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26th September 2017,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칼럼] 1000 달러 게놈 시대의 암 맞춤 치료 (2)

Yoon Sup Choi May 8, 2014 Column, Precision Medicine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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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중앙일보 헬스미디어에 제가 연재한 것으로 원글은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이번 칼럼은 지난 칼럼, ‘1000 달러 게놈 시대의 암 맞춤 치료 (1)’ 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같으면서도 다른 질병, 암

그런데 여기에 큰 문제가 있다. 바로 각 암 환자들 마다, 그들의 암을 유발한 유전자 및 유전 변이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다. 어떤 암 환자는 A 라는 유전자에 이상이 있어서 암이 발병했을 수 있고, 또 다른 암 환자는 B라는 유전자에 이상이 있어서 암이 발병했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암이라는 동일한 질병이 발병했지만, 그 결과를 일으킨 유전적인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다. 결국 암이라는 것은 매우 다양한 유형의 원인을 가진 서로 다른 질병의 총체라고도 볼 수 있다.

앞서 EGFR, HER2 라는 암과 관련된 유전자에 대해서 이야기 했지만, 이러한 유전자는 현재까지 알려진 암 관련 유전자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연구 결과 알려진 암과 관련된 유전자들은 수백 개에 달한다. 이론적으로는 그러한 수백 개의 유전자 중에 발생한 어느 유전 변이라도 결국에는 암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즉, 수십 명의 암 환자가 있다고 할 때, 그 수십 명의 암을 최초로 일으킨 유전적인 원인은 모두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게 유전자에 이상이 생긴 세포가 원래 폐에 위치한 것이었다면, 이는 폐에서 생긴 암, 즉 폐암으로 이어지고, 대장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었다면 대장암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사실 암의 종류에 따라 자주 발견되는 이상 유전자들의 종류나, 그 빈도수에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암이 발병되는 장기를 불문하고, 매우 다양한 유전자의 이상에 의해서 암이 발병될 수 있다는 사실은 동일하다.

그렇다면 암 환자들이 답하기를 원하는 질문은 바로 “그 수백 개에 달하는 유전자 중에 내 암을 발병시킨 유전자 이상은 무엇인가?”, “그 수백 개 유전자들을 일일이 다 검사할 수 있는가?” 일 것이다. 그 답은 현재 (제한적이긴 하지만) 이제는 가능하다.

 

스티브 잡스, 그리고 유전체 분석을 통한 암 정밀 진단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일반 암 환자가 이러한 기술을 이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유전체 분석 기술을 활용해서 수많은 유전자를 분석을 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았지만, 일반인들이 이용하기에는 가격이 너무 비싸고, 시간도 오래 걸렸기 때문이었다.

사실은 이러한 유전체 분석 기술을 활용하여 자신이 가진 모든 유전정보를 분석하여, 자신의 암에 대한 치료법을 찾아보려고 했던 사람이 바로 애플의 CEO 였던 스티브 잡스이다. 잡스는 2011년, 그가 췌장암으로 투병하기 몇 달 전에 10만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주고 휴먼 게놈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미국의 브로드 연구소 (Broad Institute)에서 자신의 유전 정보를 모두 분석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자신의 목숨이 걸린 일이라고 할지라도 이렇게 10만 달러라는 거금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쯤 하면 이제 독자들은 왜 “$1000 게놈의 시대”가 암의 치료를 위해서 중요한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유전 정보 분석을 위해 10만 불을 지불해야 했던 것은 바로 2011년이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은 유전체 분석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잡스가 받았던 것과 유사한 분석을 일반인도 시도해볼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서, 잡스가 검사를 받았던 브로드 연구소에서 몇 년 전 스핀오프한 벤처 기업인 파운데이션 메디신 (Foundation Medicine) 에서는 이와 비슷한 서비스를 $5,900 에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병원, 아산병원 등이 이에 대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필자가 속한 KT 역시 이러한 서비스의 일부를 이미 제공하고 있거나, 추가적인 연구 개발을 거쳐 제공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암 환자들이 이러한 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다.

 

유전체 기반 맞춤 의료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이처럼 유전체 정보 분석 기술이 발전하기는 했지만, 당장 이러한 기술이 모든 암 환자들의 치료에 활용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장벽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특정 환자의 암을 발병시킨 유전적인 원인을 발견했다고 해서, 그 원인 유전자 및 단백질에 대한 치료제가 있으리라는 법은 없다.

스티브 잡스의 경우에도 의심되는 유전 변이를 발견하였지만, 이를 표적으로 한 치료제가 없었기 때문에 별다른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희망적인 것은 ‘공격 가능한’ 항암 표적의 수는 지금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그 의학적인 근거와 새로운 데이터들도 방대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유전체 의학의 발전이 향후 ‘모든 암 환자’가 기본적으로 이러한 유전체 분석 기반 맞춤 의료의 검사를 받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한 시대가 언제 도래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조금씩 엇갈리고 있지만, 기술과 의학의 발전이 그러한 흐름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그러한 신 시대의 도래를 하루 빨리 앞당기게 하는 것이 필자와 같은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의무이자 책임일 것이다.

 

모든 암 환자가 유전체 검사를 받는 시대

현재 골절상이나 디스크 환자들은 병원에 가면 당연히 영상의학과에서 MRI 를 찍고 정밀 진단을 받는다. 하지만 영상의학과도, 영상의학과 전문의도, MRI도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것이었다. 수십 년 전만해도 파괴적인 혁신 기술이었던 MRI 가 이제는 극히 일상적인 의료의 일부분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관련 학과, 교육과정, 전문의 등이 생겨나게 되었다.

지금 암 환자에 대해서 유전 정보의 분석 기술을 활용하는 것도 이와 같을 수 있다. 현재는 이렇게 새로운 기술을 암 치료에 접목하는 것에 많은 기술적, 제도적인 장벽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유전체 의료 기술 또한 매우 일상적인 의료 시스템 속으로 편입되게 될 것이고, 모든 암환자들이 이러한 새로운 의료 기술의 발전에 대한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지난 칼럼에서 휴먼 게놈 프로젝트의 완료에 따라 ‘모든 질병의 비밀이 풀린다’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에 관련된 많은 연구와 발견이 진행되어 왔다는 것을 지적한 바 있다. 유전체 의학의 발전은 휴먼 게놈 프로젝트의 완료에 따라 인류가 얻은 최대의 과학적 성취 중의 하나이다.

이렇게 유전 정보를 분석하여, 개별 암 환자의 발병 원인을 정밀 분석하고, 그러한 원인에 맞는 표적 항암제를 처방하는 ‘맞춤 치료’를 구현할 수 있다면, 우리는 암이라는 인류 최대의 난적을 정복하는 것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트랜스링크 캐피털,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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