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13th December 2017,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애플의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심층 분석

Yoon Sup Choi June 3, 2015 Big Data, Column, Digital Healthcare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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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테크M에 제가 기고한 기사입니다. 분량 제한 때문에 기사에서 축약된 글의 원본을 올려드립니다. 기사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애플은 헬스케어 회사다. 맥북, 아이폰, 아이패드를 만드는 스티브 잡스의 그 애플 말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헬스케어 산업을 혁신하고 있는 지금, 그 선두에는 애플이 있다. 이제 애플을 빼고서 헬스케어를 논할 수 없으며, 반대로 헬스케어를 빼고서 애플을 논할 수도 없게 되었다. 

지난 몇 년간, 특히 최근 헬스케어 분야에서 애플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자면 필자는 경외를 넘어서 조금 무서운 느낌마저 든다. 애플이 그만큼 철저한 마스터플랜에 기반하여 미래의 디지털 헬스케어를 구현하기 위한 초석들을 계획적으로 차근차근 쌓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아직까지 헬스케어 사업에서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지는 못하지만, 향후 몇 년 내로 애플의 핵심 사업은 헬스케어가 될지도 모른다. 애플의 미래 전략의 핵심에는 헬스케어가 있다. 최근 팀 쿡을 비롯한 애플의 임원이 진행한 키노트에서 헬스케어가 언급되지 않은 적은 없다.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은 현재 헬스케어와 의료 분야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아이폰의 출시로 촉발된 모바일 기기, 사물 인터넷 (IoT), 클라우드 컴퓨팅, 빅 데이터, 인공 지능의 발전은 모두 디지털 의료를 비로소 구현하기 위한 핵심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그리고 애플은 이 퍼즐 조각들을 앞장서서 맞춰가는 중이다.

 

디지털 의학의 구현 3단계

필자는 디지털 의학의 구현을 크게 세 가지 단계로 보고 있다.

첫 번째는 개인에게서 만들어지는 모든 데이터가 측정되는 것이다. 스마트폰, 각종 모바일 기기, IoT 센서를 통해 개인의 건강 상태, 생체 신호, 활력 징후 등이 측정되는 것이다. 과거에 침습적(invasive), 불연속적(non-continuous)이며, 버튼을 눌러야만 측정되던 데이터는,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비침습적(non-invasive), 연속적(continuous)이며, 지속적으로 항시 측정된다. 여기에는 위치 정보나, 개인의 유전 정보 및 병원에서 측정한 의료 정보 등도 포함된다.

두 번째는 이렇게 각각 개별적으로 분절되어 (silo) 측정된 헬스케어 데이터들이 통합되면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개인의 건강 및 의학적 상태에 대한 완성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기와 센서에서 도출된 데이터가 축적되고, 통합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커넥티드 기기들이 클라우드에 연동되어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업로드되어야 한다. 이렇게 얻어진 것은 그야말로 빅 데이터가 된다.

세 번째는 시시각각 역동적으로 바뀌는 개인의 건강에 대한 빅 데이터를 인공 지능이 분석하여, 새로운 인사이트를 환자 개인과 병원에 제공하는 것이다. 단순히 데이터의 해석뿐만 아니라, 데이터의 통합과 시계열 분석으로부터 숨겨진 인사이트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하며, 각종 이상 징후를 미리 감지하여 발병 예측 및 경고 메시지를 줄 수 있어야 한다. 필요한 경우 이 정보를 받은 병원에서는 개인 환자에게 사전에 선제적인 조치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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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세 가지 단계는 이미 구현이 되고 있다. 이미 1단계는 중반 이상을 넘어 섰다고 해야 할 것이며, 2, 3단계도 상당 부분 진행 중에 있다. 그리고 애플은 이러한 변화를 상당 부분 주도하고 있다. 애플은 이 모든 단계에 필요한 조건 중 많은 부분을 내부적으로 이미 보유하고 있거나 구축 중이다. 핵심 역량 이외의 영역들은 의료계, 학계, 및 산업계의 파트너십을 통해 큰 그림을 완성시켜 나가고 있다. 이렇게 애플은 전 세계 모든 기업 중에 ‘디지털 의학’ 의 시대를 선도하고 있으며, 새로운 시대에 또 한 번 더 주도권을 쥐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애플의 헬스케어 전략을 간단하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디바이스, 헬스케어 서비스 플랫폼, 의료 연구, 개인 유전 정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고 전방위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현재 애플이 지난 몇 년간 진행해 왔거나, 앞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는 헬스케어 분야의 전략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애플 헬스케어의 시작

