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13th December 2017,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인터뷰] “미래의 의사, 인공지능 때문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달라지는 것”

robot doctor

*최근 메디컬 옵저버와 진행한 제 인터뷰의 원문입니다. 기사에서는 분량 제한 때문에 내용이 다소 축약되었습니다. 메디컬 옵저버의 기사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가까운 미래에 의료계에서도 ‘인공지능’의 영향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장미빛 시작일까 아니면 불행의 서막일까? 성균관대 휴먼ICT융합학과 최윤섭 교수는 이제 인공지능이 의사와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하고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현재 의사가 맡고 있는 많은 역할 중에서 어떤 것이 인공지능에 의해서 자동화될 것인지 그리고 어떠한 부분은 마지막까지 인간의 역할로 남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 교수에게 다가오는 미래에 대비하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물었다.

 

– 기계와 인간이 경쟁하게 되는 시대, 소위 ‘인공지능’에 대해 언급해주셨습니다. 의학기술에서 인공지능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나요?

‘집적 회로의 성능이 2년마다 두 배씩 좋아진다’ 는 무어의 법칙처럼 디지털 기술은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의 발전에 따라서 인류는 이미 인공지능을 일상 생활이나 연구, 비즈니스에서 활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현재 인류는 아주 흥미로운 시기를 지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터미네이터’ 에서 나오는 것처럼 소위 강한 인공지능은 아니지만, 딥 러닝 (deep learning) 기술 등의 발전으로 방대한 데이터로 컴퓨터를 교육시키고 스스로 판단을 내리게 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컴퓨터가 인간 체스 챔피언과 퀴즈 챔피언들을 물리쳤던 것은 이미 과거의 일입니다. 구글페이스북 등이 개발한 얼굴 인식 알고리즘은 이제 사람의 얼굴을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인식합니다. 인공지능은 자동차를 운전하고, 고객이 좋아할만한 영화나 책을 추천해주고, 음성 명령을 알아듣고 과업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인공지능의 대표적인 활용 분야가 바로 의료입니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이미 의료 현장에서 인공지능은 활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공지능 IBM의 왓슨은 환자를 진단하고, 유전 정보를 분석하고, 임상시험을 도와주며, EMR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의 형태로 의학 분야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미지 분석 기술을 활용해서 병리학자들이 하듯이 암 조직 검사를 하기도 하고, 영상 의료 데이터를 분석하며, 응급실 등에서 측정하고 있는 심전도 등의 활력 징후 데이터에 기반하여 응급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경고를 주려는 시도도 있습니다. 연속 혈당 데이터를 분석하여 저혈당증을 미리 예측하기도 하고, 개인 유전정보 분석 결과와 웨어러블 기기 등으로 얻은 건강 데이터를 통합하여 개인에게 맞춤 건강 조언을 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이 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향후 더 커질 것입니다.

digital pathology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조직검사 등 병리학자의 역할을 하는 ‘디지털 병리학 (Digital Pathology)’ 분야도 발전하고 있다. 때로는 새로운 병리학적 판독 기준을 컴퓨터가 찾아내기도 한다. (Sci Transl Med. 2011)

 

-병원 내 IBM 왓슨 등 인공지능 도입이 늘면서 윤리적 문제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 생각으로는 자율주행 자동차와는 달리 의료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윤리적인 문제의 소지는 적다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인간 의사의 모든 역할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최종적인 의료적 의사 결정을 내리는 부분은 결코 대체될 수 없고, 대체 되어서도 안되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사실 “인공지능 의사와 인간 의사의 정확성을 비교할 수 있는가” 의 질문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후향적 연구를 통해서 인공 지능의 정확성을 판단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전향적 연구를 통해서 실제 환자에게 신약 임상 시험을 하듯이, 인공 지능과 인간 의사의 우위를 결정하는 이중맹검, 무작위, 대조군 테스트를 진행한다는 것은 기술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가능하지 않다고 봅니다. 결국은 인공지능과 인간 의사의 대결구도가 아니라, 서로 어떠한 방식으로 협력할 것인지가 문제입니다.

