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26th September 2017,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애플, 이제는 유전 정보까지 모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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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5일 MIT Tech Review 는 무척 흥미로운 소식을 단독으로 전했습니다. 바로 애플이 이제 개인들의 유전 정보까지 모으려고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내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애플이 최소한 샌프란시스코의 UCSF 와 뉴욕의 The Mount Sinai Hospital, 두 의료 기관과 연계하여 유전 정보를 수집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계획이 6월 8일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 2015 (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 2015) 에서 발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WWDC는 바로 작년에 애플이 헬스키트 (HealthKit) 플랫폼을 발표하며 헬스케어 시장에 진입을 알렸던 그 행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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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가장 완전한 디지털 의료 생태계

애플은 최초로 스마트폰을 창조해내면서 디지털 의학을 구현할 수 있는 일대 전기를 만들었습니다. 디지털 의학의 전도사 에릭 토폴 박사는 최근 저서 ‘The Patients Will See You Now’ 에서 현재의 의료를 혁신시키며, 민주화시키고, 환자의 힘을 더 강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으로 스마트폰을 꼽았습니다. 아마 스티브 잡스도 처음 스마트폰을 만들 때 헬스케어 분야까지 그 영향이 클 줄은 상상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 최근 애플은 디지털 의료 생태계 자체를 구축하려는 과감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헬스키트와 리서치키트 등의 플랫폼에 헬스케어 디바이스를 연동시키고 여기에서 나온 데이터를 통합하여 의료 서비스까지 연계하며, 헬스케어 기능이 중심인 애플워치까지 직접 출시하였습니다.

먼저 애플은 작년 6월 헬스케어 플랫폼인 헬스키트를 출시하면서 헬스케어 시장 진입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현존하는 모든 헬스케어 디바이스/앱 들을 애플의 플랫폼에 연동시키고, 여기에서 나온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개인의 건강 상태는 병원으로까지 전송됩니다.

또한 지난 3월, 아이폰을 기반으로 하는 의료 연구 플랫폼, 리서치키트(ResearchKit) 도 출시하였습니다. 이는 아이폰을 기반으로 전세계 아이폰 유저를 의학 연구 참여자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입니다. 아이폰은 고도의 연산 능력을 가진 휴대용 컴퓨터일 뿐만 아니라, 카메라, 터치 스크린, 마이크, 가속도계, 평형계 등의 각종 센서를 가진 인터렉티브 디바이스입니다. 이 센서들을 이용하여, 활동량, 걸음 걸이, 목소리 떨림, 손가락 움직임 등의 데이터를 측정하여 질병 연구에 활용하도록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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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애플은 디바이스와 플랫폼이 어우러진, 현존하는 기업 중 가장 완성된 헬스케어 생태계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특히 애플은 헬스키트와 리서치 키트에서 알 수 있듯이 헬스케어 및 의료 데이터를 자신의 플랫폼 위로 끌어들이고 통합하는 것을 최우선시 하고 있습니다. 데이터는 새로운 시대의 권력이자 재화이고, 승자와 패자를 판가름 짓는 기준이 될 것입니다. 이제 애플은 마지막 남은 데이터인 “유전 정보”까지 얻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애플의 이런 과감하고도 체계적인 움직임은 분명 하나의 큰 마스터 플랜에 기반하여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움직임을 보자면 이제는 경외감을 넘어서 두려움까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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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개인의 유전 정보를 수집한다

개인의 유전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 애플은 일단 학계와 의료계의 파트너와 협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샘플 (아마도 타액을 뱉은 키트)를 UCSF와 The Mount Sinai Hospital 등 애플이 승인한 연구실로 보내야 합니다.

애플이 직접 나서서 유전 정보를 수집하지 않고, 파트너를 통해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이유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핵심 역량이 부족한 유전학 분야에서 직접 일을 추진하는 것은 효율성도 떨어지며, 민감한 개인 유전 정보의 수집 주체에 따른 참가자들의 참여도 차이, 향후 데이터의 활용 및 서비스 창출에 있어서 FDA의 규제에 걸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샌프란시스코 UCSF 에서 이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사람은 Atul Butte 라는 전산생물학 및 유전체학 분야의 대가입니다. 최근 UCSF 가 스탠퍼드 대학에서 영입해온 분으로 현재 UCSF의 the Institute for Computational Health Sciences 의 수장을 맡고 있습니다. 애플과의 협력을 통해 얻은 유전 정보들을 기반으로 임산부의 조산 (premature birth)의 유전적인 원인에 대해서 연구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Atul Butte 박사는 MIT Tech Reivew 와의 인터뷰에서 애플과의 프로젝트에 대한 참여 부분에서는 코멘트를 거절하였지만, 애플의 리서치 키트의 위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아직 조산의 유전적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다. 단순히 활동량 정도가 아니라, 유전 정보 및 의료 정보와 같은 더 민감한 정보들도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때를 고대하고 있다” 고 밝혔습니다.

