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14th December 2017,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수퍼컴퓨터 IBM Watson, 의학의 미래가 될 것인가? (후편)

Yoon Sup Choi March 11, 2013 Digital Healthcare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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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의 수퍼컴퓨터 Watson 에 대해서 소개해드렸던 지난 포스팅에서는 Watson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 및 주로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들을 중심으로 알려드렸습니다. 이어지는 이번 포스팅에서는 과연 이 IBM Watson이 앞으로 얼마나 정확하게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 그리고 미래의 의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 정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러한 이슈들에 대한 의견은 여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크게 엇갈리고 있으며, 대부분이 아직까지는 추측이나 전망에 그치는 것들이 많습니다. 아마도 그 이유 중의 하나는 Watson 의 헬스케어에 응용과 관련해서 ‘어떤 식으로 개발되었다‘, ‘의료 현장에 언제부터 투입될 것이다‘, ‘어떠한 방식으로 사용될 것이다‘ 등의 소식들은 많았지만, 아직까지 실제 성능이나 정확도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보고된 바가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에 관해서도 더욱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만, 현재 상태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와 의견들을 종합하여 정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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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Watson은 과연 인간 의사보다 정확하게 질병을 진단할 수 있을까?

Watson에 대한 여러 이슈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과연 이런 컴퓨터 알고리듬으로 질병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부분입니다. Watson으로 인해서 진료 시스템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 의료 보험이나 보건 정책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 의사들이 이러한 알고리듬을 인정할 것인지 등등의 이슈들은 모두 ‘어떤 식으로든 Watson이 상당한 정확도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만약 Watson이 만족할만한 성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여타의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게 될 것입니다.

일단 이론적으로 봤을 때, IBM Watson이 질병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잠재력이나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보입니다. 며칠 전, The Atlantic에 나왔던 장문의 기사, “이제 로봇이 당신을 진찰한다 (The Robot Will See You Now)” 에서는 이러한 논의가 진지하게 이루어졌습니다.

Watson의 대표적인 특징이자 강점은 인간이 쓰는 ‘자연어 (natural language)’를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원래 일반적인 컴퓨터는 인간이 쓰는 형태의 자연어 보다는 소위 ‘컴퓨터 언어’ 밖에 이해하지 못합니다. 프로그래머들이 복잡한 코드로 되어 있는 Java, C++, Python 등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그러한 이유에서입니다.

Watson이 자연어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의학에 관련된 거의 모든 정보를 이해할 수 있다는, 그것도 매우 짧은 시간에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의학계에서는 정보들이 의사가 기록한 환자의 의료 기록이나, 의학 논문의 긴 문장이나, 온라인에 저장된 각종 수치의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지적해드렸듯이 Watson은 이미 600,000 건의 의학적 근거 (medical evidences), 42개 의학 저널과 임상시험 데이터로부터 2 million 페이지의 분량의 자료들을 학습했으며, 1,500 개의 실제 폐암 치료 사례, 전문의들의 노트, 환자의 기록, 실험실 결과, 임상에서의 결과 등을 모두 학습해놓은 상태입니다.

이렇게 방대한 정보를 학습하면서 만들어진 알고리듬 혹은 모델은, 이후에 일정 시험 기간 동안 실제 케이스들에 적용되고 결과에 따라 수정 및 보완 되면서 더욱 정확도를 높여나가게 될 것입니다. IBM의 공식 보고에 따르면 이미 실제 케이스에 적용 후 14,700 시간 동안의 ‘수작업’ 으로 이런 수정/보완 과정을 거쳤습니다.

사실 어떤 ‘인간’ 의사도 방대한 양의 의료 정보, 쏟아져 나오는 최신 연구 결과들을 모두 소화하고, 진료에 응용하기는 힘듭니다. IBM과 협력하여 Watson을 실제 의료 현장에서 ‘교육’ 시키고 있는 뉴욕 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 (MSKCC)의 정량 분석 및 전략팀 (quantitative analysis and strategic initiatives)의 디렉터 Ari Caroline 은 Watson은 암 치료와 같이 이미 연구 결과, 지식, 데이터가 범람하고 있는 분야에서 특히 매우 유용할 것 (Watson will prove “very valuable”—particularly in a field like cancer treatment, in which the explosion of knowledge is already overwhelming.) 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일반 컴퓨터 2,880 대에 해당하는 성능을 가진 Watson은 기존의 의학 데이터 뿐만 아니라, 매일 쏟아져나오는 최신 연구 결과와 임상 데이터까지 모두 기억하면서 이를 의료 현장에 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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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의 chief medical scientist인 Dr. Martin Kohn