애플이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던 시기는 2013년 부터였다. 애플의 고위 관계자들이 FDA와 수차례에 걸쳐서 미팅을 가졌던 것이 알려진 것이다. FDA는 의료 기기나 신약에 대해서 심사 및 허가하는 기관으로, 의료 분야에 진출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 컨택할 이유가 없는 곳이다. 이후 FDA가 밝힌 바에 따르면 애플은 각종 의료 기기와 의료용 센서에 대한 규제에 관한 부분을 논의했다고 한다.

또한 헬스케어 디바이스에 응용될 수 있는 특허를 지속적으로 출원해왔다는 점, 주요 헬스케어 관련 기업과 학계에서 관련 인력들을 채용한 것이 알려지면서, 애플의 헬스케어 분야 진출은 점차 기정 사실이 되어갔다. 먹는 약에 부착하는 소화 가능한 디지털 센서를 개발하는 프로테우스 디지털 헬스 (Proteus Digital Health), 비침습 혈당 측정계를 개발하던 C8 메디센서 등에서 실리콘밸리의 핵심 인력들을 채용했다. 뿐만 아니라, 생리학자와 수면 과학자들을 채용하면서 화제를 낳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때부터 소위 ‘아이 워치 (iWatch)’ 라고 통칭되면서 애플의 스마트 워치가 출시 될 것이며, 여기에 고도의 헬스케어 센서들이 포함될 것이라는 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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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회자되던 ‘아이워치’의 많은 상상도 중 하나

 

헬스키트, 애플 헬스케어 시장 진출을 선언

애플의 헬스케어 시장 진출의 포문을 연 것은 헬스키트 (HealthKit) 의 출시 였다. 2014년 6월 애플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개발자 회의에서 이 개방형 플랫폼을 런칭하면서 헬스케어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진출을 선언했다.

헬스키트는 상당히 ‘애플스러운’ 컨셉의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을 중심으로, 헬스케어 시장의 기존 앱, 디바이스, 병원 등의 주요 플레이어들을 모두 끌어들이는 큰 판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아이폰을 내어놓으면서 애플이 스마트폰 앱 생태계를 창조했듯이, 이제는 헬스케어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써드 파티 헬스케어 디바이스와 앱들은 이 하나의 플랫폼과 연동되어, 측정한 각종 데이터를 업로드 하여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앱/디바이스에 의해서) 업로드한 데이터를 이용하여 제 3의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앞서 이야기한 디지털 의료의 구현 3단계 중에서 이러한 플랫폼은 2단계의 초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개별적인 센서로부터 측정된 데이터들은 서로 통합되어야만 사용자의 건강에 대한 전체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애플의 헬스키트는 이를 가능하게 한다. 현재 시장에서 이용 가능한 디바이스와 센서들은 (그들이 동의하기만 한다면) 모두 애플의 플랫폼에 연동하여 데이터를 업로드/다운로드 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플랫폼의 위력은 얼마나 많은 플레이어가 참여하는지에 달려 있다. 현재 헬스키트에는 무려 900 여개에 달하는 앱과 디바이스가 연동되어, 70여 가지의 헬스케어 및 의료 관련 데이터를 측정, 보관, 통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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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세계적으로 이러한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 기업은 몇 군데 없다. 거의 같은 시기에 구글과 삼성이 각각 구글 핏, SAMI 라는 유사한 컨셉의 헬스케어 플랫폼을 공개하였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볼 때 이 세 개의 기업 중에 가장 앞서가는 플랫폼은 단연 애플의 헬스키트이다.

