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13th December 2017,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먹는 약에 디지털 센서를 달아 복용 여부를 추적한다?

Yoon Sup Choi March 7, 2013 Digital Healthcare Comments
tech_diagram_16dec1

의사들이 가지는 큰 고민 중의 하나는 환자들이 처방 받은 약을 ‘처방 해준대로’ 정확하게 복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WHO 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환자의 절반은 처방 받은대로 정확하게 약을 복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의사들은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도, 환자가 일단 진료실 밖으로 나간 후에는 약을 제대로 복용하는지를 알 방법이 없기 때문에 무력감을 느낀다는 의사도 있습니다.

환자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처방 받은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습니다. 먼저, 깜빡하고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이 하나의 이유입니다. 특히 많은 종류의 약을 복용해야 하는 만성 질환 환자들의 경우나, 기억력이 좋지 않은 고령 환자들의 경우에 특히 그러합니다. 또 다른 이유는 심리적인 이유입니다. 이제 약을 안 먹어도 왠지 ‘괜찮은 것 같아서’ , 혹은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약을 복용하는 것을 중단하는 것입니다. 그 외에 어떤 환자들은 약을 살 돈이 없기 때문에 처방대로 약을 복용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환자들이 처방대로 약을 복용하지 않는 것 (medication adherence problem)은 사회적, 의료적으로 매우 큰 문제를 야기합니다. 환자들이 약을 잘 복용하는지에 대해서 수년간 추적 연구를 해온 뉴 잉글랜드 헬스케어 연구소(New England Healthcare Institute, NEHI)의 조사에 따르면, 이 때문에 연간 미국 의료 시스템에 $290 billion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며, 3,500,000 건의 입원과 125,000건의 사망을 초래한다고 합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내어 놓았습니다. 이번 포스팅의 주제인 , ‘소화 가능한 센서 (ingestible sensor)’ 이외에 기존의 대표적인 방법들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종류가 있었습니다: 스마트폰 앱, 스마트 약통 뚜껑 (smart pill caps), 스마트 약 상자 (smart pillboxes). 

 

1. 스마트폰 앱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으로 스마트폰 앱이 있습니다. 다국적 제약사 존슨&존슨에서 나온 Care4Today 같은 스마트폰 앱은 환자들에게 약을 복용할 시간이 되면 알림을 주고, 달력을 사용하여 약의 복용에 관한 기록들을 남길 수도 있게 하고, 이 기록들을 보호자나 주치의와 공유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이 앱은 약국과 연계되어 처방 받은 약을 다 복용한 환자들이 편하게 약을 다시 처방 수 있도록 예약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앱은 환자들이 ‘깜빡 잊어 버리고’ 약을 복용하지 못하는 것을 막아줍니다.


57328-Care4Today-Phones-Family-NoReflection-md-300x346 Care4Today

2. 스마트 약통 뚜껑 (Smart Pill Caps)

이 방법은 스마트폰 앱 보다 조금 더 직접적이면서도 발전된 방법입니다. 약을 먹을 시간이 되면 약이 들어 있는 통에서 알람이 울리고 빛이 나는 방식입니다. 이 역시 스마트폰 알람과도 연동이 됩니다. Vitality의 GlowCap 이라는 제품이 대표적으로, 아마존 닷컴을 통해서 소비자들이 직접 구매할 수 있다고 합니다 (Vitality가 Nant Health에 인수당한 후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는 일시 중단 되어 있는 상태이며 곧 재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제품 역시 위에서 설명한 스마트폰 앱과 마찬가지로 환자들이 약 복용을 잊어버리는 것을 막아줍니다.

아래의 동영상을 보시면 GlowCap 에 대한 컨셉이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3. 스마트 약 상자 (Smart Pill Boxes)

스마트 약 상자는 아래의 사진처럼 아예 복용할 약을 요일별, 아침/점심/저녁/취침전 등으로 나눠진 개별 트레이에 넣어 두는 것입니다. MedMinder 에서 만들어진 제품이 대표적입니다. 약을 복용할 때가 되면 역시 알람으로 알려주며, 이 트레이 뚜껑을 열어야 할 때 환자가 열지 않거나 엉뚱한 트레이를 열면 환자와 보호자 등에게 연락이 가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제품은 특히 여러 가지 종류의 약을 먹어야 하는 고령의 환자들을 타겟으로 하는 것입니다. 또한 위성 신호를 사용하기 때문에 (많은 노령자가 그러하듯) 집에 인터넷이나 전화가 연결되어 있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Medminder_small



이 스마트 약 상자는 위의 스마트폰 앱, 스마트 약 뚜껑과는 달리 한가지 장점이 더 있습니다. 바로 약의 과다 복용을 막아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환자들은 실수로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잊어먹기도 하지만, 실수든 의도적이든 약을 중복해서 적정 용량보다 많이 먹기도 합니다. 이러한 실수를 이 제품은 막아줄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제품의 어떤 버전은 트레이의 뚜껑이 아예 평소에는 열지 못하도록 잠겨 있다가, 정해진 시간에만 해당 트레이의 잠금이 해제 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세가지 제품에는 결정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바로 환자들이 실제로 약을 먹었는지 아닌지의 여부는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약통에서 알람이 울려서 제대로 뚜껑을 열었다고 하더라도 약을 먹지 않고 그냥 버려버린다면 위의 세가지 시스템으로는 파악할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아래와 같이 약에 ‘소화 가능한 센서’를 직접 달게 되면 환자가 언제, 어떤 약을 복용했는지의 여부를 직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Proteus Digital Health의 소화 가능한 센서 (Ingestible Sensor)”

