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26th September 2017,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과연 인간의 유전자에도 특허를 거는 것이 타당할까?

Yoon Sup Choi April 24, 2013 Precision Medicine Comments
gene patent feature

과연 사람의 특정 유전자에 특허를 거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유전자 분석과 관련한 IT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따라, 개인의 유전체 분석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급격히 줄어들어 소위 ‘1000불 게놈‘의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2003년에 끝난 ‘휴먼 게놈 프로젝트‘ 에서는 전세계 과학자들이 힘을 합쳐 13년에 걸친 기간 동안 $2.7 billion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며 한 인간의 유전체를 읽어낼 수 있었지만, 불과 10년이 지난 지금에는 수천불의 금액만 있으면 불과 1-2 주 이내에 개인의 유전자 지도 전체를 해독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이렇게 과거에 상상만 했던 기술적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개인 유전 정보를 의료 및 헬스케어 분야에 이용하기 위한 법적, 윤리적 이슈들이 속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유전자에 특허를 걸고, 기업이 독점적 권리를 가지는 것이 타당할까?

최근에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뜨거운 이슈 중의 하나가 바로 ‘사람의 유전자에 대해서 과연 특허를 걸 수 있는지, 그리고 이 유전자를 이용하여 유전자 테스트 등의 영리활동에 대해서 기업이 독점적인 권리를 가질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현재 인간 유전체의 20% 정도가, 숫자로 따지자면 4000개 이상의 유전자들에 적어도 하나의 미국 특허가 걸려 있는 상황입니다.

이 유전자들 중에는 다양한 종류의 암, 알츠하이머, 천식 등의 질병과 높은 연관 관계가 있다고 알려진 것들이 많습니다. 일반 소비자들은 자신의 유전자에 특정한 변이가 있는지 등을 검사하여 특정 질병에 걸릴 확률이 일반적인 대중에 비해서 얼마나 높은지, 혹은 의심되는 질병에 확진을 내리거나, 자신에 맞는 치료약을 선택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암 등의 질병에 걸렸을 때 자신의 유전 정보에 맞는 치료약을 처방 받는다는 것이 바로 ‘맞춤형 의학(personalised medicine)’의 요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방암 발병과 관련한 유전자, BRCA1 & BRCA2

문제가 되는 것은 특정 기업이 이 유전자에 대한 테스트에 대해서 특허에 의한 독점적인 권리를 가지고, 이 유전자 테스트를 하기 위해서 소비자에게 값비싼 요금을 물리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문제가 되는 유전자는 BRCA1, BRCA2 라고 하는 잘 알려진 유전자로, 이 두 가지 유전자에 특정 변이를 가지고 있는 여성 환자의 경우 유방암과 난소암이 매우 높은 확률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BRCA1, 2에 이상이 있는 환자들은 90세까지 80%의 확률로 유방암이 발병하며, 난소암 발병 확률은 BRCA1 이상의 경우에는 55% 증가, BRCA2 이상의 경우에는 25%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유방암 환자들은 특정 치료 옵션을 선택하기 위해서 BRCA1, 2 유전자의 이상 유무를 테스트하기도 합니다.

 

BRCA 유전자에 독점적 권리를 가진 Myriad Genetics

그런데 미국의 Myriad Genetics라고 하는 분자 진단 회사에서 BRCA1, BRCA2 유전자에 대한 독점적인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환자들은 이 유전자에 대한 테스트를 할 때마다 $3,340 의 금액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의사에게 2차 소견을 구하거나 (암 진단의 경우에는 2차 소견이 매우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애매한 부분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서 환자들은 이 Myriad에 또 다시 $3,340 을 지불하고 다시 검사를 받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이 테스트를 대체할만한 다른 테스트들을 개발하는 행위는 특허를 침해하는 위법행위로 간주되는 것입니다.

Myriad의 특허 명세서를 살펴보면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조항(claim)을 걸어 놓았습니다. BRCA 유전자의 전체 서열은 물론, 이 유전자의 DNA 염기 서열과 15개만 겹쳐도 특허를 침해한다고 규정해놓은 것입니다. DNA 염기서열은 A, T, G, C 네 가지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15개 길이의 염기 서열은 유전체 내에 다수 존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의의 15개 염기 서열은 평균 364 개의 다른 유전자와 겹치며, BRCA1의 경우에는 적어도 689 개의 다른 유전자와 겹친다고 합니다.

이 특허에 관한 2012년의 소송에 참여했던 Bryson 판사마저도 ‘이 조항은 너무 광범위해서 다른 유전자도 포함할 것 같다 (claim 6 ‘is so broad that it includes products of nature and portions of other genes. … The other claim to a short segment of DNA, claim 5 of the ‘282 patent, is breathtakingly broad’)’고 했을 정도입니다.

