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28th March 2024,
최윤섭의 디지털 헬스케어

[칼럼] 디지털 헬스에 대비하려는 젊은 의사에게 보내는 편지

본 칼럼은 청년의사에 제가 기고한 글입니다. 원글은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지면에는 분량 때문에 요약된 글의 원래 버전을 올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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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현업에서 디지털 헬스케어와 관련된 연구개발을 담당하고 있으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최근에는 관련 책을 내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을 하다보면 가끔 MD 선생님들, 주로 젊은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을 때가 있다.

며칠 전, 필자의 책을 읽었다는 한 레지던트 선생님께서는 메일을 통해 ‘IT 기술과 의료 기술의 융합에 따라 변화들이 빠르게 일어나는 상황에서, 과연 의사로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하셨다. 사실 이러한 질문을 적지 않게 받는다. 이번 기회에 필자가 보낸 답장의 요지를 지면에 옮겨보려 한다.

일단 MD 선생님께서 이러한 질문을 하신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신호이며,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기본적인 준비가 된 것이다. 기실 많은 선생님들은 의료와 IT 컨버전스로 인한 변화가 진행 중이며, 이에 대해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의사라는 것은 매우 유리하게 작용한다. 의료에 대한 전문 지식과 임상 경험이 있다는 점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압도적인 경쟁우위이다. ‘청진기가 사라진다’ 의 저자이자,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유명 인사인 에릭 토폴 박사의 경쟁 우위 중의 하나가 세계적 심장전문의라는 점이다.

하지만, MD라는 것이 반대로 불리한 점이 되기도 한다. 의사는 이를 성취하기 위하여 힘든 수험생활부터, 의과대학, 인턴, 레지던트라는 힘들고, 때로는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많은 것들을 희생해온 분들이다. 이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거나 리스크를 짊어지기 위해 때로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사실 융합 분야에 뛰어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분야에 개방적이고, 새로운 것을 지속적으로 배우려고 하는 자세이다. 의사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중요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결코 ‘모든’ 것을 갖추었다고 할 수는 없다. 사실 누구든지 모든 것을 갖추기란 불가능하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협력과 끝없는 배움으로 보완해야 한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분야와 계속 접하는 것이 필요하며, 의학 이외의 것들도 지속적으로 배워나가야 한다. 특히, 다른 주요 분야의 사람과 ‘말은 통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디지털 헬스 분야에서는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 등의 역할이 빠질 수 없다. 그런데 이들이 쓰는 언어는 MD의 언어와 완전히 다르며, 사실 이 세 가지 계통의 사람들 사이에서도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같은 한국어로 의사소통 하지만, 실질적으로 다른 언어를 쓰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언어’를 익혀서 더듬거리더라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는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리더를 ‘중개적 리더 (translational leader)’ 라고 부른다. 이 분야들의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서는 Coursera 같은 강의를 수강하는 것도 좋다. 더 구체적으로는 기초 프로그래밍이나, 기계 학습, 통계, UX 디자인 등을 공부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하지만 그에 앞서 갖춰야 할 것은 열린 마음과 끝없이 배우려는 자세일 것이다.

세계적으로 볼 때 한국은 아직 디지털 헬스케어의 변방에 머물러 있다. 이는 곧 위기이자, 기회이다. 의사들은 이 변화 속의 기회를 붙잡기 위해 가장 유리한 사람 중의 하나다. 열린 자세, 끝없는 배움을 통해 한국에서도 의료와 IT 융합 분야의 중개적 리더가 많이 배출되기를 기대해본다.

About The Author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의료를 혁신하고 세상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벤처투자자, 미래의료학자,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 서울대학교병원 등에서 연구하였습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를 2016년에 공동창업하였고,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0여 개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였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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