특히 헬스키트가 다른 경쟁 플랫폼과 차이 나는 부분은 의료 시스템과의 연계다. 헬스키트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는 병원의 EMR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을 통해서 미국 내에 있는 대형 병원들에까지 전송됨으로써 의료 서비스와도 연계될 수 있다. 환자가 언제 어디에 있든지 측정된 데이터가 병원 내부의 시스템으로 전송이 가능해진다는 것은 만성질환 관리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선도 병원들은 빠르게 이 헬스키트 플랫폼을 받아들이고 있다. 헬스키트의 발표 당시, 의료 혁신과 디지털 기술의 도입에 선도적이었던 메이요 클리닉 (Mayo Clinic)을 비롯한 미국의 여러 대형 병원들과의 연계를 발표하였다. 이후, 지난 9월 말 스탠퍼드와 듀크 대학이 각각 소아 당뇨병 환자와 심혈관계 질환 환자의 관리를 위해 헬스키트를 파일럿 테스트 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지난 2월의 보고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선도병원 23개 중에서 14개 병원이 이미 헬스키트를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을 고려한다고 한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부속병원이자 역시 디지털 기술을 받아들이는데 선구적인 베스 이스라엘 디코네스 병원 (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의 CIO는 ‘환자들이 이미 다양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사용하여 스스로 데이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많은 디바이스에 대한 인터페이스를 만들지 못한다. 하지만 애플의 플랫폼을 통해서 얻은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고 언급하기도 했다.

 

애플 워치: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게임을 바꿀 것인가?

2014년 9월에는 그동안 시장에서 루머로만 떠돌던 애플의 첫 웨어러블 디바이스이자 스마트워치인 ‘애플 워치’가 공개되었다. 애플 CEO 팀 쿡은 애플 워치를 발표하면서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면서 (손목에는 애플 워치가 채워져 있었다) 기쁜 마음을 표시했다.

애플 워치의 핵심 기능은 역시 헬스케어 메트릭의 측정이다. 이는 서두에 언급한 ‘디지털 의학’의 구현 단계 중 첫 번째에 해당한다. 현재 많은 웨어러블 센서들이 시장에 출시되어 있지만, 게임의 흐름을 바꿀만한 파괴적인 상품은 사실 아직까지는 전무한 상황이다. 핏빗(Fitbit)으로 대표되는 피트니스 트레커가 대표적인 웨어러블 디바이스이지만, 제한적 종류의 바이오 메트릭, 투박한 디자인, 낮은 사용자 충성도(engagement) 등이 한계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애플이 직접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출시하는 것은 웨어러블 시장의 돌파구를 만들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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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애플 워치는 공개 당시, 헬스케어 측면에서 보기에는 다소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수면 모니터링, 혈당 모니터링 등 고도의 헬스케어 센서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던 바와는 달리, 공개된 기능은 일반적인 피트니스 트레커 정도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폰의 GPS 등과의 연동을 통해 애플워치는 사용자가 걸을 때, 달릴 때 등의 활동을 측정하며, 얼마나 자주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는가 등을 측정한다.

그런데 이것뿐이었다. 예상되던 헬스케어 센서들이 더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전문가들과 소비자들은 실망감을 나타내는 반면, (아이패드에서 그러하였듯이) 첫 번째 버전에서 제품의 파괴력을 속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이 모두 제기되었다.