Myriad 의 BRCA 유전자 테스트 키트, “BRACanalysis”

BRCA 유전자를 둘러싼 특허 소송

이 BRCA 유전자에 대한 Myriad Genetics의 특허를 취하하기 위한 소송은 2009년에 시작되었습니다. 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과 Public Patent Foundation이 이의를 제기한 이 소송에서 연방 판사 (federal judge)는 특허의 무효를 선언했고, 항소심에서 이 판결은 또 뒤집혔습니다. 그래서, 최후로 이 소송은 미국 연방 대법원 (supreme court) 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바로 지난 4월 15일 연방 대법원에서의 재판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소송의 가장 큰 쟁점은 과연 ‘유전자 변이가 자연의 산물 (a product of nature)인가’ 하는 것입니다. 원래 자연의 산물에 대해서는 특허를 받을 수 없도록 되어 있지만, 자연 상태에서 추출되어 정제된 (isolated from their natural state and purified) 것들의 경우에는 특허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유전자 변형을 통해서 당뇨병을 치료하기 위한 인슐린과 같은 특정 단백질을 생산하는 기술은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지난 몇 년간 ‘질병의 발병 확률을 높인다’는 유전자의 특정 돌연변이에 대해서도 특허를 받아왔던 것입니다.

‘유전자 변이가 자연의 산물인가’ 라는 이슈는 일견 간단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양측의 논리가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지요. Myriad 의 변호사들의 논리는 유전자를 사용하기 위한 노력을 ‘광물을 캐는 것‘에 비유합니다. 광물 자체로는 가치가 없지만, 그것을 추출하고 정제하는 과정을 거치면 가치가 생기는데 자신들의 유전자 테스트 역시 그러한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편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은 유전자 변이는 당연히 자연의 산물이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휴먼 게놈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저명한 과학자 중의 한명인 Eric Lander 박사는 이 소송에 대해 제출한 의견서(amicus brief)에서 BRCA유전자를 포함한 DNA 조각 (fragment)들은 생물학적 프로세스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며, 세포 속, 혈액, 소변 등 체내에 두루 존재하기 때문에 당연히 자연의 산물이라고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기도 하였습니다.

과연 어느 쪽이 환자에게 더 이득을 줄까?

뿐만 아니라, 재미있게도 양측은 모두 자신들의 입장이 결국 환자들에게 더 큰 효용을 가져다 준다는 상반된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유전자 특허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유전자의 특허를 허용이 결국 학술적인 연구들에도 제약이 가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맞춤형 의학 연구에 타격을 줄 것이고, 이것을 결국 환자들에게도 해를 끼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03년 한 조사에 따르면 53%에 이르는 유전학자들이 유전자 특허 이슈 때문에 연구를 중단해야 했던 경험이 있다고 답하였고, 2001년에는 미국 인간 유전체 협회 멤버의 49%가 유전자 특허 때문에 자신들의 연구가 제한되었다고 이야기 한 바 있습니다.

Weill Cornell Medical College의 Christopher Mason은 “유전자 특허의 남용은 결국 개인 맞춤형 의학에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내 의사가 나의 DNA를 들여다 보기 위해서 특허 침해 걱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환자들이 자기 의사에게 자신의 폐나 신장을 봐달라고 할 수 있는 것 처럼, 내 유전체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도 한 바 있습니다.

이 편에는 연구자들, 유전정보 상담사들, 암투병자들, 그리고 유전학자 및 병리학자 등 과학자들과 여러 과학 관련 협회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왓슨-크릭 DNA 2중 나선 구조’를 밝혀 노벨상을 수상한 James Watson 박사 역시 BRCA1, 2 유전자에 대한 특허를 철회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습니다.

반대편에는 Myriad Genetics와 생명공학 기업 협회(Biotechnology Industry Organization (BIO))와 같은 산업계가 맞서고 있습니다. 이들은 유전자 특허가 철회되어 자신들의 연구, 개발 및 발견으로 영리를 취할 수 있는 보장 및 동기가 없어진다면, 유전학 연구에 투자를 줄일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이 것은 결국 환자들 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양측의 의견에 모두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한쪽이 명백히 옳다면 이 문제가 연방 대법원까지 오지도 않았겠지만요.) 어떤 판결이 내려지든 이 판결은 향후 개인 유전체 분석 및 맞춤형 의학 분야의 연구, 비즈니스에 큰 영향을 줄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리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미지 출처: http://www.newyorker.com, http://media.salon.com, Biopoliticaltimes.com

(이 포스팅은 제가 Platum 에 기고한 것으로, Platum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platum.kr/archives/9741)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트랜스링크 캐피털,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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