인공지능이 특정한 의료 분야에서 인간과 비슷하거나 더 정확해지는 수준으로 발전한다고 할지라도, 인공지능이 내놓은 치료법들 중에 무엇을 실행할지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인간 의사의 몫으로 남을 것입니다. 이러한 면에서 자율주행 자동차와 의료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동차가 차선을 바꾸거나, 좌회전을 할 때마다 인간 운전자의 허락을 받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최종 의사 결정권자가 지금처럼 인간으로 남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윤리적인 이슈는 현재의 상황과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IBM 왓슨 담당자 역시 이러한 부분에 동의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미래에는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는 일들이 점차 많아짐으로써 의사의 역할도 점차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의사의 역할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의사의 역할은 현재와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며, 이에 따라서 필요한 의사의 총 수는 줄어들 수 있습니다. 현재 의사들이 하는 역할들 중에 미래에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 때문에, 사라지는 역할, 새롭게 생겨나는 역할, 여전히 유지되는 역할이 있을 것입니다. 각 학과와 세부 전공별로 이 세 가지 역할을 잘 구분하고, 사라질 역할보다는 앞으로도 유지될 역할과 새롭게 생겨날 역할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실 이러한 변화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과거부터 새로운 의료 기술이 나올 때마다 의사들이 거쳐온 일반적인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의료는 기술의 발전에 영향을 많이 받으며 변화해온 분야입니다. X-ray, MRI, 로봇 수술, DNA 분석 등의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의사의 역할은 달라지고, 진화했습니다. 현재 임상을 하시는 의사들 중에, 전문의를 취득할 때 배웠던 것과 그 이후에 배웠던 것의 비중을 구분해보면 얼마나 이 분야가 빠르게 변화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때로는 아예 새로운 학과가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인공지능의 영향은 지금까지의 기술과는 달리 좀 더 폭넓고도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변화의 속도와 규모가 예전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실리콘밸리의 선각자 중의 한 명인 비노드 코슬라 (Vinod Khosla) 가 몇년 전 “80%의 의사가 기술로 대체될 것이다” 고 주장해서 여러 논란을 낳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을 “100명 중에 80명의 의사가 직업을 잃게 된다” 라기 보다는 “현재 의사가 수행하는 역할 100가지 중 기계도 할 수 있는 80가지는 대체되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역할 20가지가 남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의사의 역할이 생겨날 것이다” 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끝까지 인간의 몫으로 남을 인간의 고유한 역할, 그리고 인공지능의 활용으로 인해 새롭게 생겨날 역할이 무엇일지 고민해야 합니다.

 

-의사의 역할도 어떻게 변화할 것이라고 보시나요?

앞서 언급했듯이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의 도입으로 의사의 역할은 향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 다음의 큰 질문을 던져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기계적인 일을 정말로 기계가 모두 대신한다면, 남겨질 인간 의사의 역할은 무엇이며, 새롭게 생겨날 역할은 무엇일까?”

이 질문은 특히 현재 의료계에 종사 하시는 분들보다 현재 의과대학 학생이나, 수련하고 있는 선생님들께 필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 분들은 은퇴 전에 인공 지능의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딥 러닝이나 IBM 왓슨 등에 의해서 이미 영향을 받기 시작한 분야도 있습니다. 종양내과나 병리학과, 영상의학과 등이 그러합니다. 의대 학생들은 향후 전문 분야를 선택할 때에 이러한 요인들도 고려해야할 것입니다. 사실 전공을 선택할 때 이런 조언을 제게 구하는 선생님들이 이미 적지 않습니다.