저도 현재 UCSF 의 유전체학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한 지인에게 문의한 결과, Atul Butte 박사의 연구팀이 애플과의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MIT Tech Review 의 소식이 정확할 것이라는 의견을 주었습니다.

 

애플은 왜 유전 정보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애플은 왜 개인의 유전정보를 원할까요? 앞서 언급하였듯이 애플은 각종 개별적(silo)으로 존재하는 헬스케어 및 의료 데이터를 수집하고 통합하는 것에 특히 집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초기 단계에서는 여러 센서나 디바이스를 통해 데이터를 ‘측정’ 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이미 수집한 개별적인 데이터를 어떻게 하면 ‘통합’ 할 수 있을 것인지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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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개별적인 헬스케어 데이터를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 (Sci Transl Med 2015

이미 애플은 헬스키트와 리서치키트 등을 통하여 현존하는 기업들 중 가장 완전하게 헬스케어 데이터를 통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애플이 헬스케어 및 의료 데이터 중 마지막 남은 퍼즐이라고 할 수 있는 ‘유전 정보’ 데이터를 원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제 저서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에서 개인들의 유전 정보를 수집하는 플랫폼이 대두되며, 이렇게 수집된 유전정보는 여타 헬스케어 디바이스와 서비스 들과 연계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마지막 퍼즐 조각이 너무 거대하고 민감한 것이었기 때문에, 애플과 같은 큰 기업은 오히려 쉽사리 뛰어들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됨으로써 짊어져야 할 리스크에 비해서, 얻게 될 데이터의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헬스케어 데이터 + 유전 정보 = 진정한 맞춤 서비스

헬스케어 데이터와 유전 정보를 통합하여 ‘진정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모두가 꿈꾸고 있는 일입니다. 사용자의 가장 개인적인 데이터인 유전 정보에 기반하여 거기에 맞는 상품 및 서비스의 제공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이는 현재 과장되었다고 평가 받고 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수면 모니터링 디바이스 Zeo 의 실패 사례에서도 지적하였듯이,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사용자에게 어필하려면 개인 사용자에게 맞는 분석과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인 센서로 측정가능한 데이터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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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사용자의 유전적인 정보가 추가된다면, 사용자가 이 디바이스에서 받을 가치는 또 다른 단계로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유전적인 정보에서 각종 신체 활동, 운동에 대한 유전적인 차이, 약이나 영양 섭취, 소화, 대사에 대한 개인적인 차이 등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하면 ‘진정으로’ 개인화된 인사이트를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움직임은 이미 작년 말부터 조금씩 보여지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IBM 의 Watson Fund 에서 샌디에고에 위치한 개인 유전 정보 분석 기업, Pathway Genomics 에 투자한 것입니다. 이 투자는 Pathway Genomics 가 개발하고 있는 ‘파노라마’ 앱 때문에 이뤄졌습니다. 이 앱이 목표로 하는 바가 바로, 웨어러블 디바이스에서 얻은 헬스케어 데이터와 (Pathway Genomics 가 측정한) 유전 정보를 통합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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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최근에 서울대학병원 교수님들과 함께 샌디에고의 Pathway Genomics를 방문하여 이 서비스에 대한 계획과 데모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OME (‘오미’) 라고 이름이 변경된 이 서비스는 애플 헬스키트 플랫폼의 데이터, Fitbit 의 데이터, 개인의 GPS 데이터와 함께 유전 정보를 합하게 되고, 이러한 데이터를 IBM Watson 이 분석하여 개인 맞춤형 건강 조언을 제공한다는 컨셉입니다.

Pathway Genomics의 CIO (최고 혁신 책임자) Dr. Michael Nova 가 직접 저와 교수님들께 보여준 데모를 보면 이미 이 앱은 잘 구동하고 있었습니다. 데모에는 몇몇 가상의 인물에 대해서 헬스케어 데이터 및 유전 정보가 저장되어 있고, 우리가 Watson에게 자연어로 건강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거기에 답해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Pathway Genomics 는 IBM이 지난 5월 초에 개최한 World of Watson 행사에서 이 OME 서비스를 공개하였으며, 2015년 내로 미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제가 Dr. Michael Nova 에게 한국 출시에 대해서 물어보았을 때, 일단 일본과 싱가폴이 그 다음 진출 시장이 될 것이다는 답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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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World of Watson 행사에서, Pathway Genomics의 OME 서비스 런칭 발표

 

현재 유전 정보 DB의 구축 현황

이렇게 헬스케어 데이터와 유전 정보를 통합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여러 기업들과 정부의 주도로 이러한 유전 정보를 얻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그 중의 대표적인 기업이 제가 여러번 소개해드린 바 있는 23andMe 입니다.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중의 하나인 23andMe는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큰 유전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2006년에 창업한 개인 유전 정보 분석 회사 23andMe는 지난 9년 동안 $99 까지 서비스 비용을 낮추며, 지금까지 90만 명 이상의 개인에게 유전정보 분석을 제공했습니다.

