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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000 게놈의 시대, 드디어 도래하다

Yoon Sup Choi February 5, 2014 Column Comments Off on [칼럼] $1,000 게놈의 시대, 드디어 도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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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제가 중앙일보 헬스미디어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은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월 중순, 유전체 의학계에서는 큰 뉴스가 있었다. 바로, 그토록 바래왔던 “$1,000 게놈”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일루미나 (Illumine)라고 하는 유전체 분석 기기를 생산하는 회사는 자사가 새롭게 출시한 분석 기기를 사용하면 $1,000 이하의 비용으로 인간의 유전체를 분석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게놈(genome) 혹은 유전체라고 하는 것은 한 사람의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유전정보를 의미한다. 흔히 A•T•G•C의 네 가지 염기 서열로 표현되는 유전정보는 문자열, 즉 텍스트 파일로 표현했을 때 최대 10 TB에 해당하는 거대한 데이터이다. 이렇게 방대한 데이터를 모두 해독하기 위해서 이제는 $1,000, 한화로 따지면 백 만원이 조금 넘는 비용 밖에 들어가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일반인에게는 익숙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이 “$1,000 게놈” 이라는 표현은 유전체 분석 업계에서는 일종의 숙원과도 같은 캐치 프레이즈였다. 많은 분들이 오래 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휴면 게놈 프로젝트 (Human Genome Project)’를 기억한다. 2003년에 완성이 되었던 휴먼 게놈 프로젝트. 당시에는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인류의 모든 질병의 비밀이 풀릴 것이라는 등의 화제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휴먼 게놈 프로젝트가 완료된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모든 질병의 비밀이 풀리는’ 정도의 파급효과는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는 구호만 거창한 것 같았던 이 프로젝트에 대한 기억이 서서히 잊혀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유전체 분석에 관해서는 큰 변화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바로 IT 기술의 혁신적인 발전에 따라서, 인간의 유전 정보 분석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비약적으로 줄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인류 최초로 ‘한 사람’의 모든 유전 정보를 해독하기 위한 이 휴먼 게놈 프로젝트에는 자그마치 27억 달러와 13년이라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투입됐다. 이것도 과학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빠르게 마무리가 된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한 사람’의 유전 정보를 해독하기 위해서는 단 3일 정도의 시간과 수천 달러 수준의 비용 밖에 들지 않는다. 아니, ‘1000 달러’ 정도의 비용으로, 단 30시간 정도에 밖에 들지 않는다고 정정해야한다. [그림 1] 을 보면 유전체 분석 비용의 감소가 얼마나 급격하게 일어났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이는 소위 ‘무어의 법칙’에 따른 컴퓨터 계산 속도의 발전보다 훨씬 급격하게 감소한 것이다.

 1000 genome illumina 2

[그림 1] 시간에 따른 유전체 분석 비용의 급격한 감소 (출처)

이러한 비용의 감소가 잘 실감이 나지 않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이에 대한 재미 있는 비유가 있다. 만약 유전체 분석 비용이 감소한 것과 같은 비율로, 페라리에서 나온 458 Spider 스포츠카의 가격이 감소한다면, 이 자동차의 가격이 고작 4 센트, 즉 500원 정도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어떤 과학자들은 $1,000 게놈의 시대가 도래한 것을 두고 망원경의 발견이나 마이크로프로세서의 발견만큼 큰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새롭게 개발된 기술이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 효과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비용에 대한 부분이 해결되어야 하는데, 그 마지노선인 $1,000 라는 가격이 마침내 달성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 유전체 분석이 사람들의 실생활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장벽들이 많다. 비유하자면, 이제는 $1,000 만 지불하면 나의 유전 정보를 A•T•G•C의 문자로 쓰여진 두꺼운 책 한 권을 쓸 수 있지만, 이 외계어와 같은 책을 읽고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아직까지는 과학적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유전정보 책’을 아직까지 100% 완벽히 해석할 수는 없더라도, 인류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암이나 유전 질병 등 유전 정보의 이상과 관련이 큰 질병의 치료를 위해서 이 유전체 분석이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우리가 이 ‘유전정보’ 책을 완벽히 읽고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암이나 유전 질병 등에 중요한 부분들은 지금껏 전세계의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온 덕분에, 상당 부분 정확히 해석할 수 있는 수준에 이미 도달해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10년 전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휴먼 게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인류의 질병의 비밀을 풀겠다는 과학자들의 약속은 잊혀진 것이 아니라,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계속 진행되어 왔다. 이러한 노력들은 IT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드디어 현실에 적용이 가시화되는 단계에 와 있다. 드디어 $1,000 게놈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지금, 과학자들이 했던 그 약속을 드디어 지킬 수 있는 시대가 생각보다 가까이 다가와 있는지도 모르겠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블로거,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