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30th April 2017,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패션 브랜드 Fossil Group의 Misfit 인수가 가지는 의미

Yoon Sup Choi November 21, 2015 Digital Healthcare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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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11월 12일, 미국의 시계 브랜드 Fossil Group 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타트업 Misfit 을 $260m 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1984년에 창업한 Fossil Group 은 주로 시계와 쥬얼리를 만드는 패션 액세서리 제조사로 Fossil, Relic, Abacus, Zodiac Watches 등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으며, Adidas, Emporio Armani, Marc by Marc Jacobs, Burberry, DKNY, Diesel 등의 패션 브랜드의 시계를 만들고 있기도 합니다.

Misfit 은 손목에 착용하는 동그란 모양의 Misfit Shine 으로 잘 알려진 웨어러블 기기 제조 스타트업입니다. 2013년에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Indiegogo 에서 두달만에 무려 $846m 을 펀딩받으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데뷔했으며, 이후로도 Fitbit, Jawbone’s UP, Nike FuelBand 등과 함께 대표적인 활동량 측정계 중의 하나로 사랑받아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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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fit 의 제품들

 

웨어러블 시장의 경쟁 격화

활동량 측정계 웨어러블의 시장 경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강자인 Fitbit 이 버티고 있던 시장에 작년부터 샤오미 미밴드, 애플 워치 등이 새롭게 출시되면서, 경쟁은 점입가경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가장 대표적인 활동량 측정계는 역시 Fitbit 입니다. 2014년까지 누적 판매량이 10m 이상인 Fitbit 은 지난 6월 중순 나스닥 시장에서 총 $732m 규모의 자금을 유치하며 (소비자 가전 업계 역사상 최대규모) 기업 공개에 성공했습니다. 올 3분기까지 누적 판매량이 30m 개를 넘어섰다는 뉴스가 최근에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장 경쟁 격화에 따라서 시장 점유율 부동의 1위였던 Fitbit 의 위치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2013년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Fitbit 의 시장 점유율이 58% 에 달했지만, 2014년 4분기부터 계속 하락해서 2015년 2분기에는 24.4% 까지 하락했습니다. (2014년 4분기: 43.6% – 2015년 1분기: 32.9% – 2분기: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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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tbit 시장 점유율 하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역시 샤오미 미밴드와 애플워치의 출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2014년 3분기에 혜성 같이(?) 등장한 미밴드는 초저가를 앞세워,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2015년 1분기 시장 점유율을 자그마치 24.6%나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2015년 2분기에 출시된 애플워치도 20%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선전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더 많은 기능을 추가하면서 고가의 기기를 만드는 Fitbit 에 비해서, 샤오미 미밴드는 꼭 필요한 기능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면서 하위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습니다. 이는 크리스텐슨 교수의 ‘파괴적 혁신’ 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Fitbit 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가 매우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입니다. CEO Jame Park 은 패션과 디자인 쪽에 집중하겠다는 언급을 한 적이 있으며, 다음번에 나올 Fitbit 의 새로운 디바이스를 보면 이 회사의 전략이 극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봅니다)

이렇게 경쟁이 격화되면서 상위 5위권에 들지 못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들 (Other) 의 시장 점유율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나름대로의 브랜드 인지도를 가지고 있지만, 후발주자에 속하는 Misfit 역시 고민이 컸을 것이며, 이번 인수 건에는 이런 고민이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Fossil Group 과 Misfit 의 윈-윈

이번 인수로 인해서 Fossil Group 과 Misfit 모두 win-win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Misfit 은 기존의 Fossil Group 이 보유한 브랜드와 협력한 새로운 웨어러블을 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Misfit 은 예전부터 다이어트 앱 Noom, 보험사 스타트업 Oscar 등의 다양한 기업과 협력해왔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스와로브스키였습니다. 스와로브스키와 협력하여 새로운 디자인의 “Swarovski Shine” 을 만들었고, 지난 2015년 1월에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2015에서도 발표한 바 있습니다. Fossil Group 이 시계를 공급하는 많은 패션 브랜드와도 이런 방식의 협업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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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arovski shine

또한 스타트업으로서 생산 설비나 판매망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던 Misfit 은 이제 Fossil Group 의 풍부한 리소스를 활용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Fossil 은 연간 150개 국가에 50m 개 이상의 시계를 판매하고 있는 큰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웨어러블 시장은 (애플 정도를 제외하면) 전세계 판매 채널이 빈약한 스타트업들에 의해서 주도되어 왔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Misfit 의 시장 접근성은 다른 웨어러블에 비해서 크게 높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Fossil Group 역시 여러 측면의 이득을 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Fossil Group 은 매출의 감소로 주가가 하락하는 등 고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Fossil Group 등 전통적 시계 브랜드의 매출 감소의 원인이 다름아닌 애플 워치 등 웨어러블과의 경쟁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Fossil은 Misfit 의 인수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려 하는 것입니다. Fossil 은 시계 메이커로 잘 알려져 있지만, 쥬얼리, 선글라스, 지갑, 핸드백, 벨트, 신발, 의류 역시 생산하고 있습니다. Misfit 의 기술과 인력을 활용하면 기존에 생산하던 명품 시계와 쥬얼리 등을 모두 커넥티드 디바이스로 변모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웨어러블의 미래: 패션/쥬얼리와의 협업

현재 웨어러블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한계점 중의 하나는 바로 사용자들의 사용 지속성 (engagement)이 낮다는 것입니다. 즉, 기기를 구매 혹은 선물 받은 이후에, 몇달 지나지 않아서 상당수의 사용자들이 기기의 사용을 중단한다는 것입니다.

