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26th September 2017,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유전자 특허 소송의 결과와 그 파장은?

Yoon Sup Choi June 16, 2013 Precision Medicine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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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소송’으로 불리며 향후 생명 공학 업계 및 학계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었던 ‘유전자가 특허의 대상인가’에 대한 미국 연방 대법원의 특허 소송의 결과가 6월 14일 발표되었습니다. (이 소송에 관해서는 제가 플래텀과 제 블로그 포스팅에 관련 이슈를 정리해드린 바 있습니다)

특허 소송의 핵심 쟁점이었던 유전자가 과연 ‘자연의 산물 (a product of nature)’ 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 대법원에서는 단순한 유전자는 특허의 보호를 받을 수 없으나, 인간의 창의성과 기술이 필요한 cDNA (complementary DNA)는 특허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최종 판결을 내렸습니다. 아래는 Clarence Thomas 대법관이 만장일치 판결을 내리면서 한 이야기입니다.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DNA 조각은 자연의 산물이며, 단순히 그것이 추출되었다는 것만으로는 특허에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cDNA는 자연의 산물이 아니므로 특허의 대상에 해당한다”
“A naturally occurring DNA seagment is a product of nature and not patent eligible merely because it has been isolated, but cDNA is patent eligible because it is not naturally occurring,”

아래의 뉴스 동영상은 이번 판결의 결과와 의미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유전자 특허를 반대하는 측을 대변하였던 Sandra Park 이라는 변호사는 New York University School of Law와 Harvard University를 수석 (magna cum laude)으로 졸업한 한국계 변호사로, 이런 세기의 소송을 승리로 이끈 뛰어난 변호사라고 업계에서는 호평이 자자합니다. 동영상에서는 4:15-4:59 부분이 유전자 특허를 찬성하는 biotech/pharma industry 주장의 핵심이고, 유전자 특허를 반대하는 입장의 핵심은 5:42-6:25 정도에 나옵니다.


 

유전자 특허 소송의 배경

이 이슈에 관한 소송은 2009년 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과 Public Patent Foundation 등의 시민 단체가 미국 유타주에 위치한 Myriad Genetics 사의 BRCA 1, 2 유전자에 대한 특허 무효화를 주장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BRAC 1, 2 유전자는 여성의 유방암과 난소암 발병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이며, 이 유전자에 특정 변이가 있을 경우 매우 높은 확률로 유방암과 난소암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BRCA1, 2에 이상이 있는 환자들은 90세까지 80%의 확률로 유방암이 발병하며, 난소암 발병 확률은 BRCA1 이상의 경우에는 55% 증가, BRCA2 이상의 경우에는 25%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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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대법원 앞의 유전자 특허 반대 시위자들

 

특히 이 유전자와 유방암에 대해서는 최근 헐리우드의 유명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BRCA 유전자의 변이 때문에 예방적인 목적으로 유방 절제술을 실시했다는 것을 뉴욕타임즈 기고문에서 고백하면서 더욱 유명해지게 되었습니다. 졸리는 이 기고문에서 BRCA 유전자 변이로 자신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7%에 달했으나, 이 수술로 확률은 5% 이하로 내려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자신이 어머니를 난소암으로 잃었던 아픔을 자신의 딸들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같은 수술을 결심했고,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 자신의 경험을 공개하겠다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BRCA 유전자의 변이가 유방암 및 난소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자세한 해설은 유방암 유전자 관련 테스트를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 벤처 Geference의 우정훈 님의 블로그 포스팅에 아주 친절하면서도 자세하게 설명 되어 있습니다: 안젤리나 졸리, 그리고 BRCA 유전자에 대한 이야기)

이 기고문의 말미에 안젤리나 졸리 역시 값비싼 유전자 테스트의 문제점에 대해서 지적했습니다.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국가에서도 유방암, 난소암 환자들이 많이 발병하고 있으나, 테스트의 높은 가격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받는 것에 제한적이라는 것입니다. 이 테스트가 바로 Myriad Genetics 사의 BRCAnalysis 라는 유전자 테스트이며, 이 테스트를 받는 가격은 무려 $4,000 불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높은 가격이 형성된 이유가 바로 이 회사가 BRCA 유전자에 대한 독점적인 특허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DNA는 특허의 대상이 아니나, cDNA는 특허의 대상이다’

이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자연적으로 발생한 DNA 자체는 특허의 보호를 받을 수 없으나, 인간의 창의력과 기술을 더해 인위적으로 만들어내어야 하는 cDNA는 특허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Complementary DNA (상보적 DNA) 를 뜻하는 cDNA는 mRNA 에서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반응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도록 설계된 기술의 인위적 산물입니다.