직관에 의한 의사 결정이 아니라, 정량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나 근거에 기반하여, 논리적이고 단계적으로 내려지는 의사 결정 과정이라면 기본적으로 알고리즘화가 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동일한 환자나 데이터를 여러 의사에게 보였을 때 유사한 판단 과정을 거쳐서 유사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거나, 혹은 동일한 의사가 오늘과 3개월 뒤에 동일한 판단을 내리는 종류의 일이라면 인공지능화 할 수 있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의료에서 이러한 부분을 제외하고 남는 부분은 무엇일지 고민해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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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기계와 함께 달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 그렇다면 의학 교육도 이에 발맞춰 함께 변화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시나요?

네, 향후 의사의 역할이 달라지는 만큼, 당연히 의학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어떤 교육이 새롭게 필요할지는 기계로 대체 가능한 부분과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에서 자연스럽게 도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의 의학 교육에서 단순 암기에 대한 중요성은 덜 강조되어야 할 것입니다. 암기는 컴퓨터가 훨씬 잘하며, 새로운 정보도 더 잘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IBM의 왓슨이 가장 잘 하는 일이 인간의 언어 (자연어) 를 읽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인간과 달리 컴퓨터가 한 번 학습한 정보는 결코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반면 새로운 분야에 대한 연구 능력이나 창의성을 길러주는 교육, ‘인간으로서’ 환자를 대할 수 있는 인문학적, 커뮤니케이션 역량등이 더욱 강조되어야 할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활용된다는 점은 최신 지견, 정보, 기술적인 측면에서 지금보다는 의사들 사이의 격차가 훨씬 적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의사의 경쟁력은 기술적인 측면 이외의 소프트한 부분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큽니다. 기계 의사와 함께 일하기 위해서 인간 의사는 좀 더 인간다워져야 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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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강점을 가지는 부분: 상식, 딜레마 해결, 도덕, 공감, 상상력, 추상화, 일반화 능력 등
기계가 강점을 가지는 부분: 자연어 처리, 패턴 인식, 기계 학습, 지식 분류, 편견 없는 판단, 무한한 저장능력
(2015년 스크립스 중개과학 연구소에서 IBM Watson 세미나에서)

하지만 현재 의과대학의 커리큘럼은 이러한 역량을 발전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내 모 의과대학에서는 본과에서 전공 과목 이외의 과목은 커리큘럼에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이러한 커리큘럼으로는 미래에 경쟁력 있는 ‘인간’ 의사를 배출하기는 어렵습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국내 의과대학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는 교육도 필요할 것입니다. 인공지능이나 디지털 기술의 기초 원리를 알면 이를 활용하기가 훨씬 용이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하버드 의과대학에서는 바이오메디컬 인포매틱스 학과를 신설했습니다. 인공지능의 기초가 되는 기계 학습이 해당 분야에서 활용되는 주요 기법 중의 하나인 것을 고려하면, 이런 결정은 상당히 의미심장해 보입니다. 모든 의사가 인공지능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기본적인 프로그래밍이나, 통계학, 인공지능의 작동 원리 등은 현재 의과대학생들이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 자체를 배워야 할 것입니다. 어차피 수련을 끝낸 뒤에 의료 현장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해야 한다면, 이를 이용해서 환자를 더 효과적으로 치료하고 돌볼 수 있는 것을 배우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입니다. 국내에도 한국 IBM 에 왓슨 사업부가 신설되면서 병원으로의 도입을 타진하고 있고, 딥 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VUNO, Lunit 등의 스타트업은 이미 활발하게 국내 의료진들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타 새로운 의료 기술이 나왔을 때도 그러하였듯이,인공지능이 의료 현장에 도입된다면 연수강좌 등을 통해서 의사들이 이를 배울 필요가 있으며, 학생들과 수련의들도 전문의 취득 전에 이를 진료에 활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누가 이 활용법을 교육할 것이며, 어떠한 방식으로 교육하고 평가할 것인지 등에 대한 총체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제 기계와 함께 달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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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본사의 왓슨 관계자들이 최근 국내 병원들을 방문하여 활발한 논의를 거쳤다.
사진은 2015년 7월 9일 서울대학병원 세미나 장면.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트랜스링크 캐피털,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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