통계를 보면 구매후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지속적으로 착용하는 사용자들의 비율은 급격하게 줄어듭니다. Endeavour Partners 의 조사에 따르면 15개월이 지나면 50% 정도의 사용자가 남는다고 이야기 하지만, 제 개인적인 경험이나 느낌은 훨씬 짧은 시간에 많은 사용자들이 웨어러블의 사용을 중단하는 것 같습니다. Rock Health 자체적인 조사에 따르면 (n=10 이긴 합니다만) 6개월 내에 80%의 사용자가 그만두며, 제게는 이 데이터가 훨씬 현실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애플 워치는 몇달이 지나도 90% 이상의 사용자가 지속적으로 착용한다고 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격, 디자인, 포지셔닝, 사용자 심리 등이 조화된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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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Rock Health)

이렇게 ‘어떻게 하면 고객들이 제품을 지속적으로 착용하게 할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웨어러블은 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저는 그 답은 웨어러블 업계의 밖에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오래전부터 고민해온 곳이 바로 쥬얼리, 패션, 명품 브랜드 업계입니다. 패션 명품 브랜드라면 사람들이 갖고 싶고, 갖고 싶고, 자랑하고 싶게끔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웨어러블 제조사들도 이러한 측면을 잘 알고 있습니다. Fitbit 은 Tory Burch, Misfit 은 스와로브스키, 애플 워치는 헤르메스 등의 브랜드와 협업해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내의 활동량 측정계 스타트업인 직토 (Zikto)가 삼성물산의 패션 브랜드와 MOU 를 맺고 협업을 시작한다는 뉴스도 있었습니다.

 

패션/쥬얼리와 웨어러블의 경계가 사라진다

이와 같은 ‘과거의 협업’은 기술회사인 웨어러블 디바이스 제조사 중심의 협업이었습니다. 기존 디바이스의 껍데기에 협업사의 디자인을 입히는 정도의 수준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 ‘조금 더 예쁘기는 하지만’ 원래 디바이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제품이 나옵니다.

하지만 더 파괴적일 수 있는 부분은 반대로 기존의 명품 시계, 쥬얼리 등에 웨어러블의 기능을 부가적으로 추가하는 것입니다. 즉, 누가 시키지 않아도 사람들이 평소에 즐겨 착용하는 명품 시계와 쥬얼리에 눈에 띄지 않게 (seem-less) 내부적으로 활동량 측정 등의 기능이 추가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쥬얼리나 명품 브랜드는 현재 웨어러블이 고민하고 있는 사용 지속성과 대중화의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Fossil Group 은 이미 이런 움직임을 선도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지난 10월 Fossil은 안드로이드 스마트워치인 ‘Q’ 라인을 선보였습니다. 다른 스마트워치들 처럼 보행수와 칼로리 소모 등의 활동량을 측정할 수 있으며, 스마트폰으로 전화가 오면 알림을 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그런데 디자인은 아래와 같습니다.

Screen Shot 2015-11-21 at 11.40.45 AM일반 시계? 스마트 워치!

이 Q 라인의 시계들을 보면 겉으로는 지금까지의 시계와 전혀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소위 ‘스마트 워치’ 의 컨셉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입니다. 이번 Misfit 의 인수에 대해서도, Fossil Group의 CEO Kosta Kartsotis 는 “현재의 ‘스마트 워치’ 를 넘어서는 ‘더 스마트한 워치 (Smarter Watch)’ 를 만들겠다” 고 언급했습니다.

저는 예전 포스팅에서 쥬얼리 브랜드가 웨어러블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점을 전망한 바 있습니다만, Fossil Group 의 이러한 움직임을 보면 이미 웨어러블과 쥬얼리/명품 시계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봐야겠습니다.

쥬얼리 브랜드가 웨어러블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자체적으로 활동량 측정 기술을 개발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효율적인 것은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존의 웨어러블 기업을 인수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번 Misfit 의 인수처럼 말입니다.

그동안 웨어러블 시장은 테크 회사들에 의해서 주도되어 왔으며 M&A 역시 테크 회사들 간에 일어났습니다. (Jawbone 의 Body Media 인수 (2013),  인텔의 Basis Peak 인수 (2013) 등) 하지만 이제 패션 브랜드가 웨어러블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함으로써, 시장의 판도가 극적으로 달라질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 동안 시장 상황에서 매우 예외적으로 보이는 패션/쥬얼리 회사 Fossil Group 의 Misfit 인수는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블로거,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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