헬스케어 및 의료 센서가 빠진 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제기되었다. 그중에서는 배터리 수명 문제가 가장 유력했다. 팀 쿡이 키노트 당시 애플워치의 배터리 수명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고, ‘매일 밤 충전을 해야 한다’ 정도로 이야기하면서 배터리가 24시간 이상 가지 않는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속적이고 연속적인 헬스케어 측정을 위해서는 장시간 배터리의 소모가 필요한데, 이는 결국 더 큰 배터리와 무거운 시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사실 애플은 애플워치용 다양한 헬스케어 센서를 이미 개발을 했으나, 내부적인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서 출시에는 빠지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손목에 털이 많은 사용자의 생체 신호를 읽는 것에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또한 의료용 센서는 FDA의 허가 승인이 필요하므로, 첫 번째 제품의 빠른 출시를 위해서는 FDA의 느린 승인 과정이 부담스러웠다는 분석도 있다.

후기 버전의 애플 워치에는 더 다양한 헬스케어 및 의료 센서들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최근 한 인터넷 매체에서는 애플 워치를 분해하여 내부를 들여다보면서, 산소포화도 센서로 추정되는 부품이 포함된 것을 보고한 바 있다. 펌웨어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서 해당 기능이 곧 추가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에는 워치의 업데이트에서는 헬스케어 관련 알고리즘이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소식도 있었다. 애플에 관한 내부 유출 소식을 주로 9to5Mac 에서는 이번 6월에 열릴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 (WWDC 2015) 에서 애플 워치에 혈압 및 수면 모니터링 기능이 추가될 것을 예상하기도 했으니 지켜볼 일이다.

사실 이미 애플 워치는 이미 다양한 헬스케어 기능을 가지고 있다. 워치 내부의 자체적인 센서 뿐만이 아니라, 써드 파티가 개발한 다양한 헬스케어 관련 앱이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모비헬스뉴스(Mobihealthnews) 는 현재 애플 워치에서 구동될 수 있는 헬스케어 앱이 이미 264개에 이른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지난 2월 FDA가 모바일 헬스에 대한 규제를 완화 (MDDS에 대한 규제 완화) 했던 직후, 의료 기기 제조사 덱스콤(Dexcom)은 복부 부착 형식의 연속 혈당 측정계를 애플 워치와 연동하여, 시계 화면으로 간단히 혈당의 변화를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apple-watch-new3덱스콤은 혈당 수치를 애플 워치에서 확인하는 앱의 출시를 발표했다

또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애플 워치가 애플의 헬스키트 플랫폼에 과연 플러스 요인이기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애플이 플랫폼 뿐만 아니라 플랫폼에 연동되는 강력한 디바이스까지 자체적으로 내어놓았다는 것이 여타 플랫폼의 참여자들에게는 플랫폼의 매력도를 반감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4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는 애플이 1984년 하드웨어 생태계 구축 과정이라는 비슷한 상황에서 저질렀던 실수를 지적한 바 있다. 당시 매킨토시 하드웨어 플랫폼을 구축할 때, 애플이 직접 프린터까지 출시해버린 것이다. 이는 플랫폼의 구축자인 애플이 플랫폼 참여자인 프린트 제조사와의 경쟁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참여자들로 하여금 플랫폼의 참여에 대한 매력도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재도 애플의 헬스케어 플랫폼에 대항하려는 저항세력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피트니스 트레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핏빗이다. 핏빗은 헬스키트 생태계에 들어가지 않고 독자적인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으며, 이에 따라 애플은 자사의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핏빗을 철수시키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애플의 헬스케어 시장 진출에 대한 또 하나의 흥미 있는 관전 포인트다.

 

리서치키트, 아이폰 유저를 임상연구 참여자로

지난 3월, 애플이 아이워치의 구체적인 스펙과 판매 일정을 공개할 당시, 생각지도 않았던 또 하나의 중요한 발표가 있었다. 바로 리서치키트(ResearchKit) 라는 아이폰 기반의 의료 연구 플랫폼이었다. 전 세계 많은 연구자는 애플 워치보다, 오히려 이 리서치키트의 중요성을 더 높게 평가하며 이 혁신적인 플랫폼의 잠재력에 감탄해 마지 않았다.