또한 어떤 사람들은 전문의들도 결국 ‘인간’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들이 진료시에 여러 가지 편견(bias)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이에 비해 ‘기계’인 Watson은 문자 그대로 논리적이고 근거 중심의 의학 (Evidence-based Medicine)을 구현하는 ‘게임 체인져’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IBM Watson 학습팀의 리더이자, 응급의학 전문의인 Marty Kohn은 전체 치료 과정에서 나오는 실수 중의 1/3이 잘못된 진단에서 나오며, 이러한 오진의 주된 원인 중의 하나가 소수의 정보에 지나치게 비중을 두는 ‘닻내림 효과 (anchoring bias)’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Marty Kohn에 따르면, 이러한 ‘닻내림 효과’는 진료실과 응급실 등에서 항상 일어난다고 합니다. 의사가 환자에 대해 두, 세가지 증상을 듣고는 그에 따른 진단을 내리기 때문에, 환자가 가지고 있는 한 가지의 질병은 제대로 치료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외의 숨겨져 있는 추가적인 질병을 치료하는 것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방대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Watson은 이러한 실수의 가능성이 더 적을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 부분은 번역을 하니, 의미의 파악이 더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아래의 원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Kohn described in his husky voice how Watson could be a game changer—not just in highly specialized fields like oncology but also in primary care, given that all doctors can make mistakes that lead to costly, sometimes dangerous, treatment errors.

Drawing on his own clinical experience and on academic studies, Kohn explained that about one-third of these errors appear to be products of misdiagnosis, one cause of which is “anchoring bias”: human beings’ tendency to rely too heavily on a single piece of information. This happens all the time in doctors’ offices, clinics, and emergency rooms. A physician hears about two or three symptoms, seizes on a diagnosis consistent with those, and subconsciously discounts evidence that points to something else. Or a physician hits upon the right diagnosis, but fails to realize that it’s incomplete, and ends up treating just one condition when the patient is, in fact, suffering from several. Tools like Watson are less prone to those failings. As such, Kohn believes, they may eventually become as ubiquitous in doctors’ offices as the stethoscope.

 

또한 이 부분에 관해서, 한 가지 더 주목할만한 점은 Watson이 (Jeopardy! 퀴즈쇼에서도 그러하였듯이) 단 하나의 답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의 가능성 있는 답을 도출해준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이 진단에 적용되었을 때 Watson은 인간 의사라면 ‘닻내림 효과’에 의해 무심고 지나쳤을 수도 있는 숨겨져 있는 제 2, 3의 질병을 파악해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래의 동영상에서 30초 정도에 나오는 WellPoint 사의 부사장이자 MD인 Omar Latif 의 이야기도 그러한 뜻이 내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2013년 2월 포브스지의 보도에 따르면, WellPoint (IBM과 Watson의 의료 분야 응용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미국의 거대 보험사)의 최고 의료 담당자 (Chief Medical Officer) Samuel Nussbaum는 “의료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폐암에 대해서는 치료 요법을 결정할 때 정확한 결정을 내릴 확률이 50% 밖에 되지 않지만, Watson은 치료법 결정에 대해서는 90%의 정확도를 보인다.” 고 이야기 했습니다 (아래 인용 참조). 반면 암의 진단에 관해서는 아직 정확도가 이 정도로 높지는 않다고도 지적하였는데, 그렇다면 암에 대해 확진을 받은 환자에 대해서 치료법 결정의 목적으로 Watson의 응용가치가 높다는 뜻이 될 것입니다 (원문에는 ‘in lung cancer cases’에 줄이 그어져 있는데 이 의미를 잘 모르겠군요).

WellPoint’s chief medical officer Samuel Nussbaum said at the press event today that health care pros make accurate treatment decisions in lung cancer cases only 50% of the time (a shocker to me). Watson has shown the capability (on the utilization management side) of being accurate in its decisions 90% of the time, but is not near that level yet with cancer diagnoses. 

 