특히, 분석을 받은 개인들 중에 익명으로 본인의 유전 정보를 연구 등에 활용해도 된다고 동의한 사람이 약 70만명입니다. 23andMe는 이렇게 개인 고객들에게 자발적으로 얻은 익명의 데이터를 화이자, 제넨텍 같은 기업에 판매하여 수익을 올리거나, 최근에는 직접 신약 개발에 뛰어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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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andMe의 고객수 증가 추이 (출처: 금창원 대표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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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Precision Medicine Initiative 발표 (2015년 1월)

또한 오바마 정부는 지난 1월 말 Precision Medicine Initiative (정밀 의료 이니셔티브) 를 발표하면서, 암 등의 질병에 대한 정밀 의료를 구현하기 위해서 2016년까지 215m 달러를 NIH, NCI, FDA 등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이니셔티브가 목표로 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개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100만명의 유전 정보 및 헬스케어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애플이 정말로 유전 정보를 수집하고자 한다면 23andMe나 미국의 정부를 능가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첫 3개월 동안 애플이 판매한 아이폰의 개수만 6,000만 대에 달하며, 더 나아가 전세계적로 아이폰의 판매 대수는 자그마치 7.5억 대에 달합니다. 애플이 어느 정도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할지는 알 수 없지만, 산술적으로 이 애플의 유저 중 일부만 개인 유전 정보 분석에 참여하더라도 애플은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유전자 패널을 이용한다는 것의 의미

또한, 한 가지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은 애플이 유전자 패널을 통해서 검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입니다. 애플이 사용자에게서 수집한 샘플에서 유전자 패널을 통해 100여개의 유전자를 검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를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현재 유전체 정보를 검사하는 방법에는 대략적으로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전체 유전체 서열 분석 (Whole Genome Sequencing)
  • 전체 엑솜 서열 분석 (Whole Exome Sequencing)
  • 유전자 패널 분석 (Gene Panel)
  • 단일 염기 다형성 분석 (SNP chip)

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 기술을 이용한 ‘유전자 패널’ 은 현재 비용과 효과를 따져보았을 때 일반적으로 가장 선호되는 방법입니다. 특히 유전 정보 분석을 임상 서비스까지 연계하려고 하는 시도들은 거의 유전자 패널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암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선도하는 Foundation Medicine이나, 이를 벤치 마킹하는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병원 등에서도 모두 유전자 패널을 기반으로 개발이 진행 중입니다.

반면, 전체 유전체를 분석하거나 (whole genome sequencing), 전체 엑솜을 분석하는 (whole exome sequencing) 방법은 우리가 아직 해석하지 못하거나 필요 없는 정보까지 얻게 되며, 대규모 연구를 진행하기에는 상대적으로 가격의 부담이 있습니다.

또한, 단일 염기 다형성 (SNP) 만을 보는 방법은 가격은 매우 저렴하지만,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습니다. 참고로 23andMe는 이 SNP 만을 보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정보가 제한적이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최대한 많은 수의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이 유형의 테스트가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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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유전 정보 데이터를 누가 소유할 것인가?

그렇다면 이렇게 분석한 유전 정보는 누가 소유하게 될까요? 애플은 사용자의 유전 정보에 접근 권한이 있을까요? 애플의 헬스케어 생태계에 있는 다른 기업들도 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될까요? 이 유전 정보의 소유권을 누가 가지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을 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의 여부. 이것이 이번 이슈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할 것입니다.

조금 더 과감하게 예측을 해본다면 개인적으로는 애플이 개인 사용자들의 유전정보 분석 비용을 전액 부담하여, 이러한 테스트를 무료로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에 대한 소유권이나 사용 권리를 최소한 일부분이라도 애플이 가진다는 조건 하에서 말입니다. 이는 제 저서에서, 유전 정보를 모으는 플랫폼이 대두되며, 더 많은 가입자 및 유전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플랫폼에서 분석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고 예상한 것의 반복입니다.