리서치키트는 전 세계 아이폰 유저를 의학 임상 연구의 참여자로 끌어들인다.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은 단순한 전화기가 아니다. 고도의 연산 능력을 가진 모바일 컴퓨터일뿐만 아니라, 터치 스크린, 마이크, 카메라, 가속도계, GPS, 자이로센서 등의 다양한 센서까지 갖추고 있다. 리서치키트는 이 센서들을 이용하여 걸음, 운동 능력, 기억력, 목소리 떨림 등 각종 의학 연구에 활용될 수 있는 데이터를 객관적이고, 정량적이며, 정확하게 측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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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임상 연구에서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는 충분한 수의 임상 참여자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즉,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서 개인들에게 직접 컨택을 하거나, 신문, 지하철 광고를 통한 광고를 낼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참여자들이 데이터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직접 병원이나 연구소를 방문해야 한다는 점도 제약이었다.

하지만 아이폰의 센서를 통하여 데이터를 수집한다면 임상 연구 참여에 대한 시간적, 물리적 제약이 사라진다. 전 세계 아이폰 유저를 임상 연구자 풀로 활용할 수 있으며, 직접 병원에 내원할 필요 없이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데이터를 측정 및 전송할 수 있다. 임상연구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가 많을수록, 또한 각 참여자에게서 얻는 데이터 포인트가 많을수록 통계학적으로 더 유의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리서치키트는 발표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애플은 발표당시 유방암, 당뇨병, 파킨슨병, 심혈관계 질환, 천식 등 5개의 질환에 대한 앱을 출시했다. 스탠퍼드 연구자들이 출시한 심혈관계 질환 앱, 마이하트(myHeart) 는 발표 하루 만에 11,000 명의 참가자가 등록했다. 스탠퍼드의 해당 연구 책임자 앨런 영은 “기존의 방식으로는 이 정도 규모의 참가자는 미국 전역의 50개 병원에서 1년간 모집을 진행해야만 한다” 고 언급했다.

또한 파킨슨병 관련 앱인 엠파워(mPower)는 하루 만에 5,589명의 참여자의 동의를 이끌어 내었다. 연구를 진행하는 세이그(Sage) 재단에 따르면 기존에 6000만 불을 들여 5년 동안 모은 환자의 수는 단 800명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스마트폰을 이용한 의학 임상 연구 데이터 수집 플랫폼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혁신적인 것이다. 이미 많은 연구자들은 이 리서치키트 플랫폼으로 얻은 데이터를 이용하여 임상 연구를 계획하고 있으며, 더욱 다양한 질병에 대한 추가적인 앱을 추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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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당연히 인류와 과학계를 위해서는 중요한 발전 수단이 된다. 하지만, 반대로 애플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플랫폼을 출시함으로써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을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인 애플이 공익만을 목적으로 서비스를 출시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필자의 의견으로는 리서치키트는 직접적인 재무적 수익의 창출보다는 장기적으로 애플 플랫폼의 매력도와 신뢰성을 높임으로써 전반적인 생태계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기 위한 목적이 아닌가 생각된다. (재무적 수익의 창출을 위해서는 수집한 데이터의 2차적 상업적 사용 등에 대한 권한을 애플이 가져야만 하지만, 이 플랫폼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리서치키트는 단순히 아이폰의 센서만을 이용하고 있지만, 향후 써드 파티의 디바이스도 (아마도 FDA 승인을 받은 디바이스만) 데이터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연동될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애플의 플랫폼에 참여함으로써 국제적인 의학 연구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은 의료 기기 제조사들로서는 큰 매력일 것이다. 자사의 기기 및 리서치키트를 통해 데이터를 공개함으로써 연구자들이 연구를 진행하고, 논문도 출판할 수 있다.