하지만 또 다른 전문가들은 Waton이 질병을 진단하는 것에 회의적인 의견을 내어놓기도 합니다. Swedish Cancer Institute의 메디컬 디렉터인  Jack West (트위터: @JackWestMD)는 포브스에 기고한 “IBM Watson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까? 이 종양학자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Is IBM’s Watson in Jeopardy? This Oncologist Thinks So!)” 에서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이유를 들면서 Watson의 질병 진단/치료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이 기사는 자체로 매우 흥미롭고, 분량도 많아서 추후 다른 포스팅에서도 별도로 정리해보겠습니다만, 핵심적인 부분들 몇가지를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유전적 돌연변이에 의해서 생겨나는 암이라는 질병의 가장 큰 특성은 ‘다양성(variability)’이다. 환자의 다양성, 다른 질병의 유무, 사회적 환경과 여건, 암 자체의 생물학적 특징을 고려하면 ‘모든 개별 암 환자는 전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Watson은 기존의 환자들을 치료했던 기록과 연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데, 아무리 복잡한 알고리듬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개별적인 새로운 암 환자’ 에게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는 힘들 것이다.
  • Watson이 새로운 의학 데이터나 논문의 내용을 종합하기에는 매우 가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암이라는 것에 대해서 ‘최적의 치료법’을 찾겠다는 것 자체가 헛수고이다. 암에는 ‘최적의 치료법’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한 명의 폐암 환자가 미국 최고의 폐암 전문의 세 명에게 각각 진료를 받는다면, 그 세 명의 의사들은 아마도 각각 다른 세 가지의 치료법을 권고할 것이다.
  • Watson은 MSKCC 의 과거의 의학 데이터 등을 학습한 후에 이를 기반으로 의학적 의사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Watson 이 학습한 그러한 데이터 자체에 의사들의 주관적인 판단과 편견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그리고 Jack West는 마지막으로 Watson이 질병 진단/치료법 권장에 관해 얼마나 정확한지 충분한 검증을 거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마치 제약회사에서 새로운 약이나 치료법이 개발되었을 때, 효능과 안전성에 대해서 충분한 임상시험을 거치듯이 Watson도 그러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몇년 후에는 Watson이 TV에서 인간 퀴즈 챔피언과 겨루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전문의와 암 진단/치료법에 대해 공개 경쟁을 할 날이 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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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Watson을 진료에 실제로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

Watson이 충분한 정확도와 성능을 보여준다면, 의사들은 이를 실제 진료에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요? 환자를 진료하는 여러 단계 중에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Watson을 활용할까요? 아직 Watson이 본격적으로 상용화 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속단할 수는 없지만,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 얼마전 IBM과 MSKCC에서 내어 놓은 Watson  데모 동영상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8분간의 약간 긴 동영상이지만, 꼼꼼하게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동영상을 보면 폐암에 걸린 가상의 여성 환자를 진료하고, 최적의 치료 방법을 찾기 위해 의사가 Watson을 활용하는 예를 보여줍니다.

  • 첫번째 진료를 준비하면서 의사가 환자의 전자 의료 기록 (EMR) 상에서 ‘Watson 버튼’을 누르면, 최근에 환자가 받았던 테스트 (CT, X-ray, 생검 등)의 결과와 그 결과에 대한 소견등을 제시하여 줍니다. 각 결과와 소견에 대해서는 그것이 근거로 하는 자료(레퍼런스)를 바로 찾아볼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또한, 더 정확한 진단 결과를 얻기 위해서 추가적으로 해야 할 검사들도 권고하여 줍니다. 이 권고에 대한 근거 자료들도 각각 제시가 됩니다.
  • 주어진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세 가지의 가능한 치료 계획(treatment plan)들을 신뢰도(confidence)와 함께 보여줍니다. (정보가 다소 부족한) 진료 초기에는 각 치료 방법들 사이에 신뢰도가 엇비슷하지만, 테스트 결과들이 추가되는 후반부에 가면 치료 계획들 사이의 신뢰도에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 참조). 치료 계획으로 현재 임상 시험 중에 있는 약들도 권고를 받을 수 있는 기능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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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의 최근 증상 변화 (동영상에서는 진료 전날 기침을 하다가 피를 토함)를 음성인식 기능을 사용해서, 바로 Watson에게 입력할 수 있으며, Watson은 이 새로운 증상을 즉시 반영하여 수정된 치료 권고안을 내어 놓습니다.

또한 꽤나 의미심장한 부분은, Watson이 치료 권고안을 도출할 때 치료에 대한 환자의 의사도 반영을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암과 같은 질병은 단순한 ‘질병’ 이 아니라 개인과 주변 사람들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큰 사건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치료의 ‘효능’ 뿐만이 아니라, 환자의 경제적, 사회적 여건, 인생에 대한 철학, 치료 효과와 각종 부작용에 대한 용인 정도 등등에 대한 ‘가치 판단’ 이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어떤 환자는 고통 속에서 항암 치료를 받으며 생명을 몇달 더 연장하기보다, 기대 수명은 조금 더 단축 되더라도 고통을 최소화하는 치료를 받으며 생을 품위 있게 마감하고 싶어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일년에 수천만원하는 값비싼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가족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것보다, 효과는 좀 떨어지지만 경제적 부담이 적은 치료를 받고 싶어하는 환자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동영상에서 나오는 것처럼, 어린 아기에게 엄마의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탈모와 같은 특정 부작용을 유발하는 치료법은 피하고 싶다는 요청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환자의 삶의 질에 관계되는 의견들도 의사는 Watson에 입력을 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권고되는 치료법에도 이러한 사항이 고려가 됩니다. 이는 단순히 Watson이 기계적으로 치료법을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치료의 정성적인 부분, 환자의 삶의 질에 대한 의견 등도 반영이 가능하다는 중요한 특징을 보여줍니다.

