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13th December 2017,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유전 정보 거래소 Miinome: 당신의 유전자에 마케팅을!

Yoon Sup Choi July 9, 2013 Digital Healthcare Comments
market place

여러분은 ‘맞춤형 광고’라고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구글 지메일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옆에 뜬 광고를 보고 깜짝깜짝 놀라곤 했습니다. 사용자의 메일에 포함된 키워드를 분석해서 그와 관련된 광고를 노출시켜주는 시스템에 대해서, 사용자들은 ‘아니, 내가 여기 관심 있는 걸 어떻게 알았지?’ 하고 놀라움 혹은 당혹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실제 구글이 메일 내용을 검열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논란이 있기도 했지요) 최근 페이스북을 보더라도 내가 쓴 글이나, 내가 (혹은 내 친구들이) ‘좋아요’를 누른 페이지에 기반하여 사용자에 맞는 ‘맞춤형 광고’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존의 맞춤형 광고는 오늘 소개해드릴 새로운 종류의 맞춤형 광고에 비하면 완전한 구시대의 산물일지도 모릅니다. 단순히 키워드를 분석하는 일차적인, 혹은 내 친구와의 관계/네트워크 (“내 친구들이 많이 ‘좋아요’ 한 것은 나도 좋아할 것이다”)를 분석하는 수준을 넘어서 바로 ‘나의 DNA’에 마케팅을 하겠다는 새로운 컨셉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상 최초의 ‘유전 정보 거래소’를 꿈꾸는 Miinome

미국 Minneapolis 지역에 기반한 초기 벤처회사인 Miinome 은 사상 최초의 사용자 주도 유전정보 거래소“를 만드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 설립 초창기 멤버 몇명 밖에 없고, 여전히 사업자금을 모으려고 노력 중인 이 초기 벤처가 가진 당돌한 목표는 바로 개별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자신의 유전 정보와 물건을 팔고자 하는 마케터 사이를 이어주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입니다. 즉, 소비자들은 자신의 유전 정보에 맞는 새로운 제품의 정보나 광고들을 Miinome을 통해 받아보는 모델입니다.

예를 들면, 유전 정보 해독의 결과, 대머리가 될 확률이 높은 사람은 발모제, 가발, (발모를 유발할 수 있는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스파, 요가 등의 업체에서 새로운 정보나 제품이 나왔을 때, 스마트폰으로 이런 신제품에 대한 광고나 쿠폰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또는,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없어서 우유를 먹으면 설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우유 회사는 유당이 없는 새로운 우유 제품에 대한 ‘맞춤형’ 광고나 할인 쿠폰을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유전적으로 카페인에 (덜) 민감한 사람에게는 커피 제조 업체가, 유전적으로 비만의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는 각종 다이어트 용품이나 운동 관련 서비스 업체가 관심을 가지겠지요.

ebe2e93ae3b838158b0f3d73bf49d117-original예를 들어, 이러한 방식으로 사용자는 자기 아이패드를 통해
각종 내 유전적 특성과 관련된 쿠폰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이는 기존에 행해지던 마케팅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새로운 이야기입니다. 기존에 마케터들은 어느 소비자가 대머리가 될 확률이 높고, 유당 분해 효소가 없는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대중에 대해 무차별적인 광고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령, 성별, 직업, 거주지와 같은 각종 여러 가지 기준을 활용하여 소비자들을 세부적으로 나누고 (segmentation), 그들 각각의 차별적인 기호를 파악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하지만 만약 각 개별 소비자의 DNA에 기록되어 있는 그 소비자의 특성이나 기호, 미래에 생길 니즈를 직접적으로 알 수 있다면!! 아마도 마케터가 이보다 더 필요로하는 정보는 없을 것입니다. Miinome은 소비자와 기업 사이에서 이러한 정보를 중계해주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많은 경우에 유전 정보는 질병 발병 확률을 예측하고, 질병을 진단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쓰입니다. 즉, 질병에 관해서 사용되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Miinome은 유전정보가 꼭 아플 때 뿐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예를 들면, 쇼핑을 할 때)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Miinome의 공동 창업자 Paul Saarinen (CEO)와 Scott Fahrenkrug 교수의 인터뷰

 George Church 등, 유전학의 대가들이 참여하는 경영진

올해 초에 이미 클로즈드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이 회사는 미네소타 대학의 유전학과 교수인 Scott Fahrenkrug 가 공동창업자로 참여하였고, 최근에는 하버드의 저명한 유전학자인 George Church가 이 회사에 advisor 로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개인 유전체학과 합성생물학의 선구자 중의 한 명인 George Church는 휴먼 게놈 프로젝트의 출범에도 관여했고, 오늘날의 NGS 기술에도 여전히 사용되는 여러 유전체 서열분석 기술을 개발한 저명한 과학자입니다. 특히,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개인 유전체-유전적 특성에 관한 open-access 데이터를 제공하는 Personal Genome Project (PGP) 의 창시자로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습니다. 약간은 거창해보이고, 어찌보면 SF영화 내용 같이 보이는 Miinome의 계획은 이러한 전문가들의 참여로 보다 큰 신뢰성을 가지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church.previewGeorge Church

 

어떻게 사용자의 유전정보를 확보할 것인가가 관건

Miinome 의 플랫폼 사업 모델이 큰 위력을 갖기 위한 관건은 역시 얼마나 많은 사용자, 혹은 “데이터”를 확보하느냐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현재 선두 DTC 유전정보 분석 서비스 업체 23andMe의 비전과도 일치합니다. 제가 얼마전 다른 블로그 포스팅에서 분석해드린 바와 같이, 23andMe는 올해 말까지 1 million명의 유전 정보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작년 말 추가 펀딩을 통해 자사의 서비스 가격을 $99 로 대폭 인하 하였습니다.