캘리포니아의 스탠퍼드 대학 근처의 레드우드 시티 (Redwood City)에 위치한 이 Proteus Digital Health 라는 회사는  기존의 먹는 약에 부착할 수 있는 모래알 하나 크기 정도의 작은 ‘소화 가능한 센서 (Ingestible Sensor)’를 개발했습니다.

proteus-digital-health.top

작동하기 위해 배터리나 안테나도 필요 없는 이 센서는 신기하게도 종합 비타민제에도 들어 있는 무기질인 구리와 마그네슘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센서가 위 속의 위액과 반응하게 되면 1.5 볼트 정도의 미세한 전류를 발생시키게 됩니다. 이렇게 전류가 발생하는 원리는 우리가 학창 시절에 한번씩은 해봤을 법한, ‘감자 전지’ 혹은 ‘레몬 전지‘의 원리와 같다고 회사 측은 설명합니다. 아래의 동영상에서, ‘당신 자신에 의해서 작동한다(Powered By You)’는 설명은 그래서 나온 것입니다. 무기질로 이루어진 이 센서는 이후에 자연스럽게 체내에서 소화가 되게 됩니다.

이렇게 흐르게 되는 전류를 특수한 패치로 감지를 하여, 어떠한 약을 언제 먹었는지를 기록으로 남기게 됩니다. 그러한 기록은 스마트 폰이나 클라우드를 통해서 남게 되고 보호자나 주치의에게도 공유가 가능합니다. 즉, 앞에서 소개한 기기들과는 달리, 환자가 약을 실제로 복용을 할 때만이 이러한 기록을 정확하게 남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기술을 ‘스마트 약 (smart pill)’, 더 공식적으로는 ‘소화 이벤트 마커(Ingestion Event Marker, IEM)’ 라고 불립니다.

먹는 약에 센서를 단다고 하니 마치 공상과학영화에 나올법한 이야기 같지만, 이 센서는 이미 작년 7월에 FDA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또한 2010년에는 유럽에서CE 마크를 획득한 바 있습니다. 이미 안전성 여부와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검증이 된 셈입니다.

이러한 혁신적인 센서에 대해서 다국적 제약사를 위시한 많은 관계 회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입니다. 노바티스는 이 기술이 FDA 승인을 받기도 전인 지난 2010년 1월에 이미 장기이식 거부 반응에 대한 약에 사용을 하기 위해 $24M를 선급금으로 지불하고 기술을 라이센싱 받은 바 있습니다. 노바티스는 이러한 종류의 스마트 약(smart pill)의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약에 이러한 칩을 내장시키는 것을 더욱 확대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의 거대 제약사인 오츠카도 2012년 7월 이러한 센서의 공동 개발에 대한 협약을 맺었습니다. Proteus 의 투자사로는 노바티스와 오츠카를 비롯하여, Medtronic, Kaiser Permanente 와 같은 회사들이 있습니다.

몇년 전만 해도 무명의 회사에 불과했던 Proteus Digital Health 사는 이러한 혁신적인 기술로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Popular Science 의 “Best of What’s New” 의 2012년 10대 헬스케어 기술에 선정되기도 하였으며, 패스트 컴퍼니가 선정한 2013년 가장 혁신적인 회사 34위에, Fierce Medical Devices의 2012 Fierce 15에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products_stakeholders_10_oct3

 Proteus는 처방대로 약을 잘 복용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고, 환자의 지속적인 관리와 모니터링이 중요한 심혈관 계통의 질환, 중추 신경계 질환 (알츠하이머, 헌팅턴, 다발성 경화증 등), 그리고 장기 이식 거부 반응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이러한 센서를 발전시켜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센서를 잘 활용하게 되면 단순히 환자들이 약을 잘 복용하는지를 모니터링 하는 것 이상의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의사들은 환자를 더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됩니다. 즉,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는 것이 현재 처방한 약이 환자에게 효과가 없기 때문인지, 아니면 환자가 약을 처방대로 먹지 않았기 때문인지를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약을 개발하거나 임상 시험을 하는 입장에서도 피실험자에게서 나온 데이터를 더욱 신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환자의 복용 여부를 실시간으로, 정량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환자에게 의료비를 보조해야 하는 (특히 미국의) 의료 보험사의 경우에도 의사의 처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환자에게는 의료 보험의 혜택을 줄일 근거도 가지게 될 것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 http://www.fiercemedicaldevices.com
  • http://proteusdigitalhealth.com
  • http://www.fastcompany.com/
  • http://mobihealthnews.com
  • http://www.medminder.com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트랜스링크 캐피털,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

Comments

  1. […] 이러한 셀프-모니터링은 비단 당뇨병 뿐만이 아니라, 처방 받은 약의 복용 여부, 비만, 심혈관계 질환, 수면 장애, 우울증과 같은 감정 장애에 이르기까지 […]

error: Content is protected !!