 

IBM Watson은 미국의 과도한 의료비 절감을 위한 해결책이 될까?

Watson은 환자에 대한 정확한 진단 뿐만이 아니라, 미국의 의료 시스템 자체를 개혁할 수 있는 강력한 촉매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기도 합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의료비 관련 매출이 GDP의 20%에 이를 정도로 미국의 과도한 의료비 지출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러한 실정에서 Watson은 치료의 효율과 질을 높이고, 적당한 치료법을 권고함으로써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며, 치료법의 일관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이미, Watson의 주요 응용 목적 중의 하나가, 의료 보험사의 입장에서 특정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의사가 제시한 치료법에 대해 보험사가 승인을 할지 판단을 하기 위한 ‘Interactive Care Guide & Interactive Care Reviewer‘ 라는 것을 설명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신속한 의사 결정’이라는 것은 아마도 이런 경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의사가 환자에게 어떤 특정 치료법을 시행하기로 결정하였을 때, 기존에는  WellPoint와 같은 의료 보험사가 이 치료법에 보험 혜택을 줄 것인지를 사람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결정해야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Watson이 개입한 이후에는 ‘의사의 결정이 Watson의 권고와 일치할 때에는 보험 혜택을 승인한다’ 는 방식의 정책을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에 사람이 수작업으로 해야 했던 승인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환자가 위급한 상태에서 분초를 다투는 상태라면 이 차이는 매우 클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Watson은 환자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의료 보험의 혜택에 맞는 최적의 치료법을 골라줄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국민들이 사설 의료 보험 회사에 가입되어 있으며, 높은 보험료에 비해 의료 보장은 그 값어치를 못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자료 참고)

특히 Watson은 EHR (Electronic Health Record, 전자 의료 기록)의 시대에 의료 공급자들이 환자들에게 (금전적 수익을 목적으로) 불필요한 검사나 서비스를 받게 하는 비윤리적인 행위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EHR은 소위 ‘오바마 케어’로 불리는 의료 개혁법의 핵심으로, 의료 정보의 중복(redundacy), 낭비를 줄이고, 의료공급자-환자-보험사 간의 의사소통의 오류를 막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EHR 도입의 부작용으로 의료비의 증가 및 비윤리적인 의료 행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2년 9월 뉴욕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EHR이 도입된 이후, 원래의 목적과는 정반대로 (EHR을 도입하지 않은 병원에 비해서) 의료비가 더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비윤리적인 의료 행위나, 의료 기록을 조작하거나 남용하는 의료 사기에 대해 더욱 취약해졌다(vulnerable to fraud and abuse)고 합니다.

hospitals that received government incentives to adopt electronic records showed a 47 percent rise in Medicare payments at higher levels from 2006 to 2010, the latest year for which data are available, compared with a 32 percent rise in hospitals that have not received any government incentives.

이러한 의료 사기나 의료비 과다 청구를 탐색하는 것이 Watson을 개발하는 가장 큰 목적은 아니지만, 결국에는 EHR에서 이러한 사기나 남용의 여지가 있는지를 파악해낼 수 있을 것이며, 이에 따라 더 스마트한 미국 의료 시스템을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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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son은 실제 의료 현장에 언제 투입될까? 특히, 한국의 의료 현장에는?

