라, 환자들 스스로의 질병 관리와 복약에 대한 권한과 책임감도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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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트랜스링크 캐피털,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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