이렇게 예상하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애플이 이 데이터의 사용권이나 접근 권한을 최소한 일부라도 소유하지 않고서는 그 가치를 제대로 구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분석 비용의 전액을 부담한다면, 애플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전략이 용이하지 않습니다. 23andMe와 같은 도전적인 기업은 사용자에게 분석 비용을 부담시키고 (그 비용이 매우 염가이기는 합니다만), 사용자들에게 그 분석 결과를 공익이나 인류의 복지 증진이라는 목표를 위해 ‘공유’ 할 것을 권유합니다. 그 결과 80% 이상의 고객들이 실제로 그러한 정책을 따르기도 합니다. (저도 그 중의 한 명입니다)

하지만 애플과 같은 대기업은 이러한 전략을 사용했을 때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사용자들이 애플과 같이 강력한 힘을 가진 대기업에 유전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애플이 무료로 이러한 분석을 제공하거나 서비스 비용을 대폭 인하한다면 보다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두번째는 유전자 패널을 이용한다면 개인이 지불하기에는 만만찮은 비용이 든다는 것입니다. 유전자 패널을 통해서 100여개의 유전자를 NGS 분석을 하자면 (분석 방법에 따라 다르겠지만) 수십만 원 수준의 비용이 들어갑니다. 개인들이 이 정도 규모의 비용을 스스로 지불하고 이 분석을 받게 한다면, 애플이 원하는 것만큼 충분한 수의 사용자를 확보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23andMe의 경우에도 분석 가격을 최초 $999 에서 2012년 $99 로 낮추면서 고객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바 있습니다.

정말 애플이 이 분석료를 제공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애플이 장기적으로 이 데이터의 가치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할지가 관건일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애플이 무료로 이 분석을 제공한다고 할지라도, 고객들에게 무한정 제공할 것 같지는 않고 파일럿으로 제한적인 수의 사람에게 제공을 하는 중간 단계를 거치게 될 것 같습니다.

또한 애플이 분석료를 지원한다면, 오히려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더 큰 거부감을 느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애플이 어느 정도의 소유권과 접근성을 가질 것인지에 대한 복잡 미묘한 문제가 관련될 것입니다. 즉, 사용자들의 프라이버시라는 가치와 유전 정보를 활용함으로써 그들이 얻게 되는 가치의 균형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 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 균형은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언젠가는 우리가 찾아가야 할 균형입니다. 애플이 과연 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만, 현재 지구상에서 이러한 서비스를 과감하게 시작할 수 있는 기업은 애플, 구글, 삼성, IBM 정도 밖에 되지 않으며, 현재로서는 애플 정도 밖에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구글은 클라우드 기반의 Google Genome 에 데이터 업로드 및 여러 분석 기능을 제공하고 있고, IBM은 Pathway Genomics 와의 협력을 통하기는 하지만 데이터의 소유권을 회사가 가지고 있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삼성이 이러한 선구적인 일을 추진하고 있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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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그래서 무엇에 써먹을 것인가?

애플이 성공적으로 개인들의 유전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할지라도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하나 더 남아 있습니다. 즉, 일상 생활 속에서 유전 정보의 활용도가 아직까지는 높지 않다는 것입니다.

(FDA 금지 받기 이전의) 23andMe 의 결과를 보았을 때에도 아직까지는 단순히 호기심을 만족시켜 주거나, 발병 가능성이 높은 질병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발병 확률의 정확도는 차치하고서라도 말입니다. 또한 23andMe가 Open API 를 통해서 이미 유전 정보 DB를 공개했습니다만, 아직까지도 유전 정보를 활용하여 가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낸 사례 역시 거의 없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한 가지 희망을 가져볼 수 있는 부분은 유전정보가 애플의 기존 헬스케어 생태계와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즉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워치라는 디바이스와 헬스키트 플랫폼에 얽혀 있는 900여개의 앱/디바이스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생태계에 이미 직접적으로 접점을 지니고 있는 전세계 수억 명의 사용자들에게 제공된다면 게임의 양상은 지금과는 달라질 것입니다.

또한 23andMe 와는 달리 애플은 리서치키트를 통해 사용자의 물리적인 행동 데이터 역시 수집하고 있으며, 간단한 SNP 분석이 아니라 유전자 패널을 이용해서 좀 더 정확하고 포괄적인 정보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점도 차이로 볼 수 있습니다.

 

과연 이번엔 다를 것인가

애플이 정말로 개인들의 유전 정보를 수집하려는 전략을 발표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애플이 그동안 쌓아왔던 헬스케어 생태계의 구조와 발전 방향으로 볼 때 이는 시간 문제라고 밖에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관건은 이로 인해서 확실하게 야기될 수 밖에 없는 개인 정보의 보호나 빅 브라더의 강림과 같은 복잡하고도 민감한 이슈들을 어떻게 잘 해결할 것인지 하는 것입니다. 이미 전세계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 자체를 여러번 바꿔왔던 애플이 이 판도라의 상자를 보다 현명하게 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곧 6월에 열릴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트랜스링크 캐피털,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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