그렇다면, 실제로 이러한 Watson과 같은 컴퓨터 알고리듬이 미래에는 실제 의료 현장에서 얼마나 활용될 수 있을까요? 특히, 국내 의료 시스템 하에서는 언제 얼마나 활용될 수 있을까요? 아마 여기에 대해 정확하게 답하기는 매우 힘든 문제일 것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Watson 과 같은 방식의 ‘성능’이 만족할만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이후 실제 의료 현장에 도입되기 위해서 가장 관건이 되는 것은 기존의 의료 시스템, 특히 의사들이 이러한 기술에 어떠한 반응을 보일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생명을 다루는 의료계는 특히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므로, 이렇게 완전히 생소한 시스템을 접한다면 일단은 거부감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의료계가 이러한 기술을 받아들일 동인(motive)이 존재하는가의 여부에는, 미국과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다르다는 것이 큰 차이를 불러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사설 기업들이 환자의 의료 보험을 담당하는 미국 의료 시장에서는 이익 추구 조직인 개별 의료보험회사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의사들이 결정한 치료 계획을 승인해야 할지의 여부를 Watson을 이용해서 객관적이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면, 의료보험사들은 의사들에게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하라고 압력을 넣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싫든 좋든 미국의 의료 현장에 Watson이 투입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일단 그 출발은 Watson을 활용하기로 결정한 WellPoint와 같은 의료보험사의 혜택을 받는 병원들이 될 것입니다. 내년 이후에 WellPoint 가 다른 의료보험회사에도 Watson을 서비스할 것이라고 하니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보험이 국영화 되어 있는 국내에서는 상황이 많이 다를 것입니다. 의사들은 보험사 등에 의해서 Watson 과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라고 하는 외부의 압력을 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국내에서 Watson의 도입의 여부나 시기는 “이러한 시스템의 도입이 정말 환자의 치료에 얼마나 도움을 주는가” 와 같은 보다 본질적인 질문과, 더불어 “Watson을 도입함으로써 병원이나 의사들이 어떤 효용을 얻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Watson 자체의 성능이 충분히 검증될 때까지의 시간과, 이러한 시스템의 도입이 미국 등의 다른 국가에서 어떠한 결과를 낳았는지, 특히 의료 시스템의 이해관계자 (stakeholder)인 환자, 의사, 병원, 의료보험 등의 입장에서 어떠한 효용을 얻을 수 있는지를 충분히 확인한 후에 도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는 10년 이상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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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에게 양날의 검과 같은 Watson의 존재?

(저는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잘은 모르지만…) 의사의 입장에서 Watson이라는 시스템은 어찌 보면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국내 의사의 입장에서는 Watson의 효용이 더 클 수 있습니다. 먼저 한국은 세계적으로 의사들이 외래 진료를 가장 많이 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의사당 진찰 건수도 미국 등에 비해서 월등히 많고,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는 OECD 평균에 크게 못미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에 비해 환자당 진찰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도 턱없이 적다고 합니다. 이는 결국 의사들이 격무에 시달리고, 의료 서비스 질의 저하를 초래하며, 의료사고의 한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Watson이 도입된다면 의사들이 제한된 시간 하에서, 치료 의사 결정을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복잡한 여러 테스트의 결과를 종합하고, 환자의 개인 의료 정보를 일일이 분석하는 과정을 Watson이 손쉽게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절약한 시간을 환자를 돌보기 위해 더 중요한 다른 활동에 할애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의사들이 우려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이는 꼭 국내 의사에만 해당되는 부분은 아닙니다) IBM은 Watson이 의사가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도와주는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Jack West 와 같은 전문가들은 의사들이 결국에는 Watson의 권고안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때가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즉, Watson의 존재 때문에 의사들이 스스로 심사숙고하여 치료 계획을 생각해내려는 책임을 점점 포기해버리는 때가 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보면서 운전자들이 예전에는 스스로 지도를 찾고 지름길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했지만, 네비게이터가 도입되고 난 후에는 많은 운전자들이 별다른 길을 모를 때 뿐만 아니라 잘 아는 길도 네비게이터가 지시하는대로 무작정 따라가게 되었다는 사실이 떠오르기도 하였습니다. 결국 Watson의 도입이 나중에는 의사 스스로의 역할 및 책임을 잠식당하게 되는 결과를 불러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저는 이 IBM Watson은 단순히 하나의 서비스, 하나의 알고리듬이 아니라, 현재 일어나고 있는 IT 기술의 융합에 따른 의료 시스템의 큰 변화 자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아이콘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간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Watson이 의료 현장에서 큰 파급효과를 불러일으켜서, 정말 미국의 의료 시스템을 개혁할지,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첨단 IT 기술의 발전으로 대담하게 시도되고 있는 이러한 도전들이 아무쪼록 환자들의 질병을 치료하고, 삶의 질을 더욱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해봅니다. 그러한 시도의 선봉격인 IBM Watson이 큰 성공을 거두어서, 뒤따르는 Health IT 기술의 여러 혁신을 더욱 가속화하는 촉매의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 abcnews.go.com
  • http://www.forbes.com
  • http://www.theatlantic.com/magazine/archive/2013/03/the-robot-will-see-you-now/309216/
  • http://minnesota.publicradio.org
  • http://www-03.ibm.com/press/us/en/pressrelease/40335.wss?i=1360645029661
  • http://www.toledoblade.com/Technology/2011/03/05/Want-Watson-in-the-exam-room.html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트랜스링크 캐피털,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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