분자생물학에서 소위 central dogma (우리 말로 하면 ‘중심 교리’ 정도) 라고 불릴 정도로 절대적인 원리가 바로 DNA에서 RNA가 나오고, RNA에서 단백질이 생성된다는 것입니다. (아래 그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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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리는 한동안 절대적인 진리(?)로 받아들여졌지만, HIV와 같은 일부 바이러스들이 자신의 유전정보를 RNA 상태로 보관하다가 역전사효소 (reverse transcriptase)라는 효소를 통해 숙주 내부에서 자신의 RNA를 거꾸로 DNA로 만들어낸다는 예외적인 경우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분자생물학자들은 이 역전사효소를 통해서 RNA로부터 (정확히는 mRNA) DNA를 만들어내는 기법을 고안해내게 된 것입니다.

DNA에는 원래 단백질로 만들어지게 되는 ‘중요한’ 부분인 exon과, 단백질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라 생각되는 intron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데, mRNA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intron은 제거되고 exon만 남게 됩니다 (아래 그림의 1, 2번 과정). 이 mRNA에서 다시 역전사 효소로 DNA를 거꾸로 다시 만들어내게 되면 기존의 intron은 모두 제거되고, exon만 남은 DNA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아래 그림의 5, 6번 과정을 거치면 짙은 보라색(exon)만 결과적으로 남게 됩니다). 이것을 원래의 DNA와 구분하여 cDNA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알짜 정보를 가지고 있는 부분 (exon)’ 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cDNA이며 유전공학에서는 이 cDNA가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 cDNA는 특허의 보호를 받을 수가 있는 것으로 판결이 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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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riad Genetics와 관련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렇게 내려진 판결에 대해서 업계와 학계 모두 현명한 결론이라고 수긍을 하는 편입니다. 휴먼 게놈 프로젝트의 수장이자  세계적 유전공학 연구소 Broad Institute 의 소장이며, “유전자 특허는 반드시 무효화 되어야 한다”며 소송의 쟁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의견서(amicus brief)까지 제출했던 에릭 랜더는 “이 결정은 환자, 과학계, 생명공학 산업계에 대해 모두 이로운 판결이다 (It’s a great decision for patients, it’s a great decision for science, and I think it’s a great decision for the biotechnology industry.)” 며 만족감을 표시했습니다.

하지만 이 것이 유전자 테스트 업계에 어떠한 파장을 미칠지, 특히 소송의 중심에 있었던 Myriad Genetics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에 대해서는 약간 엇갈리는 의견도 있으며, 앞으로 계속 그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생명공학 업계의 소식을 발빠르게 전해주는 FierceBiotech 의 기사에서는 아래와 같이 이번 판결이 생명공학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현재의 위치가 공고한 Myriad Genetics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논조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 자체가 생명공학업계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널리 퍼져 있다. Myriad 는 이미 시장에서 공고한 포지셔닝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 테스트의 품질을 높여가고 있다. 그리고 다른 회사들이 단순히 같은 서열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많은 비용과 기술이 필요한 이러한 테스트를 개발하기 위해 달려들려들지는 않을 것이다

…there’s widespread feeling that the ruling itself won’t have a dramatic impact on biotechnology. Myriad has a well established position in the market at this point, and has been improving the quality of its test. And just because others can use the same sequences without fear of violating patents, it’s unlikely that there will be a rush to offer competing tests given the expense and technology required to develop them.