이는 결국 해당 디바이스/앱에 이득이 될뿐만이 아니라, 애플의 헬스케어 생태계 전체에 대한 신뢰도를 상승시킬 수 있다. ‘이 연구에 활용된 대규모 데이터는 애플의 리서치키트 플랫폼을 통해서 얻은 것이다’ 라는 문장이 포함된 네이처 논문이 나오는 것이 머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헬스케어 정보의 통합 분석

이렇게 애플이 헬스케어 디바이스 및 개방형 생태계를 만드는 것은 디지털 의학의 구현 단계 중 1, 2 단계에 해당한다. 그리고 애플은 3단계에 해당하는, 이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실시간 분석하여 개인 맞춤형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프로젝트에도 이미 참여하고 있다.

사실 이 단계를 주도하는 곳은 애플이 아닌 IBM이다. 현재 인공지능에 대한 자타공인 최고의 기술력과 인프라, 경험을 가진 곳은 IBM 이다. IBM은 2011년 제퍼디! 라는 미국의 유명 퀴즈쇼에서 인간 챔피언들을 무참히 짓밟고 우승하면서 명성을 얻은 인공지능 왓슨을 보유하고 있다.

이 왓슨의 대표적인 활용분야가 바로 의료 분야이다. Watson은 현재 뉴욕의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와 MD앤더슨에서 인간 의사를 도와 암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서 활용되고 있다. 또한 뉴욕 게놈 센터와 클리블랜드 클리닉 등에서는 암 유전체 분석을 진행하고 있으며, 메이요 클리닉에서는 신약 임상시험에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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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IBM 왓슨이 새롭게 진출하기로 선언한 부분이 바로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헬스케어 데이터를 실시간 통합하여 개개인에 대한 맞춤형 건강 조언 등의 인사이트를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IBM은 지난 4월 초 ‘왓슨 헬스’ 부서를 새롭게 만들면서 각종 디바이스로부터 생산된 헬스케어 데이터, 병원과 의료 기기들에서 생산된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러한 서비스를 향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IBM이 계획하는 큰 그림 중에 헬스케어 데이터는 바로 애플의 헬스키트와 리서치키트에서 얻게 된다. (이 큰 그림에는 애플뿐만 아니라 존슨앤존슨, 메드트로닉 등의 기업들이 참여했으며, IBM은 클라우드 상의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소유한 피텔 (Phytel)과 이 데이터에 대한 분석 역량을 가진 익스플로리스(Explorys) 를 인수했다)

애플은 자사의 핵심 역량이 없는 부분은 과감하게 파트너십을 통해서 해결한다. 헬스케어 플랫폼을 위해서 병원을 직접 만들기보다는 기존의 병원들과 연계하고, 애플 페이를 위해서는 카드사를 설립하기 보다는 기존의 카드사를 판으로 끌어들인다. 이번 IBM과의 협력 또한 이러한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애플, 유전자 정보까지 얻으려고 한다?

지난 5월 MIT 테크놀러지 리뷰는 재미있는 소식을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애플의 내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애플이 사용자들의 유전 정보를 수집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의학은 모두 ‘one-size-fits-all’ 이 아닌, 개인의 특성에 따른 맞춤 서비스 및 치료로 나아가고 있다. 오바마 정부가 지난 1월 말 ‘정밀 의료 이니셔티브 (Precision Medicine Initiative)’의 출범까지 선언함으로써 이미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위해서는 개인의 유전 정보가 필요하다.

헬스케어 데이터와 유전적인 정보를 결합하는 것은 모두가 꿈꾸는 일이다. 이를 바탕으로 개인의 유전적인 특성에 맞는 ‘진정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고, 헬스케어 데이터와 결합하여 맞춤형 건강 조언 등의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에 따르면 애플은 샌프란시스코의 UCSF 와 뉴욕의 마운트 사이나이 병원 (The Mount Sinai Hospital)과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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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큰 유전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가진 곳은 23andMe 라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이다. 2006년에 창업한 개인 유전 정보 분석 회사 23andMe는 지난 9년 동안 $99 까지 서비스 비용을 낮추며, 지금까지 90만 명 이상의 개인에게 유전정보 분석을 제공했다. 특히, 분석을 받은 개인 중에 익명으로 본인의 유전 정보를 연구 등에 활용해도 된다고 동의한 사람이 약 70만 명이다.