동일한 목표를 위해 Miinome은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분석한 결과를 통해 Miinome의 서비스를 이용하겠다는 전제 하에) 개인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하여 주는 전략을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플랫폼 사업 모델은 일정 규모 이상의 소비자 들이 확보되어야만, 마케터 측에서도 관심을 가질 것이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약간의 손해는 감수해야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이러한 전략에 관해서는 앞으로 genome/exome sequencing 및 분석 비용이 언제 얼마나 더 하락하는지도 중요한 요인이 되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관련 기사나 CEO Paul Saarinen의 인터뷰를 보면 대부분 genome sequencing을 언급하고 있지만, Miinome이 제시하는 사업 모델만 보면 (23andMe와 같이) whole genome/exome sequencing 대신에 가격이 수십배 저렴한 DNA chip을 이용한 genotyping만 하더라도 충분할 것으로 보입니다.

miinomeMiinome의 CEO, Paul Saarinen

소비자가 스스로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가진다는 차이

Miinome의 개인의 유전 정보를 분석하겠다는 모델은 어찌 보면 23andMe의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실제 Miinome이 자신의 사업 모델을 설명하기 위해 예로 드는 “대머리가 될 확률, 유당 분해효소의 유무”는 23andMe가 이미 저렴한 가격에 분석해주는 서비스에 포함된 항목이기도 하며, 이 회사는 이미 상당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Miinome은 자사의 서비스의 특징으로 사용자 스스로가 데이터의 소유권을 가진다는 것을 듭니다. 23andMe의 모델의 경우에는 항상 가장 개인적인 정보인 유전정보가 (사용자들의 동의를 받기는 하지만) 회사가 소유권을 가지게 되고, 이후에 이 데이터가 어떤 연구에 사용될지는 전적으로 회사에 의해서 결정이 됩니다. 23andMe는 사용자들이 검사 후에도 설문조사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여러 표현형에 대한 데이터 (ex. 오른손잡이/왼손잡이, 아침형 인간/저녁형 인간 등등)를 이용하여 다양한 연구를 진행합니다. 사용자가 이러한 설문조사의 특정 문항에 답변하겠다/답변하지 않겠다 정도는 결정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데이터가 회사의 소유가 되게 됩니다.

하지만 Miinome의 경우 소비자는 자신의 유전 정보 중에 어떤 데이터는 공개하고, 또 어떤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을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에 관해서 Miinome은 유전 정보의 주인은 결국 소비자 자신이며 (“the data is always yours”), 자신의 의사에 따라 각 유전정보 별로 공개 여부를 설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유전정보 분석 서비스에 관해서는 항상 빠지지 않고 제기되는 이슈가 바로 ‘개인 정보 보호’나 윤리적인 이슈 입니다.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는 Miinome도 그러한 논란을 피해가기 위한 여러 노력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잠재적인 부작용 중 가장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것이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보험사 가입이나 직장을 구할 때 차별을 받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보험사는 유전적으로 암의 발병 확률이 높은 사람은 암 보험에 가입시켜주기를 꺼려할 것이고, 각 기업의 채용담당자는 유전적으로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후보자를 채용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Miinome의 모델에 따르면, 각 고객은 이러한 정보 중 공개 여부를 스스로 설정함으로써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결국 23andMe의 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

이러한 Miinome의 사업 모델은 DTC (Direct-to-Consumer) 유전자 테스트의 선두주자인 23andMe와 결국에는 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이라도 23andMe가 자체적으로 이러한 서비스를 만들거나, 혹은 써드 파티 개발자들이 23andMe의 open API를 활용하여 이러한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기술적으로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Screen Shot 2013-07-09 at 12.43.37 AM23andMe의 Open API

23andMe는 open API를 통해 이미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제공한 정보들을 써드 파티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하여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등을 만들 수 있도록 해 놓았고, 사용자들은 이러한 어플리케이션을 앱스토어에서 다운 받아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이미 23andMe의 open API를 통해 서비스를 만드는 스타트업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고, 제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국내 벤처들 중에서도 이 open API를 통해 사용자들이 자신의 유전정보를 이용하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의 개발을 상당 부분 진척시킨 곳이 있습니다.

이제 사업을 시작하는 Miinome과는 달리, 2006년에 창업한 23andMe는 이미 수년에 걸쳐 방대한 유저들의 데이터를 수집해놓았기 때문에, 이들 중에서 Miinome과 같은 모델을 개발하는 곳이 있다면 꽤 파급 효과가 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관해서 Miinome은 어떠한 전략이나 대책을 가지고 있는지가 궁금하기도 합니다.

 

유전 정보 활용의 새로운 모델

사실 초창기 벤처 기업에 불과한 Miinome의 거창한 목표가 정말로 이루어질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아직 시기 상조일 것입니다. 하지만 Miinome의 사례는 개인 유전 정보가 질병의 예측, 진단, 치료라는 전형적인 응용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우리 삶 속의 더욱 다양한 분야나, 일상 생활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머지 않아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유전 정보를 해독하고, 그러한 정보를 스마트폰에 넣어다니는 시대가 되면 어떠한 변화들이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예를 Miinome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그러한 시대가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유전 정보를 활용하여 또 어떠한 일들을 할 수 있을까요?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트랜스링크 캐피털,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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