또한 같은 기사에서 아래와 같은 이야기도 인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이 근본적으로 Myriad 가 이긴 소송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1) BRCA 유전자 테스트에 대한 ‘정확도, 분석 속도’와 같은 진입장벽과 (2) Myriad 가 올해 안으로 내어놓을 더 폭넓은 암진단 테스트 (6개 암에 대하여 25개 유전자를 테스트) 때문이다.

“We have repeatedly stated this is a win fundamentally for MYGN given 1) barriers to entry for competitive commercial BRCA-testing (accuracy, speed of processing), and 2) MYGN’s launch of pan-cancer test (25 genes for 6 cancers) this year to convert BRAC Analysis revs to a newer, better test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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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뉴욕 타임즈의 기사는 조금 다른 논조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에서는 판결이 Myriad 에게 반드시 유리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하며, GeneDx라는 유방암 발병위험 테스트를 개발하려고 하는 유전자 테스트 회사의 관계자의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공정한 경쟁을 하게 만들어 주었다. 우리는 이제 뛰어 들어서 경쟁할 수 있게 되었다. 이 판결은 더욱 더 많은 유전자 테스트를 -특히 희귀질환에 관해서- 내놓게 만들 것이다.”

“It levels the playing field; we can all go out and compete…This is going to make a lot more genetic tests available, especially for rare diseases.”

또한, GeneDx 이외에도 Ambry Genetics, the University of Washington,  Montefiore Medical Center, Quest Diagnostics 와 같은 대학과 회사들 역시 BRCA 유전자 테스트를 개발하려고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회사들에서 BRCA 유전자에 대한 테스트가 나오게 될 경우 Myriad 의 제품들은 (아무리 정확도 등에서 차이가 날지 모른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테스트들과의 가격 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복잡한(?) 상황은 Myriad Genetics 주가의 움직임이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법원의 판결이 처음 나왔을 때 Myriad의 주가는 10%나 올랐지만, 투자자들이 새로운 경쟁 BRCA 테스트의 출시 가능성을 깨달았기 때문인지, 결국 주가는 5.63% 가 하락한 채로 장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제가 SNS 등을 통해서 관련 전문가 분들과 개인적으로 의견을 나누어 보았을 때에는, 많은 특허의 경우 청구항에는 cDNA에 대한 내용들이 포함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유전자에 특허를 걸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결국 이번 판결만으로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고, 개별적인 특허의 청구항을 잘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입니다.

(혹시 더 추가적인 의견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판결이 ‘유전체 분석’에는 숨통을 틔워줄 것

뉴욕타임즈 기사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슈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바로 유전체 분석(genome analysis)에 관한 것입니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것과 같이 Myriad 는 현재의 BRCA 유전자 2개만으로 유방암과 난소암의 발병 확률을 예측하는 테스트를, 25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6 개 정도의 암의 발병률을 계산하는 테스트로 대신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것의 진정한 경쟁자는 다른 회사의 ‘BRCA 유전자 테스트’가 아니라, 날이 갈수록 더욱 가격은 저렴해지고 속도는 빨라지는 전 유전체 분석(whole genome sequencing) 인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유전자 특허가 가지는 제한 때문에 인간의 ‘모든 유전자’를 읽으려고 하는 whole genome sequencing, whole exome sequencing 분석에는 많은 제약이 따랐습니다. 원래 인간 유전체의 20% 정도가, 숫자로 따지자면 4000개 이상의 유전자들에 적어도 하나의 미국 특허가 걸려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많은 유전체 분석 업체에서는 특허 침해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Myriad 의 BRCA 유전자 정보를 삭제한 분석 결과를 내어주었지만, 사실은다른 많은 주요 유전자들의 경우에도 특허 소송의 잠재적 위험은 항상 존재했을 것입니다.  ‘모든 유전자’를 다 읽으려고 하는 유전체 분석에서, 알짜배기 유전자들의 정보를 빼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이번 판결로 인해서 유전자 서열 자체에는 특허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제는 whole genome sequencing 후의 유전자 변이 분석을 마음놓고(?) 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합니다. 이로써 KT GenomeCloud 를 비롯한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는 회사들이 미래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불확실성 중 많은 부분이 줄어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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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www.anntelnaes.com/, www.occupycorporatism.com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트랜스링크 캐피털,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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