하지만 애플이 정말로 유전 정보를 수집하고자 한다면 23andMe의 70만명을 능가하는 데이터를 가질 수도 있다. 올해 첫 3개월 동안 애플이 판매한 아이폰의 개수만 6,000만 대에 달한다. 전 세계적으로 아이폰의 판매 대수는 7.5억 대에 달하기 때문이다. 산술적으로 이들 중 일부만 개인 유전 정보 분석에 동의하더라도 애플은 방대한 유전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더구나 필자의 예상으로는 애플이 이러한 분석을 개인들에게 무료나 매우 저렴하게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애플은 데이터를 가급적 많이 얻어야 하며, 그리고 분석 결과를 추후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소유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 고객이 자기 돈으로 유전 정보를 분석하게 되면 애플이 이 데이터를 소유하게 될 가능성은 작아질 것이다. 또한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애플은 100개 내외의 유전자를 검사하는 ‘유전자 패널’을 통해 분석할 계획이다. 이는 최소한 수백 불의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개인에게 분석 비용을 부담시켜서는 충분한 양의 데이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방대한 유전 정보 데이터를 축적은 현재 23andMe, 오바마 정부 등 다양한 조직이 염원할 정도로 가치 있는 것이다. 유전 정보의 확보는 디지털 의료의 구현 3단게 중 1단계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만약 애플이 유전 정보까지 확보하게 된다면, 각종 헬스케어 데이터를 확보하는 1단계와, 플랫폼을 통해 그 데이터를 수집 및 통합하는 2단계는 애플이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애플

지금까지 애플이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분야 현황 및 전략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애플은 헬스키트 플랫폼을 통해 여러 헬스케어 디바이스/앱들의 데이터를 통합하고, 이를 의료 서비스까지 연계시킬 뿐만 아니라, 그 플랫폼에 연동되는, 헬스케어 센싱이 핵심 기능인 아이워치라는 디바이스를 개발하여 직접 데이터를 생산하기도 한다. 리서치 키트 플랫폼을 통해서는 전 세계 아이폰 유저들로부터 의학 연구 데이터를 수집하며, IBM과의 연계를 통해 이 플랫폼 들에서 통합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인사이트까지 이끌어낸다. 그리고 향후 사용자의 유전 정보까지 확보하려는 야심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애플의 행보를 보면, 애플을 이제 단순 IT 기업이 아닌 디지털 헬스 기업으로 불러야 한다는 말이 이해가 될 것이다. 애플은 앞서 제시한 디지털 의료의 구현 3단계 중에 1, 2단계를 압도적으로 선도하고 있으며, 핵심 역량이 부족한 3단계에도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참여하고 있다.

필자는 애플의 과감하고도 전방위적이며 장기적인 전략을 보고 있노라면, 놀라움과 경외를 넘어 위기감까지 느낀다. 한국은 세계적인 IT 강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 IT와 의료가 융합되는 디지털 헬스라는 새로운 시대에 대응하고, 기회를 잡기 위한 준비는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IT 기술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및 의료 분야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 장기적인 마스터플랜과 투자가 필요하다. 애플에 비해서 국내 기업들은 사실 이러한 개방형 생태계로 판을 크게 짜려는 움직임이나,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장기적으로 수행하려는 전략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헬스케어와 의료 분야의 발전을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규제 합리화도 업계에서 원하는 것만큼 빠르게 일어나고 있지 않다. 현재 애플이 외국에서 영위하는 헬스케어 사업 모델 중 상당수는 국내에서 규제 때문에 제약을 받는 것들도 많다.

이대로라면 ‘IT 강국’ 한국은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의 주도권을 애플을 비롯한 해외 경쟁사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 이미 애플은 저만큼 앞서 달려가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이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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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트랜스링크 캐피털,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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